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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희생된 과학의 무덤에서 새 연구문화 피어나다

등록 2006-02-16 19:23수정 2006-02-17 16:53

홍영남/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홍영남/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과학이 만난 사회
이번 황우석 교수 사태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과학자에 대한 일반대중의 인상은 아직도 어딘가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는 듯하다. 그러나 과학자들 역시 다른 직업인과 마찬가지로 그저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과학자들도 인간적 특징의 전체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곧, 사교적인 성격, 겸손한 성격, 음흉한 성격 등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학은 인간이 하는 것이므로 과학을 인간적으로 바라보는 것 또한 필요하다.

이데올로기와 정치를 위해 과학이 필요할 때마다 이에 동조한 과학자들에게서 예기치 않던 스캔들이 발생하였음을 과학사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과학적 내용이 조작된 것이 확실한데 그 사실이 과학계를 떠나서 수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황 교수가 유도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다. 음모론은 더더욱 아니다. 이번 사태는 한 과학자가 과학의 희생자가 된 것이 아니라 과학이 한 과학자에 의해 희생이 되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았다. 이를 보면서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과 지식에 대한 열망을 채우기 위해 자기 목숨까지 바친 많은 과학자들이 생각난다. 그들의 과학적 결과는 우리의 문명에 엄청난 이득을 가져왔다. 과학의 희생자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은 마리 퀴리다. 퀴리는 두 번 노벨상을 수상했지만 방사선에 대한 그의 연구로 여러 해에 걸쳐 방사선 질환을 앓다가 결국 죽음을 맞았다.

과학이란 모험이다. 과학자는 진실을 찾아 떠나는 먼 여정을 통해 이 세계에 나타나는 환상적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며 지식을 얻게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희생을 모르면서 과학을 발전시키려는 수많은 과학자들이 있다.

황 교수 사태가 우리 사회의 총체적 문제를 드러내긴 했어도 우리나라 과학계에 새로운 도약을 가져올 것이다.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에서도 어느덧 과학을 할 수 있는 토양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대학과 연구소의 연구실 문화의 문제점을 짚어볼 수 있게 됐으며, 과학자의 정직성에 뿌리를 둔 학술논문의 게재에 주의를 기울이는 계기가 됐다. 우리 사회의 저변에 깔린 최초, 최고, 그리고 최대를 추구하는 병이 부른 이번 사태는 성과위주의 연구를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연구의 선택과 집중 지원이라는 과학정책이 낳은 결과일 수 있다. 정부는 다시 한번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원의 필요성을 깨닫기를 바란다.

ynhong@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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