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주/포항공과대 교수·수학
과학이 만난 사회
미국 보스톤에 사는 사업가 클레이부부는 저명 수학자들의 조언을 얻어 수학에서 중요한 미해결 문제 7개를 선정하여 총 700만 달러의 상금을 내걸고 2000년 5월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이를 발표하였다. 그들이 굳이 프랑스 파리를 택한 이유는 백년전인
1900년 당대 최고 수학자 힐버트(Hilbert)가 국제수학자 대회에서 새로운 세기를 이끌어갈 23가지 수학문제를 제시하였던 곳이기 때문이다. 국제 수학자 대회란 4년에 한번씩 전 세계 수학자가 한군데 모여 그간의 새로운 연구발표 및 토론을 하는 대회이며 이때 40세 이하의 최고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수학의 노벨상격인 필즈상이 수여된다. 1900년 힐버트가 제시하였던 23가지 수학문제들은 지난 백년간 수학발전을 혁명적으로 주도하였으며 그 해법 발견의 노력 과정으로 다양하고도 창조적 아이디어들이 수많은 수학자와 과학자들에 의해 제시되어 그 결과 또 다른 새로운 수학 및 과학의 장을 열게 되었다.
클레이씨 이름을 딴 “클레이 수학연구소”가 이미 1998년 미국 캠브리지에 설립 되었었다. 클레이씨는 수학이란 과학의 모든 분야의 발견과 항상 함께하며, 더구나 수학의 응용이 우리가 즐기는 여행, 인터넷 사용 등 통신의 발달에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건강과 관련된 의료, 생활의 안전, 정보 보호, 금융 등 우리 모든 일상생활에 기반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는 더 나아가 수학이란 인간의 노력이 미치는 모든 분야에 영향을 주게 되므로 결국 오늘날 수학의 발달은 우리의 미래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남을 것이라는 확신 찬 비젼을 갖고 비영리단체인 수학연구소 설립하게 된다.
클레이 연구소에서는 수학지식의 증진과 확산을 위해 수학의 여러 분야에서 생겨난 새로운 결과들을 수학자 과학자들에게 교육하고, 수학연구에서 뛰어난 업적과 발전을 찾아 인정하고 빛나게 하는 각종 노력과 함께, 뛰어난 어린 학생들이 미래를 보고 신나게 그들의 수학적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포상제도를 포함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각각 100만불의 상금이 붙은
7가지 미해결 수학문제(“클레이 밀레니움 문제”라 불린다)발표도 이런 그의 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사업가의 700만불(한국돈으로 약 70억원)의 투자는 힐버트의 23개의 문제가 그랬듯이 향후 100년 이상의 수학의 흐름을 주도할 것이며, 수학이 혹은 과학이 존재하는 한 이와 함께 불멸의 가치로 살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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