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남/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ynhong@snu.ac.kr
과학이 만난 사회
지난달 19일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에 인간 줄기세포 연구의 세계 중심역할을 담당할 ‘세계 줄기세포 허브’가 개설되었다. 국민들은 이를 계기로 한국이 세계 인류복지에 기여할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러나 국정감사 때부터 문제가 다시 제기된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의 생명윤리에 대한 의혹이 불법 난자매매 사건이 터지면서 국민을 놀라게 했다. 이미 올해 1월1일부터 복지부의 생명윤리법이 실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게 된 것에 대해 복지부와 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허술한 운영을 먼저 질책하고 싶다.
난자매매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 한 불임시술 병원 이사장이 난자 불법매매 사실을 알고도 불임부부의 애끓는 사연을 외면할 수 없어 인공수정을 해줬다는 고백은 충격적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지 난자와 여성을 도구화해서는 안된다. 이처럼 난자기증 문제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놀랍게도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가 12일 황 교수와 결별을 갑작스럽게 선언하면서 연구용 난자 취득과정을 문제삼으므로 해서 지난해 <네이처>가 제기했던 연구원 난자제공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제는 황 교수가 제기된 윤리성 문제에 대해 미루지 말고 구체적으로 해명하는 것이 의혹의 증폭을 막는 길이다. 바라건대 이번 계기로 언론이 과학적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은 마땅한 일일지라도 그것이 과도할 경우에는 엄청난 부작용이 따른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그 부작용의 첫 번째는 과학적 사실의 본질에 대한 오해이며, 둘째는 과학기술에 대한 맹신과 그에 대한 오남용이다.
과학자는 자신의 지적 호기심으로 인해 나타나는 새로운 세계에 대해 깊이 사색하고 인간의 한계를 넘는 순간에 윤리적 차원에서 자기반성을 함께 해야 한다. 과학은 자유와 자율성을 가지고 수행한다. 그러나 항상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21세기에 들어와서 인류는 과학이야말로 우리에게 희망을 갖다 줄 것으로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과학은 진실에 대한 탐구로 환상적 믿음에 빠져서는 안된다. 21세기의 과학기술은 현대사회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하고 있다. 이제야말로 과학자들의 책임이 요구되며 지적 정직성과 함께 사회정의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갖고 과학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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