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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선택 5.31 도전자 인터뷰] ⑦ 이계안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등록 2006-04-20 21:30수정 2006-04-27 11:10

이계안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경기 평택(54) △경복고, 서울대 경영학과 △현대자동차 사장 △현대캐피탈·현대카드 회장 △17대 의원
이계안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경기 평택(54) △경복고, 서울대 경영학과 △현대자동차 사장 △현대캐피탈·현대카드 회장 △17대 의원
“강금실로는 불리…당원 표심 변화 기대”
“오세훈 전 의원이 한나라당 후보가 된다면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필패로 나타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당원들은 새로운 방법을 고심할 것입니다. 먼저 경선을 치열하게 해서 ‘강금실 띄우기’를 하는 방법이 있고, 전혀 다른 선택으로 (2002년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이인제 대세론’에서 노무현으로 가듯 새로운 후보를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후보는? 바로 자신, 이계안 의원이란다.

오는 5월2일 서울 잠실펜싱경기장에서 열린우리당의 5·31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맞붙게 될 이계안 의원(54)을 20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계안 예비후보는 열린우리당에서 가장 먼저 서울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도, 오로지 ‘강금실’에게만 눈을 돌리는 당 내부의 무관심과 낮은 인지도로 고전해 왔다. 하지만 끝까지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관철시키는 등 단단한 뚝심을 내보였다. 이 후보는 인터뷰 내내 “오세훈 카드에 맞서는 강금실 카드는 필패”라며 “새로운 차원의 전략적 선택”을 강조했다.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쫓았다’는 삼국지의 구절을 패러디해 “강금실 후보가 (정치적으로) 죽은 오세훈 후보를 살렸다”며 강금실·오세훈 두명의 ‘이미지 정치’를 비판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사장과 현대캐피털그룹 회장을 거친 전문경영인이자 ‘현대맨’ 출신인 이 후보는, 같은 ‘현대맨’ 출신인 이명박 현 서울시장과의 차이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결정적인 차이가 나는 것이 저는 잘사는 나라 뿐만 아니라 따뜻한 사회를 추구하는 열린우리당 당원이라는 겁니다.” 이명박 시장은 소외된 계층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비판이었다.

그는 여당 지도부에도 따끔한 소리를 했다.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조금 상승했다고 해서 지지율 격차가 줄었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아무리 빛이 약한 촛불이라고 해도, 창가를 통해 들어온 달빛까지 자신의 빛이라고 우겨서는 안된다는, 일종의 우화이자, 풍자였다.

이계안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이계안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어야 하는 절실한 이유가 뭘까요.


=서울 시민들, 우리 국민들이 가장 절실히 원하는 것이 바로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입니다. 서울의 고민은 실업률입니다. 전국의 실업률이 지난해 기준으로 3.9%인데, 서울의 실업률은 5.2%입니다. 우리나라 전국의 실업률보다 서울의 그것이 높은 겁니다. 서울의 또다른 특징은 청년실업이 많다는 것입니다. 서울에 몰린 이들은 유능한 이들입니다. 능력있는 이들이 일을 못한다면, 희망이란 관점에서 보면 여러가지로 우울합니다.

경제를 되살리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시장의 첫번째 임무라면, 그 부분에 있어서는 강금실 후보 뿐만 아니라 다른 한나라당 후보들과 다 비교해도 제가 가장 익숙한 사람입니다.

“임신하면 30개월 동안 매달 30만원씩 지원”

-실업은 사회구조와도 연관된 문제입니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이 문제에 대한 처방을 내리고 해결책을 찾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물론 한계는 있지요. 아까 통계를 인용했지만, 서울이 왜 실업률이 더 높나 생각해 봤습니다. 제가 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11차례에 걸쳐 정책을 발표했는데, 이 모든 것을 일관하는 개념이 서울의 경제를 되살리고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그 공약들을 보면 서울의 문제에 대해 융합적으로 답을 내고 있습니다. 가령 서울의 교통문제는 새로운 고가도로를 내는 것이 아니라 하이브리드카를 도입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이런 식입니다. 하이브리드카를 도입하는 것이 교통문제 해결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논란이 있을 지는 몰라도, 적어도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대해선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하이브리드카를 도입하면 차세대 차량을 생산하는 차세대 성장산업 시장을 만드는 겁니다. 그렇게 일을 해서 서울이 해결해야 할 문제와 해결 방법을 경제와 일자리 문제에 연계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전반적으로 시정의 우선 순위를 경제와 일자리에 놓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울이 해결해야 할 문제, 그 자체의 문제 뿐만 아니라 서울의 경제와 일자리를 어떻게 그것과 연계할 것인가를 고민한다는 겁니다. 대통령이 못하는 것을 (서울시장인) 니가 어떻게 하느냐, 이렇게 말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거지요.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셨는데, 서울시장으로서 강조하고 싶은 또다른 포인트는 무엇입니까.

