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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주한미군 철수? 미국은 절대 안할걸

등록 2006-07-20 19:07수정 2006-07-21 16:22

한승동의 동서횡단

만일 남북한간에 긴장이 사라진다면? 말하자면 한반도 위기상황이 소멸한다면 어떻게 될까. 세계 차원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변화는 주한 미군 철수가 될 것이다. 통일 또는 정치적 통일까진 가지 않더라도 경제·문화적 통합으로 남북한이 사실상 분단해체·통일체제에 들어가면 반세기를 훌쩍 넘긴 미군의 한국주둔이 더이상 연장돼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어진다. 그런데도 미군이 한국 주둔을 고집한다면 그것은 한반도를 공식적인 식민지로 삼거나 중국과 정면대결하겠다고 선언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혹자는 미군 떠난 힘의 공백이 초래할 위험을 들어 동아시아 균형자 내지 안정자로서의 미군 주둔은 남북통일 뒤에도 필요하다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처럼 호스트국가들이 엄청난 주둔비용을 감수해가며 그들을 붙잡아둘 이유가 있을까. 중국견제가 주목적임이 뻔히 드러나버리는 통일 이후 미군 주둔이 아시아 안정을 오히려 결정적으로 해칠 것이라는 반발을 누를 만한 설득력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지, 무모하게도 중국과의 적대관계까지 감수해가며 미군 주둔을 용인할 외교감각 빵점의 간큰 이웃국가가 있을지 의문이다.

한반도에서 미군이 철수해야 할 상황이라면 주일 미군도 위험해진다. 일본이 대규모 미군 주둔을 계속 허용하는 건 바로 중국을 공개적인 적국으로 규정하는거나 같다. 물론 일본내에 미-일동맹 강화나 일체화를 부르짖는 세력도 있겠지만 중국뿐만 아니라 자칫 아시아 전체와도 대립하게 되는 상황을 일본 여론이 언제까지나 수용하리라고 볼 근거는 미약하다. 지금은 중국과 조선이 몰락하던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반처럼 ‘탈아입구’나 ‘탈아입미’를 내세워서는 일본 장래에 승산이 없는 시대가 됐다.

한국·일본 주둔이 여의치 않게 되면 미군은 결국 괌이나 하와이의 먼 태평양 한복판 자국령까지 자국 안보·이익선을 후퇴시킬 수밖에 없게 된다. 이건 자국과 세계의 명운이 걸려 있는 유라시아대륙 정세 주도권 장악을 자국 대외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용인하기 어려운 치명타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유일 초대국으로서의 패권적 지위를 급속히 상실하게 될 것이다.

거꾸로 얘기하면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를 필사적으로 막아야 한다. 그래야 주일미군도 무사하게 된다. 세상에 그토록 엄청난 미군주둔 비용을 거의 몽땅 대주면서까지 대접하고 미국 세계전략에 충성하면서 말 잘듣고 유능한 나라들, 군침도는 시장까지 지닌 나라들이 지구상에 한국 일본 빼고 달리 어디 있단 말인가?

주한 미군 철수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반도에 긴장이 존재해야 한다. 북한이 언제 남침할지 모른다는 신화가 항상 살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주일미군도 무사하고 일본 자위대를 미국 세계전략 수행에 필수적인 ‘전쟁부대’로 동원하기 위한 일본 평화헌법 제9조, ‘일본국은 군대 보유와 교전행위를 포기한다’는 규정을 폐기하도록 공작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 유럽의 영국, 동아시아의 일본과 더불어 세계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

1998년 8월 북한이 미사일 발사시험을 했을 때 그것을 ‘대포동 발사’로 단정하고 대대적인 반북 캠페인을 시작한 이래, 핵 개발, 일본인 납치문제, 마약거래, 인권문제, 그리고 다시 2006년 미사일 위기에 유엔 결의안이 채택되기에 이르기까지, 이 끊임없는 의혹과 긴장조성 소동들과 미국 일본 우파들의 움직임의 상관관계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개성공단이 성공하면 누가 가장 득을 보고 누가 가장 난처해질까? 한미FTA와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보도 그런 맥락에서 살펴보는 게 지금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복잡한 동아시아 정세 이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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