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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황우석 사태로 누명 쓴 ‘과학주의’를 살려내자

등록 2006-02-02 20:27수정 2006-02-06 15:48

최성우/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최성우/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과학이 만난 사회
최근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태는 우리 과학기술계가 여러 가지로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점들을 남겼다고 하겠다. 특히 어려운 와중에서도 진실 규명에 앞장섰던 젊은 과학기술인들과는 달리, 과학기술계의 어른이라 할 만한 원로, 중진 과학자분들이 사회적 위상에 걸맞은 구실을 다하지 못하고 후학들에게 모범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커다란 안타까움의 하나로 남는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하여 과학기술 연구에 대한 외부의 통제를 좀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는가 하면, 사건의 원인이 ‘과학주의’(scientism)에 있는 듯 언급하기도 하는데, 이는 번지수를 상당히 잘못 짚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을 밝혀낸 것은 윤리학자도, 사회과학자도, 법률 전문가도 아니며, 바로 생명과학자들이었다. 그들은 사진 대조, 논리적 검증 등 지극히 ‘과학적’ 방법을 통해 이뤄냈다. 전문성이 부족한 우리 언론 등이 대중들의 맹목적 지지와 정서를 등에 업은 황 교수팀의 억지 주장과 ‘인위적 대중조작’에 휘말려 혼선을 거듭할 때마다, 진실 규명과 정도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 역시 우리의 젊은 과학기술자들이었다. 곧 과학은 다른 분야와는 달리 거짓과 조작이 영원히 통할 수 없음이 또 다시 입증됐고, 건강한 자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함을 보여준 셈이다.

‘과학주의’라는 용어를 정확히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가에 따라 견해가 좀 엇갈릴 수도 있겠지만, 본래의 철학적, 인식론적 의미는 차치하고서 일단 과학적 합리성을 좀더 중시하고 대중들에게도 이를 함양하도록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별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황 교수 사태의 와중에서 이 나라 대중들이 보인 행태는 과학주의와는 대단히 거리가 멀다. 과학적 해석과 상식적 판단을 거부한 채, 자신들의 심정적 이끌림에 따라 객관적 사실관계마저 멋대로 왜곡하는 이들이 여전히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 않은가?

과학자 한 두 명을 영웅으로 만들면 과학기술 중심사회가 앞당겨질 듯 착각하고 ‘올인’하거나 거기에 덩달아 춤을 춘 것은 일부 관료와 언론, 정치권 등이었지, 이 땅의 대다수 과학기술인들이 아니다. 그 동안 실험실에서 묵묵히 자신들의 직분을 다한 그들에게 ‘사이비 과학주의’의 책임을 묻는 것은 전혀 올바르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과연 지금껏 과학주의가 제대로 발을 붙일 조짐이라도 보인 적이 있기나 한가?

hermes21@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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