=제가 내놓은 공약 중에 청와대를 용산으로 보낸다는 것이 있습니다. 비판하는 이들은 청와대를 용산으로 옮기는 것이 시장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냐고 하는데, 지금 서울시장에 나오는 분들이 모두 사대문 안의 역사를 복원하고 테마관광의 주제로 삼자고 공통적으로 공약을 내걸고 있습니다.

저는 그렇다면 청와대까지 옮겨서 그 옛날 연무대까지 복원해야 복원이 끝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용산은 120년 만에 드디어 우리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오는 땅입니다. 이제 미군이 철수하는데, 미군이 들어오기 전까지 그 자리엔 일본군이 있었고, 그 이전엔 청나라 군대가가 있었던 곳입니다.

국무총리실도, 서울시도 그곳에 ‘역사민족공원’을 만들자고 하는데, 그 아이디어는 용산이 가지고 있는 아픔의 이야기와 민족자존에 대한 이야기를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 의견은 용산을 역사민족공원으로 하자는 것이 아니라 아예 청와대를 옮겨 놓자는 겁니다. 청와대가 최고의 권부여서 시민과 국민으로 부터 유리된 곳이 아니라, 영국 여왕이 사는 버킹엄궁이 최고의 관광지이고, 백악관이 최고의 관광지이듯 우리도 청와대를 용산으로 옮겨 민족의 자존심도 세우고, 군림하는 권부가 아닌 모두가 즐겨 찾을 수 있는 관광지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남은 용산 땅은 생태 친환경 공원으로 만들자는 겁니다. 용산을 새로운 관광지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일자리와 문화를 같이 연결하는 겁니다.

-지금까지 내세우신 11가지 정책 중에서 좀더 시민들의 손에 잡히는, 혹은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것이 뭐가 있을까요.

=보육 문제에 대해 제가 줄곧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오늘·내일의 문제가 아닌, 21세기 이후에도 한국이 그럴듯한 국가로 존립하느냐의 여부가 걸린 문제입니다.

물론 돈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일단 누구든 임신을 하면 총 30개월동안 매월 30만원씩, 모두 1천만원의 현금을 지원하겠다고 한 것은 아기를 낳아서 키우는 문제가 국가사회적 문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아기를 낳는 어머니들이 사회활동을 함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아실현을 원하는 이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합니다.

지금 애를 낳지 않는 이유를 들어 보면 아동들에게 육아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모두들 재정지원을 원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나라가 처음 하는 것이 아니라 저출산 문제를 극복한 프랑스 등이 실험을 해서 이미 그 성과가 나온 방법입니다.

-만만찮은 재원이 들어갈 텐데요.

=추산해 보면 적게는 2천억원, 많게는 4천200억원 정도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서울시 보육예산이 2천억원입니다. 서울시 전체 예산의 1.6%입니다. 저는 그 예산을 3%선 정도로 올리겠다는 겁니다. 2005년 기준으로 불용예산이 4천억원있고, 매 연말이면 멀쩡한 보도블럭 뜯는 그런 짓 없애서, 그런 곳으로 들어갈 돈을 예산전용해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겁니다.

-서울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문제가 많습니다. 강남북 균형 발전도 이뤄져야 하고, 환경 개선과 치안 확충 등의 여러 과제가 있습니다.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하실 정책은 뭡니까.

=강남북 균형 발전 문제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서울은 강북의 중심 도심과 강남이라는 두가지 발전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몇개의 축을 더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용산, 여의도, 상암, 왕십리 등에도 중심지를 만들어 다극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서울의 한쪽으로 교육, 문화, 교통 등이 몰리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한쪽에는 아파트가 평당 3천만원이 넘어서고, 한쪽에서는 분양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뉴타운 정책도 비판적으로 수용하겠습니다.

학군제 폐지 문제는 제가 제일 먼저 제기한 겁니다. 일부에서는 학군제 문제를 제기하니까, ‘그건 교육감이 알아서 할 일이다’라고 말씀하기도 하더군요. 그러나 저는 저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얼마전 학군제 폐지를 중심으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냈습니다.

