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공부 하는 학생들 ⓒ 인터넷 뉴스 바이러스
[문화] [현장탐방] ‘학생들의 시험 뒷풀이’ 엿보기
시험이 끝나면 학생들은 무엇을할까?
4일, 서울ㅅ고 학생들을 5일 동안 괴롭힌 기말고사가 끝이 났다. 시험 기간 동안 내내 공부를 했던 학생들은 시험 끝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시험이 끝났다!”
“아, 마지막 과목만큼은 잘 봐야 될 텐데.”
“안 그래도 망친 시험, 더 이상 공부란 없다! 우리 오늘 실컷 놀아보세!”
여기 저기, 뒤풀이에 대한 설렘이 가득 차있다. 긴장 된 모습 반, 설렘 반으로 끝까지 공부를 한다. 시험 마지막 종이 울리고, 감독 교사가 "뒤에서 시험지 걷어와"라고 말을 하는 동시에 아이들은 일제히 소리를 지른다. “드디어, 시험이 끝났다!” 아이들은 서로 잘 했다고 격려해주며, 시험에 대해 한마디씩 한다. “이번 시험이 내 인생에 얼마나 중요할진 모르지만, 일단 끝났으니깐 기분이 좋다.” “우리 이제 어디 갈까? 일단 시험 때 못 먹었던 맛있는 음식 실컷 먹어보자!” “우리 일단, 명동 가서 빙수도 먹고, 옷 구경도 하자.” ㅅ고 1학년인 배진희, 이신호, 김동환, 정세준은 명동으로 가기 전 학교 앞 분식집에서 점심을 먹는다. 학생들은 여러 가지 음식을 시켜 놓고, 허겁지겁 먹는다. 실컷 먹고 난 뒤, 드디어 지하철 탑승. 모두 조용한 가운데, 시험이 끝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 학생들만이 시끄럽다. 드디어 명동 도착. ㅅ고 학생들은 학교와 20분 거리의 명동. 가까운 거리임에도 그 동안 '공부 때문에, 알바 때문에' 시간 낼 틈이 없어 자주 오지 못했었다. “오랜 만에 맡아보는 명동거리의 활기찬 냄새. 완전 내 세상이구나!”
한번 제대로 놀려고 했더니, 돈이 걸리네
막상 명동에 도착하니, 하고 싶은 건 모든 할 줄 알았다. 그러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았다. 4명이 주머닛돈을 탈탈 털어 모은, 몇 만원.
“일단 학교에서 밥 먹고 왔으니깐, 후식 먹어야지.”
“좋아! 빙수 먹으러 가자.”
빙수전문점에 도착한 학생들은 ‘가격이 저렴한가’, ‘리필이 되는가’ 등을 고려해 딸기빙수와 쟁반 빙수를 시킨다. 빙수를 먹으며 친구들은 그 동안 간지러웠던 입을 푸느라 정신이 없다.
“와 오늘 시험 끝나고 오니깐, 마음이 홀가분하고 좋다.”
“일단 오늘 왕창 먹고, 내일은 학교에서 영화나 몇 편 보자.”
친구들의 수다에서 빠질 수 없는 것. 단연 ‘뒷담화’(뒤에서 헐뜯는 이야기).
“어제 그거 봤어? 완전 싫더라.”
“애들한테 그러는 거 완전 꼴 보기 싫어.”
‘선생님과의 트러블, 친구들과의 트러블’을 꺼내놓는 것은 이런 이야기들이 그동안 시험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일종의 ‘화풀이’기 때문.
빙수 전문점에서, 3시간이란 시간동안 쉴 새 없이 떠들었다. 그런데도 아직 오후 4시, 시간이 많이 남이 있다.
우리는 어디서 놀아야 하나요?
10시까지 놀기로 계획 했던 친구들은 다음에 놀 장소를 찾아 다녔다. 청소년들이 놀 곳이 없는 요즘으로선 스트레스 풀 수 있는 공간은 노래방, 극장 같은 곳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비싼 까닭에 극장 근처에는 가지도 않았다.
“영화 한편이면, 밥을 두 번 먹을 수 있어. 노래방은 놀 곳 없을 때 가는 곳인데...”
친구들은 할 수 없이 길을 배회 하던 중, 팬시문구를 파는 곳에 들어갔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팬시가 많이 있었다. 눈을 즐겁게 해주는 팬시 덕에, 또 한 시간을 때울 수 있었다.
명동은 비싸지만, 볼거리는 정말 많이 있었다. 이 곳 저 곳, 예쁜 가게를 들러 보면서 많은 걸 보고, 많이 웃었다. 아이스크림 한 개씩 물고, 길거리를 배회하며 친구들끼리 장난치고, ‘깔깔, 하하, 호호’ 웃는 모습이 매일 책상에 앉아서 끙끙 앓는 사람이 아닌 진짜 활력 넘치는 청소년처럼 보였다.
배진희(서울 ㅅ고 1학년)양은“영화 한편 보려고 해도 재미있을 법한 영화는 18세 이상이라 보지도 못해요. 가격도 비싸고, 극장한번 가기도 힘들어요. 오늘 청소년들이 놀 공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어요.”라며 청소년이 스트레스 풀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녁 밥은 어디서 해결하지?”
