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창간24돌 특집] 한국의 CEO
일밖에 모른다? 50점짜리 ‘시이오’군요
일밖에 모른다? 50점짜리 ‘시이오’군요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은 오전 7시30분이면 회사에 도착한다. 아침 시간을 차량이 가득한 길거리에서 보내고 싶지 않아서다. 그는 출근 후 커피 한잔을 마시며 태블릿피시로 주요 일정을 확인하고, 이메일과 신문기사를 체크한다. 이 순간을 지 사장은 “하루를 여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고 했다.
8시 출근, 저녁 7시전 퇴근
9시 이후에는 가족과 함께
주말·휴가도 ‘재충전 시간’ 대한민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아침형 인간’이다. 오전 5시30분이면 일어나 8시가 되기 전에 사무실에 앉는다.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더라도, 전날 밤 과음을 했더라도 출근시간이 달라지는 일은 거의 없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몸에 밴 습관이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먼저 홍보실에서 보고한 신문 스크랩을 읽는다. 우리 회사와 경쟁사의 소식을 한눈에 알 수 있어서다. 또 주요 일간지를 훑어보며 20~30대의 트렌드를 살피고, 맘에 드는 기사가 보이면 비서에게 지시해 따로 스크랩하도록 한다. 그러고 나서 <블룸버그 통신>이나 <시엔엔>(CNN) 등 외신을 보며 지난밤 국외에서 발생한 중요한 사건을 살핀다. 세계시장의 변화가 회사 경영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이다. 오전 9시부터 우선순위에 따라 업무보고를 받는다. 업무별로 대략 30분에서 1시간가량 진행되는데, 시이오는 평균 하루에 총 5시간 정도 보고를 받는다. 보고를 위한 보고나 형식에 얽매인 보고는 싫어한다. 핵심을 짚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는 실리적인 보고를 선호한다. 오후에는 주로 회의가 잡히는데,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서 될 수 있는 한 미루지 않고 그 자리에서 결정한다. 하지만 회사의 미래를 정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사무실에 혼자 앉아 고요히 자신과 대화하거나, 가상의 멘토와 이야기를 나눈다. ‘내 곁에 그가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줄까’ 곱씹으며 직관력과 통찰력을 발휘한다. 또 원칙과 근본이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명상의 시간을 통해 스스로 감정을 통제하고 자신감을 얻는다. 식사시간 이용 사내외 소통
메모습관·빠른 답메일 ‘기본’ 점심시간은 ‘소통의 시간’이다. 사람을 통한 정보교류를 하고, 친밀감을 쌓기에 가장 좋은 기회다. 그래서 웃고 떠들며 밥 먹는 것은 소비가 아니라 생산적인 경영활동이 된다. 대개 사내 임직원이나 외부 인사들과 점심을 먹는데, 대략 6 대 4 비율이다. 사내 약속은 주로 현장 직원들과 팀별로 묶어서 하는데, 서로 경험을 공유하며 자극을 주고받는 소중한 시간이다. 지방 사업장도 한달에 한번씩은 방문하고 있다. 특히 직원들의 상가는 빠지지 않으려고 시이오가 노력하고, 가끔은 아내와 함께 지방 상가에 참석한다. 대화할 때 시이오는 80%를 듣고 20%를 얘기하려 한다. 요즘처럼 다양한 사회에서 남의 얘기를 들을 수 없는 리더는 시이오로서 자격이 없다. 특히 좋은 의견이 있으면 바로 수첩을 꺼내 메모한다.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아이디어를 담아두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지만 수첩 속에 적어 놓으면 열매를 맺는다. 시이오가 되고 싶으면 지금 당장 수첩부터 준비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부분의 시이오는 ‘메모 마니아’이다. 시이오는 이메일도 자주 체크하고, 회신이 매우 빠르다. 이메일은 오탈자가 없고 짧고 간략해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쓴다. 시간이 없으면 ‘수신을 확인했다’는 답신이라도 꼭 보낸다. 빠른 회신이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맺는 디딤돌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다. 퇴근시간은 7시를 넘지 않는다. 퇴근이 늦으면 임직원들이 부담스러워하는데다, 시이오는 대부분 야근을 하지 않는다. 갑작스레 임직원을 저녁에 호출하는 일도 하지 않는다. 근무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면 야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저녁 약속이 있더라도 2차는 가지 않는다. 9시쯤이면 끝내고 귀가한다. 중요한 결정 앞두곤 ‘명상’
독서는 한 주제 ‘파고들기’ 아무리 회사에 어려운 일이 있어도 집에 들어갈 때는 웃는다. 회사 걱정을 집으로 옮기지 않아야 몸도 마음도 쉴 수 있어서다. 주말에도 마찬가지다. 일주일 중에 닷새는 개미처럼 일하고, 이틀은 완전히 비워버린다. 주로 가족과 함께 주말을 보내는 것이다. 가까운 공원을 산책하고, 영화를 관람하고, 유명한 맛집도 찾는다. 세상과 호흡하기 위해서 인기있는 드라마나 개그콘서트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챙겨 본다. 골프는 한달에 한번 정도만 친다. 여름휴가도 확실하게 간다. 1주일이든 2주일이든 충분히 쉬고 돌아온다. 비워야 채울 자리가 생기고, 재충전이 가능하다. 시이오로 장수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다만, 만일을 대비해 국내에 머무는 걸 원칙으로 한다.
