세상엔 누각도 요사도 필요…조화·배려가 ‘힘’수난 잦았던 빈일루, 소실되고 짓고 3번 반복 경복궁은 조계사와 가까운 탓에 산책삼아 자주 찾는다. 주인없는 빈 근정전에선 그 옛날 임금께서 앉았던 용상과 배경인 ‘오봉산일월도’를 통해 당시의 위엄을 헤아린다. 하늘에는 붉은 해와 흰 달이 걸려 있다. 그리고 다섯 봉...
러시아정교 성당들에 얽힌 다양한 운명 눈요기건축가 마음 읽어내는 것은 여행의 ‘또다른 맛’ 낯선 이름의 우편물이 도착했다. 누굴까 하고 궁금증을 더하며 뜯었다. 시집이었다. 저자의 사진을 보아도 누구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기억을 애써 더듬었지만 역시 낯설기만 했다. 사실 책 프로필 사진이라는 게 대부분 실...
산조차도 귀먹고 최치원이 숨어 살던 농산정도심 속 조계사 옥상정원, 그 못지 않은 흥취 이른 아침 조계사 옥상정원의 누각에 몇 명이 둘러앉았다. 본래 스님네들은 ‘새벽형 인간’으로 분류되는지라 이는 새삼스런 일이 아니라 일상적인 풍경이다. 하루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약간의 여유는 옥상 정자에서 차를 마시는 ...
산사에온 봉사생들, 처음엔 좋다더니 나중엔 “갑갑해”도시의 존재도 농촌을 바탕으로…논·밭 역할은 못해 몇 해 전 큰절에서 여름수행학교 일을 거들고 있을 때 일이다. 십여명의 젊은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은 산사에 머무니 정말 좋다고 하면서 소매를 걷어붙이고 열심히 일을 도와주었다. 여름방학이 중간쯤 지날 무렵...
일휴 김양수 화백 선화전‘은둔’과 함께 모든 것 내려 놓고 ‘고요한 내공’ 채워 제목 없는 그림들로 말 없이 말하며 마음 집어올려 적염산방은 화백의 작업실이자 또 다른 수행처인 무문관이다. 자기를 스스로 가두고 문명의 이기들은 가능한 한 멀리한 채 작업과 수행에 몰두하는 공간인 까닭이다. 자기 내면의 뜰을 가...
같은 산 두 모습, 한쪽은 ‘흙산’ 한쪽은 ‘화산’ ‘장군젓가락’ 흔적만 남은 용기사 자취 아련 출가한 사찰인 탓에 가야산 가는 길은 늘 고향가는 기분으로 내달리는 길이다.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생긴 이후에는 성주IC를 자주 이용한다. 경남 합천 해인사 방향이 ‘내가야’라면 경북 성주 심원사 쪽은 ‘외가야’라고 이름붙...
물은 그대로 물…똑같은 물을 싫어하고 좋아하고 천만인파 해운대에 과도한 바닷물 쓰나미 온다면… 명당의 기본인 배산임수의 터를 서울에서 찾는다면 가장 먼저 손꼽히는 곳이 한남동이다. 남산을 등 뒤로 하고 한강수를 마주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가끔 잊을 만하면 부촌에 살고 있는 이름있는 이웃끼리...
[벗님글방/원철스님]다스한 ‘절집’ 어느새 관광개발로 ‘공원화’ 오랜만에 ‘무풍한송(舞風寒松)’이란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리는 이 길을 걸었다. 더위마저 식혀주는 차가운 기운의 소나무와 계곡에서 춤추듯이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았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아 가능한 한 천천히 걸었다. 바쁘다는 핑계...
‘가문의 번성’ 누구나 꿈꾸는 원초적 열망전국에 널린 태실들 무얼 기원하고 있나 누군들 자기 가문의 번성을 꿈꾸지 않으랴. 하지만 예전만큼 ‘가문의 영광’을 운운하지는 않는다. 도리어 ‘적게 낳아 잘기르자’고 하다보니 이제 가문은 고사하고 사촌개념도 없어지게 되었다. 설사 현실이 그렇다고 할지라도 아직은 명...
[벗님글방/원철스님]와타즈미신사의 3번 도리이가 주는 암시육지와 바다를 아우르는 경계인 보는듯 하늘과 인간세계를 이어주는 새 쓰시마의 와타즈미 신사는 절집의 일주문 노릇을 하는 도리이(烏居)가 다섯 개 씩이나 되었다. 도리이는 새가 머무는 자리이다. 새는 천계(天界)와 인간세계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한...
[벗님글방/원철스님]밥을 담을 수 있는 건 그릇이 비어있기 때문문이 없는 열린 집 … ‘빈자의 미학’ 실천해 비 내리는 날 인사동에서 점심을 먹고 조계사 일주문과 마주한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에 들렀다. 입구에서 계단을 올라가는데 머리 위로 비가 후둑후둑 떨어진다. 접었던 우산을 다시 폈다. 고개를 치어...
이른 아침 빗자루 자국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정갈한 조계사 마당 한켠에 마련된 빈소에 들렀습니다. 이미 하얀 국화꽃을 들고 줄을 서서 조문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출근길의 선남선녀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합장하고 고개숙여 고인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방명록을 대신하여 고인께 하고싶은 말을 남...
[벗님글방/원철스님]‘꽃대궐’ 봄세상 새 것이 태어나듯 조화롭게 다시 살자 눈 닿는 곳마다 떠나는 길마다 꽃천지다. ‘나도 꽃’이라며 연초록 잎새도 질세라 함께 다투어 피어난다. 푸른 산과 붉은 꽃이 어우러져 봄세상은 그야말로 꽃대궐이다. 더불어 숨어있던 우리 마음속 꽃잎 한 장 까지 마침내 덩달아 활짝 피어...
[원철스님] 창덕궁 기오헌 궁궐 속 고졸한 온돌방 하나 효명세자의 절제된 삶 보여돌마저도 세월에 시들고 늙어…생물적 불사란 불가능해 무르익은 봄날 오후 창덕궁 비원에는 꽃비가 흩날리고 있었다. 그 화려함 속에서 감춰진 소박함을 만난다는 것은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아무 군더더기 없이 고졸한 기오헌(寄傲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