제가 학군제를 폐지하자고 한다고 해서 학군제를 부동산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군제 폐지는 먼저 현행 평준화를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모두가 자기 동네 학교에 가면 좋은 학교로 갔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상향평준화를 해서, 결국 학군제가 필요없다는 수준으로 가야 합니다.

현재 서울을 11개 학군으로 나눠서 학군 배정을 근거리로 하는데, 그것을 넘어서 먼저 원하는 학생의 40%는 ‘선지원 후추첨’으로 뽑고 나머지는 거주지 중심으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 근거리 배정을 하면 됩니다.

이렇게 되면 특정학교에 몰리는 것도 기우가 되고, 학생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학교 선택권을 주기에 기회균등이 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비록 학군제가 부동산 정책의 하위 개념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엄밀히 따졌을 때 부동산 문제의 바닥에는 학군제 문제가 들어 있습니다. 강남쪽 학부모들이 학군제가 폐지되면 강남 사람들이 강북으로 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씀하시는데,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바꾼다고 선언하면 억지로 강남으로 가고 위장편입하는 경우는 없어질 겁니다. 부동산 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강남에서 바로 앞에 자기 학교를 두고 강북으로 배정받아서 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는데, (광진구에 있는) 대원외교가 어디 근처 학생들로 채워져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걸 현행 교육 정책의 근간을 흔들지 않고서도 성공하실 수 있다는 겁니까.

=내신제와 평준화 정책을 유지하면 특정학교에 많이 몰릴 이유가 없습니다. 특정학교에 많은 인재가 몰리면 내신제에 불리하다는 것을 학부모들이 알고 있습니다.

-대학 본고사 부활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전 부정적으로 봅니다. 대학이 공부 잘하는 이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부를 잘할 학생을 뽑는 것도 중요합니다. 학생들을 잠재력있는 이들로 뽑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행정수도 이전과 행정복합도시 건설 등으로 이른바 균형발전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에서는 물론 열린우리당 일부에서도 서울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하는데, 전 국토의 균형발전과 서울의 발전은 어떻게 조화가 이뤄질 수 있는 겁니까.

=서울 또는 수도권의 사회비용을 계산하면 한계생산성이 마이너스입니다. 서울은 너무 과포화상태이고, 지방은 반대로 경기가 죽은 상태입니다. 서울에 새로운 공장이나 일터, 교육시설을 지어 사람을 모으는 것은 한계비용이 너무 들어갑니다. 이 문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전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중앙부처가) 행정복합도시로 가고,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것은 옳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수도권에서 공공기관이 빠져나간 공간, 그리고 미군이 빠져나간 공간을 재설계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세계 10등 안팎입니다. 그러나 서울의 삶의 질은 반대로 100위부터 거꾸로 세는 것이 더 가깝습니다. 지금과 같은 서울의 과밀화는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강남에 가면 그럴 듯해 보이지만, 강북의 뉴타운 지정지구를 가보면 제대로 된 소방도로도 없습니다. 도시기반시설이 그만큼 형편없다는 것이죠. 서울에서 뺄 것은 빼고, 새로운 개념으로 설계해서 전 국토가 균형발전해야 합니다.

-서울의 새로운 설계란 표현을 자주 쓰시는데요.

=개인적으로는 ‘2010’이란 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서울은 1394년에 도읍이 된 이후 600년이 넘은 고도입니다. 좀 낡고 지친 도시이죠. 이런 서울을 행정복합도시 건설과 함께 행정기관이 빠져나가고, 공공기관이 빠진 것을 계기로 젊은 도시, 바로 20대의 도시로 만든다는 것이 20의 의미입니다.

10의 의미는 서울특별시의 삶에 대한 숫자입니다. 서울에서의 삶의 질은 한참 떨어집니다. 서울의 삶의 질을 세계 10위 안에 들게 만들자, 이겁니다. 또한 이번에 시작될 시장의 임기가 2010년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서울을 리바이탈라이즈(revitalize/다시 생기있게 만들고), 리디자인(redesign/새롭게 디자인하고), 리프레쉬(refresh/다시 상큼하게)하겠다는 겁니다., 서울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꾸고, 생산성도 높이는 것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금실·오세훈 이미지 겹쳐 당원들 ‘전략적 선택’ 할것

-현실적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경선이 오는 5월2일입니다. 밖에서 보는 분들은 강금실 후보가 유리하다고 하는데, 서울시장 후보가 되실 가능성은 얼마로 보십니까.

