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동의 동서횡단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이양에 반대한다”는 미국 전직 국방장관·주한 미군사령관 얘기가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지난11일 이런 기사를 1면 머리에 실은 신문은 그 오른 쪽엔 한국 국방부가 미국에게 미제 첨단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를 한국에 팔아달라고 애원하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그 두 기사 사이에는 핀란드에 간 노무현 대통령이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게 동북공정에 유감 표명하며 적절한 조처를 요구했다는 얘기가 끼여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고구려 발해 역사만이 아니라 장차 북한 영토까지 중국에 흡수하려는 야심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괴담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동아시아 세력구조에서 북한을 일방적으로 흡수한다면 그것은 자승자박이다. 최악의 경우 중국 해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국에 붙어 있으면서도 중국이 되지 않은 과거역사가 말해주듯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직접 개입은 한민족의 엄청난 저항을 부를 것이며, 외부지원세력과 연결된 그 저항을 중국은 결코 간단히 제압할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은 신장 위구르, 티벳 등 다른 주요 소수민족들을 묶는 약한 고리들을 흔들어 중국 전체를 체제위기로 몰아갈 것이다. 옛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개입이 어떤 결과를 낳았던가. 무슬림 통일전선의 끈질긴 저항, 이를 육성·지원한 미국 등 서방세계의 전략으로 소련의 아프간 지배는 실패했으며, 그것은 뒤이은 소련 붕괴와 해체에도 기여했다.
거대 중국의 대두를 두려워하고 있는 세력들 처지에서는 오히려 중국해체로 이어질 중국의 북한 개입을 내심 고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최대 희생자는 우리민족이 되겠지만 말이다. 서방의 아프간 지원은 그쪽 지정학적 특성상 파키스탄이나 이란 등 결코 편치않은 3국들을 경유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지원기지 확보도 여의찮았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아프간과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사정은 전혀 달라진다. 중국은 자국 수도와 주요 공업기지 지척에서 남한, 그리고 미국 일본의 막대한 물량지원을 받는 게릴라세력의 지구전과 맞닥뜨려야 하며, 그것은 몽골·한민족·만주족 등이 뒤얽힌 불안정한 동북3성 민족지도를 유동화시켜 중국안보를 근본적으로 위협하게 될 것이다. 여차하면 제3차 세계대전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중국이 과연 이런 사태를 바랄까?
중국이 북한을 차지하고 한반도 분할에 동의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딱 한가지다. 그것은 구한말 때, 그리고 2차대전 종전 때 한반도 주변세력들 그랬던 것처럼 서로에게 최대이익이 되는 선에서 한반도를 적절히 나눠갖고 서로의 지분을 존중하기로 합의하는 경우다. 바꿔 말하면, 미국 일본이 거기에 동의하는 경우다.
미-소 냉전대결체제가 무너진 지 15년이 지난 지금 다시 그렇게 가고 있는 게 아닐까? 아니 그렇게 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이 땅에는 얼마나 많은가!
전시작전통제권을 남의 나라에 준 나라는 정상국가가 아니다. 남의 나라 작통권을 전직 국방장관과 주둔군 사령관들이 나서서 주니 마니 할 수 있는 나라는 식민종주국밖에 없다. 게다가 이런 언설과 관련해 자국 정부를 의심하고 종주국 전직 고관들의 ‘말씀’을 떠받드는 나라가 식민지가 아니라면 어떤 나라가 식민지인가?
미국은 성공했다. 일찌기 미국이 한반도를 두동강내고 남쪽을 차지한 이래 친일파를 친미파로 재빨리 교체한 것은 놀라운 혜안이었다.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모든 ‘한반도문제’의 출발점인 분단의 책임을 묻는 소리는커녕 도리어 ‘은혜의 나라’라고 기리는 배부른 기회주의자들의 찬가만 그득하다. ‘독도분쟁’도 장차 이 섬에 대한 중국 러시아의 간섭 가능성에 미리 쐐기를 박아두려는 일본과 미국의 사전 정지작업일지도 모르겠다. 상상이 지나친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미국은 성공했다. 일찌기 미국이 한반도를 두동강내고 남쪽을 차지한 이래 친일파를 친미파로 재빨리 교체한 것은 놀라운 혜안이었다.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모든 ‘한반도문제’의 출발점인 분단의 책임을 묻는 소리는커녕 도리어 ‘은혜의 나라’라고 기리는 배부른 기회주의자들의 찬가만 그득하다. ‘독도분쟁’도 장차 이 섬에 대한 중국 러시아의 간섭 가능성에 미리 쐐기를 박아두려는 일본과 미국의 사전 정지작업일지도 모르겠다. 상상이 지나친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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