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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과학자 연구내용 재검증은 그가 미워서 하는 게 아니다

등록 2006-01-19 19:49수정 2006-01-20 15:32

홍영남/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홍영남/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과학이 만난 사회
과학의 본질은 진실성과 창조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과학연구의 기본태도는 엄밀한 논리적 과정에 따른 객관성 확립에 있다. 그러나 과학연구에 종사하는 과학자들도 사람이므로 연구행위에 단순한 과오나 실수에 덧붙여 연구 자료나 결과를 조작하는 용서받지 못할 엄청난 기만행위가 행해지기도 한다. 최근 많은 연구비가 투입되는 첨단과학 분야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다.

과학계의 엄격한 감시와 윤리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비행, 연구결과 조작, 그리고 실험조작에 대한 사례는 적지 않다. 명예와 존경을 얻고자 하는 갈망은 모든 학자에게 강력한 동기로 작용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날조하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기 매우 어렵다. 획기적 연구결과로 인정돼 유명한 잡지에 실린 논문이 신빙성 문제로 검증받은 사례는 많다. 최근 급증하는 수의 학술잡지의 후보논문에 대해 실험이나 연구일지를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이언스>나 <네이처>도 하나의 기업이라 매출을 올리려다 보니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만한 논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논문조작을 잡아내기가 더욱 힘들 것이다. 서구 과학계에 설치된 연구진실조사국(Office of Research Integrity)도 실제로 부정행위를 감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우리 사회의 총체적 문제를 들어내긴 했어도 황우석 교수 사태는 우리나라 과학계에 새로운 도약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에서도 어느덧 과학을 할 수 있는 토양이 형성됐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대학과 연구소의 연구실 문화의 문제점을 짚어 볼 수 있게 됐으며 과학자의 정직성에 뿌리를 둔 학술논문의 게재에 주의를 기울이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이번 기회로 우리나라의 규제문화가 제기능을 찾아가기 바란다.

이번 사태는 언제부터인가 성과 위주의 연구를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연구의 선택집중 지원이라는 정책이 낳은 결과일 수 있다. 정부는 다시 한번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원의 필요성을 깨닫기 바란다. 현대 사회에서 과학의 힘은 대단하다. 그러므로 과학자는 과학의 내용을 매우 정확하게 묘사해야 한다.

과학자의 연구내용에 대한 재검증은 오직 결과에 대한 조사이지 그 당사자가 미워서 행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과학은 냉정할 뿐이다. 황 교수 사태가 우리 국민에게 과학을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 황 교수를 사랑하는 것이 과학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ynhong@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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