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숙/이화여대 교수·수학 WISE거점센터소장 hsllee@ewha.ac.kr
과학이 만난 사회
며칠 전 전 국민의 관심 속에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자연계 학생들이 선택한 수리영역이 어렵게 출제됐단다. 성적이 아직 안 나온 시점에 학생들에게 다양한 조언이 나오고 있는데 이 조언의 근거가 수학적인 것을 학생들은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무튼 이맘 때 수학은 한숨과 원망의 대상이 되는가 하면 때로는 기쁨을 주면서 큰 관심을 끈다.
해마다 주기적으로 잠깐 논란의 대상이 되는 수학을 사람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초등학교 4학년 30명에게 물었더니 수학은 물건 사고 계산할 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상식이라고 수학의 일상성을 강조하는 답이 나왔다. 중1 수학 특기적성반 학생들 18명은 컴퓨터, 로봇, 디엔에이, 핵 연구와 일상생활에 필요한 교과목이라는 유용성을 강조하였다. 반면에 중학교 1학년 교사 18명은 수학은 합리적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고 생각하는 방법을 익히는 모든 학문의 기초과목이라고 수학의 추상적인 면을 앞세우는 의견을 제시했다. 과연 수학은 무엇일까? 국어사전에 의하면 ‘수학은 수와 양 또는 공간도형에서 서로 이루어지는 관계나 성질을 공부하는 학문’이다. 또 데블린은 ‘수학은 자연현상과 사회현상의 패턴 나아가 생각의 패턴까지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리스어 어원에 따르면 수학은 지식, 학습에 뿌리를 두고 ‘배움을 즐거워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수학을 보는 입장에 큰 차이가 있지만, 수학은 일상성, 구체성, 유용성과 함께 추상성, 형식성, 엄밀성의 양면을 가진 어디에나 내재된 그리고 필요한 분야임은 분명하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사람은 기본적으로 수학적 능력을 타고 난다는 흥미로운 실험결과가 있다. 심리학자들은 갓 태어난 애기에게 인형을 한 개 보여주고 커튼 뒤로 보내고 다시 한 개를 보여주고 커튼 뒤로 보낸 뒤 커튼을 치우고 2개를 보여주면 안 놀라지만 이 때 3개를 보여주면 크게 놀라면서 오래 응시한다는 실험을 통해서 사람이 수적인 감각과 수의 연산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같이 사람은 수학적 사고의 유전자를 타고 나는데 왜 학생들은 수학을 어려워하고 흥미를 잃게 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사람이 수학적 유전자를 삶속에서 활용하는 능력으로 갖고 태어나는 데 반해서 학교교육에서 수학은 다른 교과목과의 연결은 물론 실제의 삶의 활동과도 별로 연결되지 않는 데 있다고 하겠다.
통합적이고 삶과 연결되는 수학교육을 통해서 우리 모두가 가지고 태어나는 수학적 유전자를 잘 개발하고 활용해서 대학입시철마다 수학이 애물단지가 되는 일이 더 이상 없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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