슬슬 배에서 ‘꼬르륵’시계가 울리기 시작했다.명동에는 널린 곳이 음식점. 기쁜 마음에 맨 처음 들어간 햄버거전문점이지만 햄버거세트가 5000~6000원이라니. 헉!
청소년이 밥 한 끼에 6000원을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넓은 명동 거리를 돌아다니며, 값이 쌀 것 같은 음식점을 다 들어가 봤다. 분식점에서 기본 밥 메뉴는 7000원. 옆 돈가스 가게는 메뉴중 제일 값 싼 음식이 7500원이었다. ‘오늘 만큼은 돈 쓰자.’ 라고 생각 하고 명동으로 나 온 이 친구들. 그러나 이런 가격에 밥 먹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었다.
“아니, 뭐 이리 밥이 비싸. 밥 굶고 팬시나 살까?”
“밥 먹고 더 돌아다녀야지. 조금 싼집있으면 얼른 들어가서 먹자.”
이렇게 1시간이나 밥 먹을 곳을 찾아 다녀야 했다. 할 수 없이 그나마 제일 값이 쌌던, 햄버거 전문점으로 되돌아갔다. 가장 값 싼 5000원 짜리 세트메뉴를 시켜놓고선 다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맨 처음 앉아서 열었던 첫 마디 “밥 한번 먹기 진짜 힘들다.”
다들 걸어 다니느라 많이 힘들었나 보다. 햄버거를 먹으면서 친구들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였다. 어디선가 본 군인 덕에 아이들은 군대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도 군대 가야하나 봐. 가기 싫은 마음도 있는데, 가면 또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난 군대 무서운데, 안 갔으면 좋겠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벌써 시침은 8시 30분을 가리켰다. 이신호(서울 ㅅ고 1학년)군은 “놀 곳이 없는 문제도 문제지만, 놀 공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밥 값, 옷 값, 등이 너무 비싸서 돈을 많이 쓰게 돼요. 마음먹고 놀다가 한 달 동안 열심히 알바 한 돈의 절반을 쓰는 애들도 봤어요.”라며 저렴한 청소년 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대했다.
이제는 집에 가야할 시간
4명의 학생들은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명동거리로 나왔다. 놀 곳도 없어서 무작정 걸어 다니고, 비싸서 밥집 찾으러 돌아다녀야 했지만, 친구 들은 말했다.
“친구랑 이렇게 이야기 오래 할 수 있는 날이 1년에 몇 번이나 되겠니?”
지하철로 향했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학생들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했다.
“시험은 못 봐도, 이렇게 외출해서 친구들이랑 놀고 나면, 다시 학교생활 할 맛 나.”
정세준(서울 ㅅ고 1학년)군은 “오늘 저녁 밥 먹으려고 한 시간 걸어 다니느라 힘들었지만, 한 가지 추억이 더 생긴 것 같아서 너무 뿌듯해요.”라고 말했다.
김동환(서울 ㅅ고 1학년)군도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평소 말하지 못한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들과 나눠서 좋았어요. 오늘의 뒤풀이는 추억이 될 거에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박대현 기자 dogcat11@naver.com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여기 저기, 뒤풀이에 대한 설렘이 가득 차있다. 긴장 된 모습 반, 설렘 반으로 끝까지 공부를 한다. 시험 마지막 종이 울리고, 감독 교사가 "뒤에서 시험지 걷어와"라고 말을 하는 동시에 아이들은 일제히 소리를 지른다. “드디어, 시험이 끝났다!” 아이들은 서로 잘 했다고 격려해주며, 시험에 대해 한마디씩 한다. “이번 시험이 내 인생에 얼마나 중요할진 모르지만, 일단 끝났으니깐 기분이 좋다.” “우리 이제 어디 갈까? 일단 시험 때 못 먹었던 맛있는 음식 실컷 먹어보자!” “우리 일단, 명동 가서 빙수도 먹고, 옷 구경도 하자.” ㅅ고 1학년인 배진희, 이신호, 김동환, 정세준은 명동으로 가기 전 학교 앞 분식집에서 점심을 먹는다. 학생들은 여러 가지 음식을 시켜 놓고, 허겁지겁 먹는다. 실컷 먹고 난 뒤, 드디어 지하철 탑승. 모두 조용한 가운데, 시험이 끝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 학생들만이 시끄럽다. 드디어 명동 도착. ㅅ고 학생들은 학교와 20분 거리의 명동. 가까운 거리임에도 그 동안 '공부 때문에, 알바 때문에' 시간 낼 틈이 없어 자주 오지 못했었다. “오랜 만에 맡아보는 명동거리의 활기찬 냄새. 완전 내 세상이구나!”
빙수 전문점에서 김동환 친구 ⓒ 인터넷 뉴스 바이러스
딸기빙수, 쟁반빙수 ⓒ 인터넷 뉴스 바이러스
아이스크림을 먹는 배진희, 이신호 ⓒ 인터넷 뉴스 바이러스
햄버거 전문점에서 이신호군 ⓒ 인터넷 뉴스 바이러스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