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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60갑자 넘은 한반도 새 순환기 왔건만

등록 2006-08-31 17:18수정 2006-09-01 14:33

한승동의 동서횡단

미 컬럼비아대 코리언 리서치 센터 소장인 찰스 암스트롱 부교수(역사)가 이렇게 말한 것은 지난해 봄이었다.

“한국이 냉전의 마지막 전초지대라는 얘기가 있지만 그건 아마 미국인들에게나 그럴 것이다. 점점 더 많은 한국인들은 그들의 냉전- 식민지 해방 직후 시작돼, 평화롭고 독립적인 통일 한국을 바라던 모든 이들의 희망을 박살내버렸던 남북 대결 -이 이미 끝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아시아 전통에서 60년은 삶의 순환(life cycle)이 한 차례 완결된 것을 의미하며, 반성과 재평가를 거쳐 세상에 꼭같은 일이 반복되진 않는다는 인식에 도달할 수 있는 세월이다. 한국인들은 이미 그 과정을 시작했다. 외부인들, 특히 미국인들은 새로운 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저팬 포커스>)

그때 이후 1년 넘게 세월이 흘렀다. 6자회담은 늪속을 헤매고 북한은 미사일 발사시험을 강행했으며, 미국과 일본은 더욱 강경해졌다. 암스트롱이 낙관했던 한국사회 변혁의 주체들은 안팎의 비난 공세속에 지지율 하락과 자중지란을 겪고 있다. 보수세력은 예정돼 있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문제를 난데없이 도마 위에 올려놓고 악을 써듯 북쪽 동족의 위협을 새삼 강조하면서 친미반북 냉전질서로 되돌아가야 나라가 산다고 외쳐대고 있다. 작통권 조기 환수를 부르짖던 늙은 국방족들과 언론은 하루아침에 말을 바꿨다. 암스트롱의 평가와 전망은 성급했나? 한반도는 다시 홀로 피냄새 진동하는 냉전의 전초지대로 복귀하고 있는가?

2000년 6월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짐으로써 한반도의 전후 역사는 다시 씌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약 8개월 뒤 등장한 미국 조지 부시 정권은 남북 접근과 거의 동시에 진행된 북-미 접근을 전면 부정하고 사태를 원점으로 되돌려 놓았다. 그것이 대중국 견제, 대일본 경사와 함께 추진된 부시 정권 한반도 정책의 거의 전부였다.

한-미 간 불화의 알파요 오메가는 바로 그것이다. 냉전 붕괴 이후 10여년만에 이뤄진 한반도의 변화를 부시 정권은 인정하려 하지 않았으며, 대중국견제와 미-일동맹 강화라는 자신의 동아시아정책 골조를 강화하는데 한반도 긴장을 이용하려 했을 뿐이다. 미국 부시 정권의 한국정부 대북정책 견제, 그로 인한 한-미 간의 알력이 설마 남북통일 등 한민족 비원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빨리 달성할 수 있느냐를 둘러싼 전략전술상의 이견 때문일까. 자국이익밖에 모르는 것은 모든 국민·민족국가들의 속성이자 운명이며, 특히 미국은 이젠 자기들 스스로도 부인하지 않는 ‘제국’의 유지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한-미 간 이견’을 끊임없이 발굴·증폭해내 모조리 자국정부 탓만 읊조리는 이땅의 일부 언론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때리더라도 최소한 정권과 정책은 구분해야 할 것 아닌가. 전작권 환수 논란이 무슨 대단한 안보상의 전략전술적 시각차라도 반영하는 듯 호도하면서 자국정부의 ‘무지몽매’를 비웃고 ‘선하고 완벽한’ 미국에 동조하는 것은 외부의 허상에 가탁한 교활한 권력추구로 비칠 수 있다.


암스트롱이 인용한 여론조사(2002년 12월, <중앙일보>) 결과를 보면 한-미관계를 좀더 대등한 것으로 재조정해야 한다는 쪽에 찬성한 비율은 20대가 62%, 30대는 72%에 달했다. 60대는 21%.

늙은 국방족들의 시대는 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일부세력이 때때로 편승하거나 부채질하는 한반도의 역풍이라는 것도 새삼스러울 게 없다. 역풍은 이미 6년 전부터 거세게 불어온 것 아닌가. 암스트롱의 말대로 60갑자 넘은 한반도는 분명 다른 순환과정에 들어갔다. 그게 뒤집을 수 없는 대세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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