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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개인 초점 벗어나 과학연구시스템 개혁 고민을

등록 2006-01-12 19:15수정 2006-01-13 16:50

이영희/가톨릭대 교수·과학사회학
이영희/가톨릭대 교수·과학사회학
과학이 만난 사회
한동안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황우석 사태’가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듯하다. 난자 취득과정의 윤리 문제로 시작됐던 이 사태가 급기야 논문 자체가 조작됐다는 충격적인 결론에까지 이르게 될지 누가 과연 짐작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사태의 진상이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밝혀진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영웅’의 추락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일부 황 교수 지지자들에 대해 나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러나 상당한 시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이 사태를 둘러싼 논의의 초점이 황우석 개인에 맞춰져 있음을 보는 것은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애국주의 담론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용기 있게 진실규명에 힘을 보탰던 비판자들조차 여전히 황 교수 개인의 문제점들에 분석의 초점을 맞춤으로써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과학연구시스템을 둘러싼 구조적 제도적 개혁과제들을 부각시키는 일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황우석 사태는 우리 사회의 과학연구시스템이 구조적으로 제도적으로 얼마나 취약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상징적 사건으로 기억돼야 한다. 연구의 정직성을 보호하고 감독하는 기구가 전혀 없었으며, 기관윤리위원회(IRB)와 국가생명윤리자문위원회는 유명무실했고, 기성의 과학자사회는 무기력했다. 실험실에 비합리적이고 봉건적인 권위주의 문화가 만연해 있음이 드러났고, 연구자 개개인에 대한 보상체계도 공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음이 밝혀졌으며,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그릇된 성과주의 신화가 연구문화를 지배하고 있음도 알려지게 됐다. 물론 이 모든 문제들을 은폐하고 키우는 데 국가경쟁력이라는 담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스타 과학자 만들기와 외형적 과학기술진흥에만 열을 올렸던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이 주도적 구실을 수행해 왔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마디로 우리의 기존 과학연구시스템은 내적 충실성과 지속 가능성이 결여된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 이러한 점에서 나는 황우석 사태를 외형적 성장에 지나치게 매달려온 우리의 기존 과학연구시스템의 붕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해석하고 싶다. 그러나 진짜 위기는 옛 것은 죽어가고 있는데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것이 아직 등장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법이다. 이제야말로 황우석 사태로 야기된 위기를 우리나라의 취약한 과학연구시스템, 더 나아가 국가혁신체제를 일대 반성하고 혁신하는 계기로 전환할 수 있도록 모두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할 때다. leeyoung@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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