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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황우석 사태’ 교훈 삼아 성과주의 풍토 바꿔나가야

등록 2005-12-08 19:48수정 2005-12-09 13:57

이영희/가톨릭대 교수·과학사회학 leeyoung@catholic.ac.kr
이영희/가톨릭대 교수·과학사회학 leeyoung@catholic.ac.kr
과학이 만난 사회
지난 몇 주 동안 스타과학자이자 국민적 영웅으로 간주되던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들을 규명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생산적 토론보다는 극도의 분열과 적대감, 냉소주의의 광풍에 휩싸였다. 연구용 난자 채취과정의 윤리 문제에서 촉발된 이 논란이 급기야는 논문의 진위 여부의 문제로까지 확대되어 가다가, 최근 그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기했던 <문화방송> 피디수첩팀의 취재윤리 위반행위가 밝혀지면서 ‘황우석 사태’는 이제 어느 정도 진정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한편으론 다행스러운 일이나 이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져준 교훈에 대해 차분히 성찰할 기회마저도 수그러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먼저 이번 난자 채취과정의 윤리문제와 관련하여 야기된 ‘황우석 사태’는 성과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나라 과학연구의 오래된 관행과 문화가 낳은 산물이라는 점에서 과학연구문화의 선진화라는 절박한 과제를 우리 모두에게 던져주고 있다. ‘눈앞의 일과 성취 외에는 보이는 것이 없었’고, ‘한 템포를 늦춰 가더라도 국제적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이 소중한 진리를 성찰할 여유가 그 당시 저에게 없었던 것 같다’는 황 교수의 말은 우리나라 연구문화의 현주소를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번에 크게 문제가 된 연구원 난자제공 건도 그동안 간혹 언급되던 비민주적, 위계적 실험실문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은 실험실의 민주화 역시 시급한 과제임을 말해주고 있다 할 것이다.

아울러 이 사태가 논문 자체의 진위 여부 문제로까지 비화되었을 때 왜 권위 있는 학회나 학술원과 같은 과학자사회가 침묵을 지킴으로써 논란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는가도 심각하게 짚어볼 문제다. 과학적 사실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될 경우, 통상 그에 대한 검증은 과학자사회 스스로 수행하는 것이 과학자사회에 대한 시민사회의 신뢰를 구축하고 권위를 세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이번 사태가 우리나라 과학자사회의 바람직한 역할 정립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

그나마 이 사태를 거치면서 한국과학기자협회가 ‘과학보도 윤리선언’을 채택해, 그 동안의 선정적 이슈 캐기 중심의 과학보도의 문제점을 반성하고 과학보도에 임하는 기본자세의 하나로 우리나라 과학연구문화 및 윤리 수준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물론 이러한 다짐은 실천을 통해서만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과학보도야말로 과학과 사회를 잇는 가장 중요한 가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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