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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자위대 한국파병 “노”라고 할수 있을까

등록 2006-07-06 19:23수정 2006-07-07 14:47

한승동의 동서횡단

한국 국방연구원 연구원들이 지난 5월에 낸 ‘동북아정세 분석보고서’에서 “한반도 유사시 미-일이 통합작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건 오해”라고 지적했다는데, 그 근거로 든 것이 1997년 공표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이란다. 가이드라인에는 “일본 자위대는 주일 미군이 원활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후방에서) 군수지원만 할 수 있을 뿐 작전에는 참여할 수 없다”고 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앞장서서 지지하고 파병까지 한 나라 가운데 하나가 일본이다. 원래 일본 헌법 제9조는 군대 보유와 전쟁행위를 금하고 있다. 하지만 냉전과 더불어 자위대란 이름의 군대가 등장한 이래 ‘헌법해석’ 따위의 기괴한 편법을 통해 전수방위 원칙을 깨고 최근에는 집단적 자위권 발동 불가라는 금기까지도 사실상 이미 넘어섰다. 인도양에 ‘자위’함대를 보내 미군 지원에 나서더니 이라크 현지에 육상 자위대까지 보냈다. 전쟁 당사국인 이라크내의 파병지역 사마와 일대가 ‘전투지역’은 아니라는 억지 ‘해석’을 근거로 삼았다. 전수방위 대상인 일본열도는 물론 가이드라인에서 말하는 미-일동맹 적용범위인 일본 ‘주변지역’이니 ‘극동’마저도 단번에 뛰어넘어 먼 중동지역까지 튀는 의미심장한 전례를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후방지원’이라고 주장한다.

한반도 유사시에도 미국과 일본은 ‘직접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지역’이 아니라는 요건만 충족시키면 한반도 어디든 ‘후방 미군지원’을 구실로 자위대를 파병할 수 있다. 원래 비전투지역이었을지라도 상황변화에 따라 전투지역으로 바뀔 경우 지난 몇년간 국회논란을 거치면서 점차 해석 범위를 확대해온 ‘정당방위적 자위조처’를 명분으로 현지파병 자위대원들은 직접 전투행위까지 할 수 있게 돼 있다. 사실 현대전에서 후방지원과 전투행위 가담 사이에 무슨 질적인 차이가 있나? 더우기 미 1군단사령부의 자마 이전 등 미-일 군사 일체화가 현실화하고 있는 마당에. 어차피 힘가진 자들에게 법 규정이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미국과 일본 위정자들이 일본 평화헌법 개정에 안달하는 것은 이젠 ‘해석’ 따위의 거추장스런 눈치보기도 집어던지고 제 갈 길 가겠다는 것이다. 미사일·핵 따위 ‘북한의 위협’이란 것도, 그것이 미국 일본을 그런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국 일본이 그런 방향으로 가기 위해 ‘북한의 위협’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는 게 더 사실에 가까울 수 있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파병을 한국이 거부할 수 있을까? 에너지문제 한가지만 보더라도 석유나 천연가스, 우라늄 수급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미-일 동맹체제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다. 무기체제와 수출입 물품 수송로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런 나라가 ‘아니오’를 외칠 수 있나. 예전과는 달리 상당정도 경제력을 보유한 걸 근거로 마치 한국이 국제 파워게임 무대에서 독자적 플레이어로서의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길은 두 갈래다. 그러니까 더더욱 미·일을 죽자사자 꼭 붙들고 늘어지자는 것 하나, 그리고 지나친 미·일 편중을 버리고 거래 상대를 다변화해 대안을 찾자는 게 또 다른 하나다. 역설적이게도 한국은 미·일과 일정한 거리를 두기 시작해야 그들에게 자신의 존재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들에게 매달리는 한 3류신세를 벗어나기 어렵다. 다른 건 몰라도 한-미-일 공조 일변도가 한국을 미-일동맹의 하청국가로 만들고 남북 분단을 반영구화하는 지름길이 되리라는 점만은 거의 확실하다. 그 분단선은 다시 반세기는 지속될 유라시아 신냉전체제의 최전선이 될 것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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