=강금실 후보가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높은 인지도와 인기가 그걸 말해 줍니다. 또한 인기도가 여론조사로 반영되는데, 경선에서 여론조사 반영을 50%하기로 한데다, 여성에게 20% 프리미엄을 더 준다면 제게는 불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당원들을 믿습니다. 강금실 예비후보에게 오세훈 예비후보가 나오기 전까지는 뭔가 다른 것이 있었습니다. ‘잇츠 디퍼런트’.(It’s different./뭔가 다르다). 그때문에 한나라당에 비해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절반에 못미쳐도 강금실 후보는 한나라당의 다른 어떤 후보보다도 지지율이 높았습니다.

불행히도 한나라당에서 같은 이미지의 사람이 나왔습니다. 결국 지지도와 인기도는 당의 지지도로 수렴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이 있는) 4월25일 이후를 봐야 하지만, 오세훈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가 된다면 강금실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필패로 나타날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 당원들은 새로운 방법을 고심할 것입니다. 새로운 방법은 먼저 경선을 치열하게 해서 ‘강금실 띄우기’를 하는 방법이 있고, 전혀 다른 선택으로 (2002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인제 대세론’에서 노무현으로 가듯 새로운 후보를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최선을 다해 제 인지도와 인기를 높일 것입니다. 4월25일 한나라당 경선이 끝나고 나면 새로운 전선이 형성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제가 무한히 믿는 당원들과 대중은 ‘전략적인 선택’을 할 것입니다. 그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가 상품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강금실 후보에 대한 평가를 해주시죠.

=강 전 장관이 열린우리당에 입당하기 전까지는 법무장관으로서의 당당함이 그의 전체를 설명해 줍니다. 이제는 서울 시장 후보로 나선 만큼 서울특별시장으로서의 자질과 꿈과 정책을 봐야 하는데, 비전이 뭔지, 정책이 뭔지 설명하기에는 아직 충분한 정책과 비전이 없어 보입니다.

곁들여 말하자면, (강금실 후보는) 시장 자리가 정치인의 자리가 아니라면서도 정치인이 되고 있습니다. 본인은 정치인이 아니라고 하지만요. 서울특별시장 자리는 정치인의 자리가 아니라 일꾼의 자리입니다.

일꾼으로서 일을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당의 지지도를 높이고, (서울시장 경선이 있는) 5월2일을 넘어 (지방선거일인) 5월31일에 본선 경쟁력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른바 당내의 ‘386’ 의원들이 대거 강금실 캠프로 갔는데, 서운하지 않습니까.

=저한테도 와서 캠프를 만들면 대변인을 하겠다는 의원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그 분들에게 ‘의원은 이목희 의원 한 분으로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앞으로도 당을 함께 해야 하는데, 지금 편을 가르면 저도 사람인지라 감정이 있을 겁니다. 의원들이 대거 거기(강금실 캠프)에 가세한다고 해서 당원들 표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닙니다.

젊은 의원들이 강금실 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는데,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할 때도 있을 겁니다.

-이목희 의원과는 절친한 관계신 것 같은데요.

=저랑은 대학교 동기동창 사이죠. 이목희 의원은 노동자 편으로 노동운동을 하고, 저는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길을 갔지만 친구로서 서로 어떤 것이 바람직한 사이가 될 지 고민하면서 함께 교류한 사이입니다.

-두 분이 노선은 다르지 않습니까.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목희 의원이 EITC(근로소득보전세제)를 도입하자는 안을 내놓았을 때, 제가 제3정조위원장이고, 이목희 의원이 제5정조위원장이었는데, 둘이 투합해서 일을 한 바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의 정강에 있는, ‘잘사는 나라, 따뜻한 나라’를 만들자는 것에 같이 공감합니다. 노선 차이도 없고, 제가 어려울 때 서로 격려하는 사이입니다.

‘잘사는 나라. 따뜻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에 공감하고, 양극화 극복을 위한 의원 모임도 함께 합니다. 정치적 노선도 같다고 봐야죠.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결과를 어떻게 예측하십니까. 앞에서 오세훈 후보의 승리를 점치기도 하셨는데, 오세훈 강풍의 이유는 뭘까요.

=저는 한나라당에서도 한나라당 당원,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전략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봅니다. ‘홍·맹’(홍준표, 맹형규 후보)으로는 강금실 후보를 이기는데 불확실하다는 거죠.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는 뭔가 새로운 무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숨어 있던 오세훈을 찾아낸 겁니다.

