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입시경쟁교육 때문에 자살한 학생들을 위한 추모제에서 한 청소년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 민중의소리
[교육청소년] 내신등급제, 죽음의 트라이앵글… 저주받은 89년생의 비애
2005년, 자신들은 정육점의 돼지고기가 아니라며 “내신등급제는 3년 동안 12번 수능을 보는 것과 같다”고 절규하던 저주받은 89년생은 3년이 지난 지금도 교육부-대학의 기(氣)싸움에 휘둘리고 있다. 내신점수 0.1점에 노트필기도 안보여주고 여러 명의 친구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냈지만 막상 수능이 코앞에 다가오자 악을 쓰고 받았던 내신이 무용지물이 되게 생겼다.
최미연(고3)양은 그야말로 ‘저주받은 89년생의 비애’를 절감했다. ‘죽음의 트라이앵글(내신-본고사-논술)’얘기 나올 때만 해도 체감이 덜했지만, 수험생이 되고나니 ‘3년 동안 교육 불안이 많아 힘들었고, 친구들도 유난히 많이 죽었구나’라고 돌이켜본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도입된 내신등급제, 점수를 9등급로 나눠 상대 평가하는 이 제도는 바로 옆에 친구를 적으로 만들었고, 중간·기말고사 기간에는 자살소식이 잇따랐다.
내신 챙기기도 버거운 학생들은 논술비중을 강화한다는 대학의 발표에 사교육 시장에 떠밀렸고, ‘대학별 고사’로 포장된 본고사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했다.
그런데 수능을 불과 4월 남짓 남겨두고, 내신 실질반영률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니. 내신에 목숨 걸게 할 때는 언제고, 교육부가 무책임하기만 하다. 기말고사에서 수학문제 두 개 틀렸다고 서럽게 울던 친구가 그렇게 미울 수 없었는데, 이제 와서 내신4등급까지는 동점 처리하겠다고 한다. 대입에서 학생부 성적 50%반영을 호언장담했던 교육부는 대학의 막무가내 밀어붙이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최미연 양은 “학생들이 죽어 나가든 말든 공부 잘하는 학생 뽑겠다는 대학의 태도가 너무 뻔뻔하고 잔인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올해 "자신들은 2008입시안의 실험용 쥐였다"면서, 먼 훗날 자신의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참 씁쓸하고 우울할 것 같다고 밝혔다. “공부를 열심히 한 건 아니었지만, 친구들과 놀 때도 내 발목을 잡은 건 성적과 대입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획일화 된 교육에서는 좋은 대학가서 취업 잘 하는 게 최고의 가치가 되고 있다. 꿈을 키워야 할 나이에 친구관계에서도 손익을 따져 계산하고, 공부를 못하면 패배자라는 낙인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21세기 시대에 살았나’ 부끄러울 정도다." 김지훈 기자 news-1318virus@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그런데 수능을 불과 4월 남짓 남겨두고, 내신 실질반영률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니. 내신에 목숨 걸게 할 때는 언제고, 교육부가 무책임하기만 하다. 기말고사에서 수학문제 두 개 틀렸다고 서럽게 울던 친구가 그렇게 미울 수 없었는데, 이제 와서 내신4등급까지는 동점 처리하겠다고 한다. 대입에서 학생부 성적 50%반영을 호언장담했던 교육부는 대학의 막무가내 밀어붙이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최미연 양은 “학생들이 죽어 나가든 말든 공부 잘하는 학생 뽑겠다는 대학의 태도가 너무 뻔뻔하고 잔인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올해 "자신들은 2008입시안의 실험용 쥐였다"면서, 먼 훗날 자신의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참 씁쓸하고 우울할 것 같다고 밝혔다. “공부를 열심히 한 건 아니었지만, 친구들과 놀 때도 내 발목을 잡은 건 성적과 대입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획일화 된 교육에서는 좋은 대학가서 취업 잘 하는 게 최고의 가치가 되고 있다. 꿈을 키워야 할 나이에 친구관계에서도 손익을 따져 계산하고, 공부를 못하면 패배자라는 낙인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21세기 시대에 살았나’ 부끄러울 정도다." 김지훈 기자 news-1318virus@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