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 사주 간택에 의존
국외선 ‘승계 계획’ 따라 움직여
삼성, 3년 전부터 사장 예비교육
국외선 ‘승계 계획’ 따라 움직여
삼성, 3년 전부터 사장 예비교육
미국 금융가에선 지난해 10월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 사망이 애플의 위기로 이어질 거라는 비관론자가 득세했다. 그만큼 애플에 대한 잡스의 영향력이 크다는 방증이지만, 동시에 애플이 ‘잡스 이후’를 제대로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팀 쿡이 잡스의 바통을 이어받아 애플은 현재 순항하고 있지만, 당시 논란은 ‘최고경영자(CEO) 승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켰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최고경영자 승계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경우다. 국외 기업은 물론 국내 대표 기업들도 지이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 왔다. 현직 최고경영자인 제프리 이멀트나 전임자 잭 웰치는 지이의 ‘승계 플랜’에 따라 체계적인 최고경영자 승계 절차를 밟은 인물들이다.
이멀트의 경우만 보면, 1994년 6월 지이는 만약의 위기에 대비해 시이오 후보군 육성 프로그램을 수립했고, 이사회 소속 엠디시시(MDCC·경영 발전 보상 위원회)는 최고경영자 후보군 24명을 선발했다. 이후 2년간에 걸쳐 후보자에 대한 이사회의 심층 인터뷰와 평가 등을 통해 다시 후보가 8명으로 압축됐고, 다시 3~4년에 걸쳐 직무 순환 교육과 경영 능력 평가가 진행되면서 후보군이 3명으로 압축됐다. 총 6년5개월에 걸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멀트가 최종적으로 최고경영자로 선정됐다.
배성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이를 포함해 피앤지(P&G)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잠재력이 있는 인재를 최고경영자로 양성하는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며 “승계 계획은 단순히 기업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경영자의 경영이념이나 가치관 등 무형자산을 후계자에게 전수하는 중요한 프로세스”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고유한 승계 계획을 갖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삼성과 현대차, 에스케이(SK), 엘지(LG) 등 주요 대기업들이 사주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만큼, 최고경영진 구성이 사주의 ‘간택’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최근 몇 해 사이에 새로운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은 3년 전부터 해마다 그룹에서 사장 후보군을 10명 안팎 선정해 사장 예비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엘지그룹도 시이오 후보군 100여명을 선발해 고위 경영진의 코칭이나 사업 전반 경험을 위한 직무 순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오너 기업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기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좀더 승계 플랜이 꼼꼼해지고 체계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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