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동의 동서횡단
북한 미사일 발사로 가장 득을 보는 쪽은 미국 일본 지배세력이다. 그들은 첩보위성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준비를 포착한 순간부터 언제 그 사실을 공표해야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를 면밀히 계산하다가 적당한 시기를 골라 언론쪽에 슬그머니 흘린다. 물론 이번 발사 때도 그랬다.
미국 일본 한국 기득권층의 계급적 이익을 대변하는 주류언론들이 흥분하기 시작하면 비현실적인 ‘북한 위협’론이 그럴듯하게 유포되면서 긴장이 일거에 고조된다. 동아시아의 긴장고조는 이라크 등에서 점수 잃은 부시 정권을 곤경에서 구해주고 미사일방어(MD) 등 패권질서 유지를 위한 군사강공책의 추진에 윤활유가 된다. 라이벌 중국 봉쇄전략에도 효자노릇 한다.
냉전 이후 중국과 지역패권을 다투는 일본에게 ‘북한 위협’은 미국 이상으로 고대하던 바다. 개헌과 재무장을 위해서는 없는 위협도 만들어내야 할 판이다.
그러니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내심 반기면서도 마구 비난하는 미국 일본의 언행은 얼마나 위선적인가. 핵을 개발하고 장단거리 핵탑재 가능 미사일 시험발사까지 한 인도는 두둔하는 그들의 기만을 보라. 북한이 진짜 핵을 개발했는지도 불확실하고 몇기 개발했다 한들 미국과는 도무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미국 핵공격을 자초할 뿐이며 선제공격당하더라도 북한에겐 보복수단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미국 일본이 정말 북한을 실질적 위협세력으로 간주하기나 할까. 심하게 말하면 미국 일본은 북한을 갖고 놀고 있는 게다.
북한이 우롱당하고, 그 때문에 남한도 함께 우롱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더욱 하게 만드는 요소가 또 있다. 북한이 북-미 양자대화·협상을 요구하고 그것이 어긋날 때마다 핵이나 미사일개발을 들고 나오는 것은 결국 어떻게든 미국과 수교하겠다는 것이다. 그토록 증오해마지 않는다는 ‘미 제국주의’의 승인을 받겠다는 것이 ‘핵·미사일 소동’의 최종목적이라니. 대미 비난은 ‘말로만’이고 실은 수교를 애걸하고 있다고 해야 할 판이다. ‘사탄과의 거래’ 또는 대미 투항이라고나 할까. 미·일이 시종 여유 부리며 고자세로 일관할 수 있는 것도 북한의 그런 전략을 꿰뚫어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북한은 미·일과의 수교가 체제생존을 보장하고 남한을 이길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줄 것으로 믿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 ‘사탄과의 거래’마저 불사하는 대미 수교 우선 집착에서는 동족국가 남한과의 변함없는 대결자세가 읽힌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런 기회주의적 전략은 남한과의 진정한 민족공조 없이는 배반당할 수밖에 없다. 네오콘적 사고를 지닌 미국 보수지배세력은 ‘북한위협’을 패권질서 유지에 필수적인 한반도와 동아시아 개입 구실로 이용하면서 남북 대립을 조장하고 남한의 대미·대일 예속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일본 보수우익들 또한 마찬가지며, 그들의 열망은 오히려 미국을 능가한다. 미·일 지배세력은 같은 계급적 이해기반을 지닌 남한내 보수우익 동조세력을 사주해 남북대립을 부추기며 그것은 남한내 남남대립으로 발전한다. 요코다 메구미 등 피랍인 문제의 과도한 부각과 집착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사탄과의 거래’는 배반당하기 마련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길은 남북한의 통일세력이 믿음을 토대로 강력하게 연대하는 것이다. 평양이 워싱턴 토쿄로 가더라도 먼저 서울을 거쳐 함께 가야 한다. 워싱턴 도쿄를 거쳐 서울로 가겠다는 역코스는 민족공조를 대미 수교를 위한 편의적 수단 정도로만 여기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일에 계속 우롱당할 수밖에 없고 남한내 통일세력마저도 죽이게 될 것이다. 기회주의적 대미 투항과 대남 대결자세는 남북한 모두를 망가뜨릴 것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탄과의 거래’는 배반당하기 마련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길은 남북한의 통일세력이 믿음을 토대로 강력하게 연대하는 것이다. 평양이 워싱턴 토쿄로 가더라도 먼저 서울을 거쳐 함께 가야 한다. 워싱턴 도쿄를 거쳐 서울로 가겠다는 역코스는 민족공조를 대미 수교를 위한 편의적 수단 정도로만 여기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일에 계속 우롱당할 수밖에 없고 남한내 통일세력마저도 죽이게 될 것이다. 기회주의적 대미 투항과 대남 대결자세는 남북한 모두를 망가뜨릴 것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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