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 믹키유천 생일파티에 참여한 팬클럽 회원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교육청소년] 무엇이든 같이 하는 게 좋은 10대들의 막강 파워
소녀들의 커다란 함성으로 을지로가 들썩인다. 10대의 연인, 인기가수 ‘동방신기’의 멤버 ‘믹키유천’의 생일기념 영상회가 열리는 극장은 소녀들로 꽉 들어찼다. 이들은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각자 준비해온 플래카드를 들고, 자신이 소속된 팬클럽의 명함을 돌리며 홍보하기에 정신이 없다. ‘믹키유천’이 행사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팬들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즐겁다. 그들은 좋아하는 연예인의 영상을 함께 보고, 스타를 평가하면서 소통하고 교감하고 있음을 느낀다.
우리가 움직이면 세상이 들썩인다
팬클럽은 스타마케팅에서 더 이상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과거 팬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던 팬클럽과 달리, 최근에는 연예기획사의 철저한 기획에 따라 움직인다. 팬클럽 창단 뿐 아니라 각종 행사와 이벤트, 팬클럽 관리 등에 기획사가 직접 개입한다. 이른바 ‘레인보우 포켓’이라 불리는 10대 소비전략을 스타마케팅과 적절하게 조합해 팬클럽 문화를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10대 청소년의 활동을 보면 팬클럽을 단순히 기획사의 마케팅 전략으로만 볼 수 없다. 한 예로 유명 포털 사이트 내 동방신기 팬카페 회원 수는 80여 만 명에 육박한다. 작은 도시 하나를 구성할 만한 인원이다. 팬클럽마다 차이는 있지만 회원의 약 90% 이상이 청소년이고, 이 중 여성은 약 95% 정도 차지하고 있다.
10대 팬클럽은 기성세대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치밀한 조직력을 갖추고 활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스타에 대한 호감과 관심은 대중스타의 상품가치를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맹목적 숭배에 가까운 팬 문화, 온갖 부정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10대 팬클럽은 대중문화의 거대한 조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주말 오후 공개방송이 열리는 방송국 앞, 여학생들은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긴 행렬로 방송국 일대를 점령하고 있다. 그들은 이미 인터넷 팬카페를 통해 전체 공지를 내리고, 장소와 물품까지 준비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팬들은 서로 사는 지역이나 학교성적은 다르지만 같은 연예인을 좋아한다는 공감대로 뭉쳤다. 집단생활에 능숙한 학생들은 금세 거대한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익혔다. 물론 공식팬클럽은 해당 연예인의 소속사가 운영과정에 개입하기도 하지만 그 수치는 전체 팬클럽의 수와 영향력을 봤을 때 극히 미비한 수준이다. 누가 ‘요즘 아이들’을 이기적이고 개인적이라 말하는가.팬클럽의 조직적 활동과 집단력은 가히 놀랄 만하다. 그들은 우리 사회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창조적이고 거대한 힘을 발휘한다. 수 천 수 만의 청소년들이 자기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광경은 기성세대를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청소년은 팬클럽이라는 지나치게 상업적 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소통하고 움직인다. 또 그 안에서 ‘집단’을 배우고 그들의 힘을 확인한다. 스타와 연애하기 “마음 주고 선물하고……. 정말 사랑하는 거죠” 그러나 공식 팬클럽 활동만으로는 스타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쉽지 않다. 그래서 공식 팬클럽의 규모가 커질수록 팬들은 일종의 ‘파’를 형성한다. 같은 ‘파’에 속한 팬들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서로의 일상과 스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또한 오프라인에서 스타를 함께 응원하고, 공연 시간을 기다리며 새로운 관계를 맺어간다.
‘동방신기’ 팬클럽 회원인 박다혜(18) 양은 “함께 동방신기 오빠를 보러 다니고, 활동하는 시간이 많으니까 소속감이 생겨요. 소속이 있으니까 든든하기도 하구요. 이렇게 친해지다 보면 서로의 고민까지도 다 얘기하게 되요. 평소 메신저와 인터넷카페에서 자주 만나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처음 만나도 어색하지 않아요.”라고 설명했다.
팬클럽 내 형성된 끈끈한 ‘파’는 자체로 영상콘서트를 열고, 스타들의 홍보물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스타와 가까워질 수 있다.
그들은 팬클럽 활동을 하면 스타와 연애하는 것 같아 좋단다. 연예인을 보면서 나도 저런 이성친구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 팬들은 좋아하는 연예인을 단지 우상으로서가 아닌 연인처럼 열렬히 사랑한다. ‘그 사람’ 때문에 가슴 아파하고, ‘그 사람’ 때문에 울고 웃는다. 또한 ‘그 사랑’ 덕택에 상처를 딛고 성숙해진다고 말한다. 다만 특이한 점은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스타라는 사실.
이들을 ‘빠순이’라는 한마디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즐겁고 흥분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 아닌가.
“오빠를 위해서라면 밥값 정도는 아깝지 않아요.”
