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국내에 번역·출간된 재독 철학자 한병철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 교수의 <피로사회>는 철학책으로는 이례적으로 한 달 만에 1만5000여부가 팔려나가는 등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런 뜨거운 관심의 배경에는 책 자체의 주장이나 내용이 무엇인가를 떠나, ‘피로사회’라는 말 자체에 대한 사람들의 깊은 공감이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그런 공감은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되던 ‘나의 피로한 삶’이 실은 개인이 끌어안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풀어야 할 문제라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에서 비롯한다.
특히 압축적인 근대화 과정을 겪은 우리 사회는 그동안 ‘일하는 것’을 가장 훌륭한 가치로 떠받들었던 데 반해, 일이 가져오는 피로와 고통은 ‘각자의 몫’으로 내팽개쳤다. 또 1990년대 후반부터 우리 사회 전면에 등장한 신자유주의 흐름은 ‘무한경쟁’을 앞세워 사람들을 끝없는 ‘자기계발’의 길로 내몰았다. 그러나 중단없는 노동과 자기계발의 길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는가? 굳이 금융위기와 대량해고, 청년실업 등 사회 현안으로 범위를 넓혀보지 않더라도, 현대인들은 극도의 피로 상태에 내몰린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고 있다. 자기계발이란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자기창조 활동이라는 환상 아래서 자기 자신을 혹사하는, 착취의 새로운 작동방식일 수 있다는 깨달음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한겨레>는 창간기획으로 ‘피로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현주소와 피로사회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조명해본다. 한병철 교수와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의 독일 현지 대담을 통해 피로사회 담론을 본격 조명하고 이와 관련된 논의를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지도 모색해본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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