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우/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hermes21@chollian.net
과학이 만난 사회
새해에는 과학기술계의 근본적 시스템 개혁을 통한 진정한 도약을 이루기를 기대 2005년도 저물어가는 연말 즈음에 과학과 관련하여 우리에게 들이 닥친 충격적인 뉴스 하나는 과학기술계뿐 아니라 온 나라를 온통 뒤흔들어 놓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여러 가지를 다 언급하려면 짧은 지면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겠지만, 한마디로 요약해서 우리 과학기술계의 기존 시스템과 연구개발 풍토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새롭게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것만은 좀더 강조하고 싶다.
몇 해 전부터 이공계 위기 극복을 위하여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았고 언론계, 사회 각계에서도 이공계를 살리자는 취지의 각종 사업과 운동을 벌여왔지만,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의 개선에는 그다지 관심과 노력을 쏟지 않은 듯하다.
이른바 ‘스타 과학자’ 띄우기 식의 흥행과 가시적 이벤트 위주의 과학기술 진흥 정책은 사상누각처럼 부질없을 뿐 아니라, 과학의 대중화에도 거의 도움이 되지 않고 도리어 대중들을 매우 ‘비과학적인’ 방향으로 오도할 수 있음이 입증되었다.
문제의 주요 원인의 하나로서 이공계 연구실의 전근대적인 풍토와 후진적인 연구문화 역시 자주 지적되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하여 철저히 반성하고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도제식의 사제 관계, 상명하복식의 연구실 문화는 시대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분위기와 창의적인 사고가 존중되어야 할 첨단과학기술 연구와도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다.
이른바 ‘월화수목금금금’, 혹은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실’ 등으로 미화되어 온, 과거 개발독재시대에나 어울릴 법한 성과 제일주의식 연구 풍토는 결코 자랑가 아니다. 앞으로 인식과 발상의 전환을 통하여 개선되어야 할 요소가 적지 않다. ‘과학기술인들은 대의(?)를 위하여 갖은 고난과 개인적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식의 외부 시선과 그릇된 인식을 당연시한다면,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결하기는커녕 도리어 부채질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이번 사태로 인하여 우리 과학기술계의 신뢰 추락과 국제 과학기술계로부터 들이닥칠 후폭풍 등이 우려되기도 하지만, 그 와중에 우리 젊은 과학기술인들은 과학기술계의 자정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점을 세계 만방에 입증하였고, 뼈아픈 교훈 속에서 미래의 진정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새해에는 터무니없이 부풀려지거나 거짓된 희망이 아닌, 우리 과학기술계의 진정한 기대와 희망이 성취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시스템의 개혁을 통하여 도약을 이루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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