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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입시위주 교육 풍자하는 ‘고3 메이커’

등록 2007-05-04 15:59

오른쪽은 ‘프린세스 메이커’, 왼쪽은 ‘고3메이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오른쪽은 ‘프린세스 메이커’, 왼쪽은 ‘고3메이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문화] 고3 자녀 키우기 게임, 게임 속 해학과 풍자
프린세스 메이커 vs 고3 메이커

네이버 개인 블로그에 고3학생이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를 패러디한 ‘고3 메이커’를 올려 큰 호응을 얻었다.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는 말 그대로 공주를 만드는 이다. 그럼 ‘고3 메이커’는 무엇인가? 그럼 이 ‘고3메이커’에 알아보도록 하자.

블로그에 있는 '고3메이커'는 “자, 이제 당신의 딸이, 365일 후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는, 당신의 욕망과 월급과 치맛바람에 달려 있습니다. 과연 당신의 딸은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등교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KTX를 타고 새벽에 나가 자정에 돌아올까요...“라는 글로 시작한다.


일정 파트에서는 ‘메가스터디 강의, EBS 강의, 학교수업, TV 연예인 쇼프로 시청’으로 고3학생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모았다며 “대학 진학만을 목표로 삼고 있는 현명한 여러분을 위해 고3 메이커는 필요한 것만 제시한다”는 글로 쓴 웃음을 짓게 한다.

쇼핑 파트의 모습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쇼핑 파트의 모습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쇼핑 파트에서는 등교를 위한 버스비, 쉬는 시간의 매점탐방을 위한 과자, 졸음을 대비한 비타500 등을 모았다.

대화가 단절된 가정의 모습을 반영한 대화 파트에서는 성적과 학원 얘기만 할 뿐이다.

이 게임은 모의고사와, 중간․기말고사를 치르고 딸은 11월 15일-운명의 날인 수능을 맞게 된다. 이것으로 게임의 엔딩이 결정되는 것이다.

엔딩 파트에는 “당신이 딸에게 일말의 ‘딴 짓’이라도 할 시간을 주었다면, 당신의 딸내미는 지방대나 전문대로의 진학, 혹은 취업의 길을 가게 되어 베드엔딩이 될 것이고, 딸을 철저히 당신이 만족할 만큼 옥죄었다면․․․․․결국엔 in 서울 명문대 진학이란 엔딩을 맞아 당신에게 고마워 할 것입니다”라고 말한뒤, 명문대 생이 되어 학교 도서관에서 고시공부를 하는 엔딩을 보여준다.

엔딩 속 고3학생은 대학생이 되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모습으로 나오지만, 그가 하는 말은 가볍게 웃고 지나칠 수 없을 만큼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고시공부를 하는 해피엔딩, 그러나 그의 말은 즐겁지만은 않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도서관에서 고시공부를 하는 해피엔딩, 그러나 그의 말은 즐겁지만은 않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엄마,정말 고마워요.

엄마가 날 종합학원에 보내 집을 여관으로 생각하게 하고, 친구들은 경쟁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해 1년 내내 아웃사이더처럼 죽어지내게 하고,

영화와 책에 대한 얘기는 수능엔 안 나온다며 막는 바람에 아직도 왕의 남자가 최신영화인 줄 알고, 직업은 수능 치고 난 다음에 결정해도 된다는 말에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지만, 일단은 명문인 학과에 지원하게 한 덕분에 이렇게 꿈으로만 꾸었던 명문대의 도서관에 있어요.

하지만 엄마,

막상 공부만 하면 모두가 천재로 추켜세웠던 고3생활이 끝나고 나니 뭘 해야 할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좋아하는 것도, 적성에 맞는 것도 없고, 교과서를 외우는 것 외엔 잘 할 줄 아는 것도 없어요. 아니, 있긴 한 것 같은데,전혀 모르겠어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그것 때문인지, 이력서를 써서 여기저기 인턴 채용 공고에 지원서를 넣었는데도 서류전형 통과 연락조차 오질 않네요.

그렇지만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전 명문대 학생이잖아요.

저도 남들처럼, 학과 따윈 신경 쓰지 않고 고시공부에 전념하기로 했어요.

물론 학교엔 고시에서 몇 번이고 낙방해 나이가 아버지뻘인 선배도 있지만, 전 괜찮을 거 에요.

학문만을 위해 태어난 천재 친구들도 잔뜩 있지만,

저도 일단 서울대의 학생이잖아요? 자격은 같을 거 에요.....아마.

어쨌든 엄마, 정말 고마워요.

내일쯤에 수건과 갈아입을 옷을 챙기러 집에 들를게요. 고시원은 이미 세달치를 끊어 놨어요.

엄마의 자랑스러운 명문대 학생 딸내미가

이 가상 게임을 쓴 블로그 주인은 “'공부만 잘하면 성공하다'는 뒤틀린 인생관을 강요하는 부모님, 프린세스 메이커처럼 딸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학교·학원만 보내면 되는 듯한 시스템을 고수하는 교육당국, 무엇보다도 짜여진 스케줄에만 맞춰 생활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즐기는 것을 잊어버린채 지내는 학생들의 잘못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이 고3 메이커를 본 네티즌은 “재미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생활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 같아, 보는 동안 안타까웠다”라며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의견도 많았다.

한편, 현재 이 글은 네이버 메인 페이지의 ‘요즘 뜨는 이야기 코너’에 소개되어 많은 고등학생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지혜진 기자 mirokulove3@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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