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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가 될 뻔한 주식 팔아 최고의 수학연구소 세우다

등록 2006-01-26 20:12수정 2006-02-06 15:35

최영주/포항공과대학 수학과 교수
최영주/포항공과대학 수학과 교수
과학이 만난 사회
이제는 많은 나라에 좋은 수학연구소들이 생겼지만 그래도 최고의 수학연구소를 꼽으라면 단연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에 있는 고등연구소(Institute for Advanced Study)를 꼽겠다. 이곳은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교수로 재직하며 통일장 이론을 연구하던 곳이기도 하다.

고등연구소는 1930년 당시의 뉴아크백화점 주주였던 뱀버거 남매의 자금으로 설립됐다. 그들은 공교롭게도 주식시장이 완전히 무너진 대공황 6주 전에 주식을 팔아 연구소를 세울 수 있었다. 원래 그들의 계획은 백화점의 성공에 대해 뉴저지 주민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의과대학을 설립하는 것이었으나, 친구이자 초대 소장 플렉스너(Flexner)의 최고연구에 대한 비전에 설득당해 순수과학 연구소를 세우기로 결심한다. 플랙스너는 당시 대학과는 구별이 되는 순수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시설에 관한 구상을 하고 있었다. 그가 이 미래형 시설을 굳이 수학연구소로 택한 이유는 수학이란 학문의 본질상 순수지성을 추구할 수 있는 고등연구소 설립의 기본 취지에 딱 맞는 분야였을 뿐 아니라 사무실과 칠판, 책 그리고 약간의 종이와 펜만을 요구하는 싼값으로 최고의 연구소를 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최고 수학자에 대한 자신의 안목을 믿었으며, 또한 수학이 경제와 물리 등을 비롯한 미래 주요 첨단 학문들과 자연스러운 연결을 지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초대소장의 생각대로 아이슈타인을 비롯해 당대 최고의 수학자들 5명이 교수로 초빙돼 고등연구소는 열정과 훌륭한 아이디어를 나누는 중심으로 출발했다. 세계의 순수학문 분야의 과학자들이 강의나 연구비 등을 걱정하지 않고 첨단 학문분야를 논하고 연구할 수 있는 전통은 그뒤 고등연구소를 수학 최고의 연구 중심지로 이끌어 왔다. 프린스턴 고등연구소가 지난 75년 동안 세계 최고의 지성의 메카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공황 시절에도 미래를 볼 수 있었던 교육철학, 미국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기부 문화, 그리고 최고를 지향하는 자존심이 있었다.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는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 존 네쉬 박사, 350년 동안 난제였던 페르마 마지막 정리의 해결사 와일즈 교수 등처럼 ‘스타’가 되고픈 수많은 젊은 과학자와 함께 프랑스 전속 요리사가 해주는 요리를 먹으며 함께 호흡하고 열정을 공유하는 즐거움이 있다.

최영주/포항공과대학 수학과 교수 yjc@pos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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