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남/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ynhong@snu.ac.kr
과학이 만난 사회
과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숙달, 연구비, 참을성 그리고 행운이다. 그런데 이번 맞춤형 줄기세포에 대한 논란은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숙달된 기술과 충분한 연구비가 있었을지 모르나 그보다 중요한 참을성의 결여에 따른 성과과욕이 사회적 혼란을 불러왔다. 과학은 결과보다 중요한 것이 결과를 얻기까지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이 과정은 원하는 대로 된다는 보장이 하나도 없다. 연구수행이 쉽게 이루어지고 있을 때일수록 과정의 하나하나를 검증하고 또 검증해서 재현성을 확보해야 한다. 과학적 성과는 미리 계획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참을성 못지 않게 행운도 따라야 한다. 그런데 이번의 충격은 필요한 것을 다 갖추지 못한 가운데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결과의 조작이 있었다는 것이다.
황우석 교수의 가파른 학문적 성과가 진실게임으로 불거진 지금,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진위 논란은 당연한 일이다. 국책연구라는 이유로 정부와 언론이 올인하여 한 과학자를 영웅화하며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씌워 희망이 아니라 환상에 사로잡히게 한 것이 자명하지 않은가! 부족한 연구비를 주면서도 과제를 심도있게 심사하고 평가하던 과학기술부는 이 엄청난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어떤 심사와 검증 그리고 평가를 했는가? 진정으로 황 교수팀에 지원된 연구비의 철저한 심사과정과 검증노력이 있었는지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은 침묵하지 말고 밝혀야 한다. 책임 소재를 철저히 가려서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황 교수를 보고 과학자의 꿈을 꾸던 청소년에 대해 우리는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황 교수를 지원하는 친목모임인 ‘황금박쥐’는 정말 악당을 물리치는 정의의 사자였는가? 만약 정상적인 검증과정이 이루어졌다면 이 황당한 논문조작은 피할 수 있었다고 본다. 이제 우리 과학계는 자정능력을 가지고 진정성을 높여야만 세계 과학계로부터 다시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사태가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과학계가 다시 진실 앞에 바로서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의 결과로부터 발생한 젊은 과학자들의 문제제기는 참으로 용기있는 행동이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기다리며 언론은 추측보도를 자제하기 바란다. 지금이라도 황 교수는 모든 것을 밝혀 추측이 난무하는 소비적 논쟁을 멈추게 해야 한다. 허망된 열정이 과학자들을 함정으로 내몰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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