스타를 연애대상으로 여기는 팬들은 스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팬클럽의 인원수만큼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스타에게 특별한 존재로 각인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고가의 명품 선물. 편지나 건강식품처럼 흔한 선물대신 고가의 선물로 스타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요즘에는 스타도 자기가 받고 싶은 선물을 거리낌 없이 밝히는 추세이니 명품선물은 사랑하는 오빠에게 ‘소중한 팬’으로 기억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인기가수 손호영이 팬들이 선물해 준 1천만 원 대의 작곡기계를 받고 기뻐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 된 적 있다. 이밖에도 팬들은 수백 수 천 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오디오, 노트북, PDA, 오토바이, 냉장고 등을 선물한다. 그야말로 손수 쓴 팬레터로 소녀의 마음을 전하는 시대는 갔다.
한편 개인이 부담할 수 없는 고가의 선물일 경우 팬클럽 내 소모임에서 돈을 모으기도 한다. 이때 10대 팬들은 '밥 한번 굶고 3천원이라도 내야겠다'는 각오로 선물을 사는데 동참한다. 실제 3천 원 이상의 돈을 내지만, 팬들의 의지는 밥값을 아껴서라도 오빠를 기쁘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가장 어려울 때 내게 힘을 준 사람은 스타, 그래서 스타에게 전부를 건다
10대들의 넘치는 스타사랑이 때로는 지켜보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부모에게 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그들의 행동. 하지만 왜 그들이 스타에게 맹목적인 정성을 기울이는지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박다혜(18) 양은 자신이 가장 어려울 때 힘을 준 사람은 스타라고 말한다.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마땅히 풀 곳이 없잖아요. 가장 어렵고 힘들 때 내게 힘을 준 사람은 좋아하는 스타였어요. 그래서 이 한 가지에 전부 걸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스타와 만나다 보면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마음까지도 느낄 수 있어요”
10대는 소통에 대한 열망, 문화적 감수성이 누구보도 큰 세대다. 하지만 그들이 생활하는 학교와 가정은 지극히 폐쇄적이고 일방적일 뿐이다. 그들의 열정을 채워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실적으로 청소년이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는 통로는 대중문화이다.
무엇이든 같이 하는 게 좋은 10대들의 막강 파워, 팬클럽
고도로 상업화된 대중문화는 이를 추종하는 소비층을 만든다. 또 그 안에는 거대 스타시스템이 존재한다. 그런 까닭에 청소년들이 대중문화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만 한다는 비판과 우려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청소년의 입장에서 보자.
그들은 단순히 팬클럽에 가입하고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자기 스스로 스타를 만들고 키운다. 내 인생, 내 꿈, 어느 것 하나 진지하게 고민 할 수 없는 현행 교육제도 안에서 스타에 대한 사랑은 청소년에게 희망을 준다.
공동체보다 개인의 이익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청소년은 팬클럽을 통해 강한 공동체를 지향한다. 그것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은 과장된 억측일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10대 팬이 수천 수만의 병력을 부르고, 80만을 넘는 조직을 유지해갈 수 있을 만큼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 길에서 그들은 함께 웃고 함께 울며 자신의 해방구를 지켜나가고 있다. 언젠가 이들의 에너지와 열정이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선가 발휘될 거라 생각하면 무섭고 또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윤수근 기자 bbom@magicn.com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10대 팬클럽은 기성세대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치밀한 조직력을 갖추고 활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스타에 대한 호감과 관심은 대중스타의 상품가치를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맹목적 숭배에 가까운 팬 문화, 온갖 부정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10대 팬클럽은 대중문화의 거대한 조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주말 오후 공개방송이 열리는 방송국 앞, 여학생들은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긴 행렬로 방송국 일대를 점령하고 있다. 그들은 이미 인터넷 팬카페를 통해 전체 공지를 내리고, 장소와 물품까지 준비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팬들은 서로 사는 지역이나 학교성적은 다르지만 같은 연예인을 좋아한다는 공감대로 뭉쳤다. 집단생활에 능숙한 학생들은 금세 거대한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익혔다. 물론 공식팬클럽은 해당 연예인의 소속사가 운영과정에 개입하기도 하지만 그 수치는 전체 팬클럽의 수와 영향력을 봤을 때 극히 미비한 수준이다. 누가 ‘요즘 아이들’을 이기적이고 개인적이라 말하는가.팬클럽의 조직적 활동과 집단력은 가히 놀랄 만하다. 그들은 우리 사회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창조적이고 거대한 힘을 발휘한다. 수 천 수 만의 청소년들이 자기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광경은 기성세대를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청소년은 팬클럽이라는 지나치게 상업적 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소통하고 움직인다. 또 그 안에서 ‘집단’을 배우고 그들의 힘을 확인한다. 스타와 연애하기 “마음 주고 선물하고……. 정말 사랑하는 거죠” 그러나 공식 팬클럽 활동만으로는 스타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쉽지 않다. 그래서 공식 팬클럽의 규모가 커질수록 팬들은 일종의 ‘파’를 형성한다. 같은 ‘파’에 속한 팬들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서로의 일상과 스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또한 오프라인에서 스타를 함께 응원하고, 공연 시간을 기다리며 새로운 관계를 맺어간다.
MC몽 팬클럽 중 하나인 ‘오기파’. 이들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서로의 일상과 스타 정보를 공유한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손호영이 자신의 콘서트에서 한 명의 팬을 위한 이벤트를 열었다. 팬들은 스타를 향해 “가장 어려울 때 힘을 준 사람”이라고 말한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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