시이오는 바쁘지만 절대로 일정에 쫓기지 않는다. 시계를 연방 쳐다보며 상대방에게 바쁘다고 말하지 않고, 비서가 전해준 쪽지를 보며 다음 일정에 끌려가지 않는다. 시간을 스스로 통제해서다. 비서가 있지만 주요 일정은 직접 기록하고 약속을 잡을 때도 무리하게 일정을 끼워넣지 않는다. ‘시간의 여백’이 시이오의 판단력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 시간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고 믿고, 자투리 시간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차량으로 이동할 때는 신문과 책을 반드시 챙기고, 짬짬이 이메일을 보내며, 가족에게 전화해 하루 일과를 얘기한다. 잦은 저녁 약속과 출장에도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경영자로 일할 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에 책을 봤다고 한다. 회사 건물의 승강기가 느려서 한달에 한두권은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바쁜 일정에도 시이오는 1년에 수십권의 책을 읽는다. 시이오의 사무실에 가면 책상 위에 신간들이 수북이 쌓여 있고, 차량에 잡지들이 여러 권 꽂혀 있다. 경영학은 물론이고 인문학·소설 등 다방면의 책을 널리 읽는다. 유연한 마인드와 균형감각을 기르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넓은 독서가 필요하다. 다만, 다독이나 정독이라는 독서방법에 얽매이지 않고 한 주제를 깊이 파고들어 자기 것으로 체화한 뒤에야 다른 분야로 넘어가는 책읽기를 택한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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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습관·빠른 답메일 ‘기본’ 점심시간은 ‘소통의 시간’이다. 사람을 통한 정보교류를 하고, 친밀감을 쌓기에 가장 좋은 기회다. 그래서 웃고 떠들며 밥 먹는 것은 소비가 아니라 생산적인 경영활동이 된다. 대개 사내 임직원이나 외부 인사들과 점심을 먹는데, 대략 6 대 4 비율이다. 사내 약속은 주로 현장 직원들과 팀별로 묶어서 하는데, 서로 경험을 공유하며 자극을 주고받는 소중한 시간이다. 지방 사업장도 한달에 한번씩은 방문하고 있다. 특히 직원들의 상가는 빠지지 않으려고 시이오가 노력하고, 가끔은 아내와 함께 지방 상가에 참석한다. 대화할 때 시이오는 80%를 듣고 20%를 얘기하려 한다. 요즘처럼 다양한 사회에서 남의 얘기를 들을 수 없는 리더는 시이오로서 자격이 없다. 특히 좋은 의견이 있으면 바로 수첩을 꺼내 메모한다.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아이디어를 담아두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지만 수첩 속에 적어 놓으면 열매를 맺는다. 시이오가 되고 싶으면 지금 당장 수첩부터 준비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부분의 시이오는 ‘메모 마니아’이다. 시이오는 이메일도 자주 체크하고, 회신이 매우 빠르다. 이메일은 오탈자가 없고 짧고 간략해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쓴다. 시간이 없으면 ‘수신을 확인했다’는 답신이라도 꼭 보낸다. 빠른 회신이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맺는 디딤돌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다. 퇴근시간은 7시를 넘지 않는다. 퇴근이 늦으면 임직원들이 부담스러워하는데다, 시이오는 대부분 야근을 하지 않는다. 갑작스레 임직원을 저녁에 호출하는 일도 하지 않는다. 근무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면 야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저녁 약속이 있더라도 2차는 가지 않는다. 9시쯤이면 끝내고 귀가한다. 중요한 결정 앞두곤 ‘명상’
독서는 한 주제 ‘파고들기’ 아무리 회사에 어려운 일이 있어도 집에 들어갈 때는 웃는다. 회사 걱정을 집으로 옮기지 않아야 몸도 마음도 쉴 수 있어서다. 주말에도 마찬가지다. 일주일 중에 닷새는 개미처럼 일하고, 이틀은 완전히 비워버린다. 주로 가족과 함께 주말을 보내는 것이다. 가까운 공원을 산책하고, 영화를 관람하고, 유명한 맛집도 찾는다. 세상과 호흡하기 위해서 인기있는 드라마나 개그콘서트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챙겨 본다. 골프는 한달에 한번 정도만 친다. 여름휴가도 확실하게 간다. 1주일이든 2주일이든 충분히 쉬고 돌아온다. 비워야 채울 자리가 생기고, 재충전이 가능하다. 시이오로 장수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다만, 만일을 대비해 국내에 머무는 걸 원칙으로 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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