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나도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다”

등록 2007-05-11 14:48

초등학교때부터 사교육 등 학업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담은 이라는 영상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초등학교때부터 사교육 등 학업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담은 이라는 영상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교육청소년] 2007, 대한민국에서 초딩으로 산다는 것
“내가 지금 잊고 싶은 두려움은....( )이다.”

“우리 가족이 나에 대해서...( ).”

“나의 가장 큰 결점은...( )다.”

“언젠가 나는...( ).”


초등학생들 다음 문장을 어떻게 완성시킬까?

최근 EBS의 ‘지식채널e’에서 제작한 <2007, 대한민국에서 초딩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동영상이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다. ‘초등학생 사교육 열풍과 우리교육의 폐해’를 지적한 영상은 5월 초 방송된 이후 동영상 공유사이트와 포털사이트 동영상 게시판 등으로 옮겨지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예영이(가명)는 학원에서 시험을 보면 영어는 항상 100점을 받는데, 수학은 꼭 한두개가 틀린다. 그래서 12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싶었다. 그런데 엄마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차마 그러지 못했다.

초등학교도 입시경쟁의 전쟁터로, 10명 중 9명 과외

서울지역 초등학교 4~6학년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10명 중에 9명이 과외를 한다. 평균 3.13개의 과목을 배우고 있으며 하루에 2시간 27분을 사교육을 받고 있다. 그런데 과외시간이 5시간이 넘는 학생들 중 38.6% 는 ‘이유없이 아플 때가 많다’고 해 과도한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충격적인 것은 “자살 욕구를 경험해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약 27%의 초등학생들이“그렇다”고 답했고, 53.3%는 가출충동을 느꼈다는 사실이다. 자살을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는 ‘성적 문제’였다.

한편 학생들의 10명 중 7명은 ‘학교 가기 싫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학원에서 이미 배운 것을 똑같이 반복해서(18.3%)’라고. 강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수업 중 아이들이 갸우뚱한 표정을 짓더니 ‘왜 그렇게 어렵게 가르쳐주세요? 그냥 공식만 알려주세요’라고 했다”며 허탈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학교와 학원에서 반복되는 학습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학생들은 웃음을 잃어가고 있다. 부모와 대화하는 시간은 고작 하루 30분, 친구들과 뛰놀 시간도 없이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학원으로 가는 차에 오른다. 가정을 떠나 첫 사회에 발을 내딛은 학생들을 맞은 것은 성적지상주의로 찌든 전쟁터 그 자체였다.

이들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이다. 소아청소년 정신과 의사는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행동 정서 장애를 앓는 아이들 대다수는 게임에 깊게 빠져 있는 실정이다”고 말한다. 소위 사이버 공간에서 악플 등 무례한 행동을 일삼는 사람을 지칭하여 ‘초딩’이라고 비하하지만, 현실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한 초등학생이 초딩이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르겠다.

실제 평범한 초등학생이 완성한 문장이다. 성적과 공부에 대한 강박관념이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실제 평범한 초등학생이 완성한 문장이다. 성적과 공부에 대한 강박관념이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나도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은 입시의 압박에 시달리는 고3의 항변으로 여겨왔지만, 이제는 초등학생까지 체감하게 됐다. 2006년 2월 인천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자기방 문고리에 도복 끈을 묶고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학원을 조금만 다녔으면 좋겠다”는 아이의 바람은 결국 죽음을 통해 이뤄졌다.

영상은 학업 부담으로 자살한 어느 초등학생의 “나도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다”는 유서 내용으로 끝을 맺었다.

이렇듯 학생들은 ‘시험점수’를 가장 잊고 싶은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고, 자신의 가장 큰 결점은 공부를 못하는 것이라고 자책을 하고 있다. 청소년은 ‘꿈을 먹고 자란다’고 하지만, 모든 가치의 기준이 공부를 잘하느냐, 못 하느냐가 돼버린 현실에서 꿈이 무엇인지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영상이 주는 메시지는 비단 초등학생의 문제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초등학생까지 학업스트레스에 시달려 자살하는 우리사회 교육의 위기를 경고한다고 해석하는 게 맞을 듯 하다.

비슷한 예로 2005년 네티즌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며 지금까지 인터넷 사이트에 유포되고 있는 ‘나는 대한민국 청소년입니다’라는 스토리보드를 들 수 있다. 사진을 엮어만든 스토리보드는 친구들과 놀기 좋아하고, 연예인에 열광하고 예쁜 사랑도 해보고픈 평병한 청소년이지만, ‘대한민국’의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입시 앞에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담고 있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2007, 대한민국에서 초딩으로 산다는 것>영상을 본 기성세대들은 “우리가 어릴 때는 많이 뛰어 놀았다. 하지만 요즘에 공부에 너무 시달리고 있다. 인성교육을 배우는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부모의 욕심이 자녀를 힘들게 한다. 아이가 정말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없으면 성적 오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인터넷 카페게시판에서 ‘이삭’님은 “보고 나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이제 9살인 아이가 ‘아파트 12층에서 뛰어내리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사회는 대체 어떤 세상인 걸까. 제 아들도 매일같이 ‘학교가 싫다, 내 스트레스의 90퍼센트는 다 학교 때문이다’ 하는데 들을 때마다 가슴이 저리는 말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라고 한탄했다.

김지훈 기자 news-1318virus@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