제가 우스개소리로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쫓아냈다고 하는 부분을 따서 ‘강금실이 죽은 오세훈을 살렸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오세훈 후보를 불러일으킨 한나라당의 전략적 판단이 옳으면 오세훈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명박 시장과 관련된 질문을 몇가지 드릴께요, 공교롭게도 이명박 시장도 현대 출신입니다. 현대 출신이 연달아 서울 시장이 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나 이명박 시장이나 정주영 회장님 아래에서 일을 배운 사람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분이 정 회장인데, 현대 출신이라는 측면에서는 이 시장이나 저나 같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시장과 저는, 결정적인 차이가 나는 것이 있는데, 저는 잘사는 나라 뿐만 아니라 따뜻한 사회를 추구하는 열린우리당 당원이라는 겁니다

이명박 시장이 현대 출신인데, 또 현대 출신이냐고 하는데…. 일을 배운 곳이 현대라는 사실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세훈 예비후보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면, 사람들이 한나라당에서는 고대 출신만 서울시장 하냐고 물을까요? ‘또 현대야?’ 이런 말은 말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이명박 시장에 대한 평가를 좀 내려주시죠. 청계천 복원에 대한 평가도 포함해서요.

=이명박 시장 이전에는 서울시장들은 다 관료 또는 명망가 출신들이었죠. 이 분들은 서울시가 ‘복마전’이란 사실에 치어서 자기 임기내에 사고 안내고 그냥 가자고 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시장은 ‘뭔가 한’ 사람으로 통합니다. 청계천에 대해 문화재 복원이 어땠느니, 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어떠니 하는 논란은 있겠지만, 최소한 청계천을 걷는 이들이 좋아한다는 것은, 서울시가 행정서비스 기관으로서, 시민이 좋아하는 일을 했다는 점에서는 성공적인 거죠.

이명박 시장에게 아쉬운 것은 두가지입니다. 먼저 서울의 경제를 살리는데 큰 성공을 하지 못했습니다. 실업률을 보세요. 또한 말이 하나의 서울이지, 주거·교육·문화·환경 등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여러 개의 서울입니다.

그리고 서울을 골고루 잘 살게는 못했습니다. 가령, 뉴타운 사업을 벌였는데,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뉴타운 지구는 도시기반시설이 적고, 학교와 도로들이 낡았고, 노후화된 집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했어야 합니다. 법적·제도적 장치에 대한 고민없이 없이 먼저 뉴타운 정책만 발표하다보니 땅값이 먼저 올랐죠. 땅값이 올라 그만큼 보상비가 오르면 사업비도 오릅니다. 그러면 거기에 살던 사람들, 즉 영세민들, 서민 이하의 중산층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합니다.

주민들의 주거복지를 향상시킨다면서, 도리어 주민들을 ‘물갈이’하는 측면이 있는 거죠. 열린우리당이 주도한 ‘도시 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됐습니다.

제가 한다면 국가재정과 서울시 재정을 넣어 기반시설을 만들고 사업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줘서 사람냄새나는 (뉴타운)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가령 학교가 복지시설도 되고, 공원도 되고 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학교를 ‘뉴 커뮤니티 센터’로 만들자고 하고 싶습니다. 지역사회의 중심지로 만들어 개발하고 싶다는 거죠.

‘개발하고 났더니 그 동네 사람들은 아예 없어졌더라’가 아니라 ‘노력한 이들은 거기서 살더라’할 수 있는 개발을 하고 싶습니다. 이명박 시장은 이런 점에서 배려가 없었습니다.

저는 또한 뉴타운을 만들면서 각 지역에 유스호스텔을 넣어 청소년들의 문화공간을 만들겠습니다. 서울 광장 이외에 청소년 시설이 없어요.

-청계천이라는 결과물 자체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아직 평가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경제적 효과만을 볼 것만 아니라 환경에 대한 평가, 교통에 대한 평가, 문화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합니다.

가령 청계천 문화재 처리 문제 등도 평가가 걸릴 것이고, 상당한 평가가 있을 겁니다.

-이명박 시장이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경부운하를 건설하겠다고 했습니다. 경부운하라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보십니까.

=경부운하는 관련부처의 검토를 들어봤더니 타당성도 없다고 들었습니다. 경인운하 이야기도 나오는데, 저는 경인운하 대신 임진강을 남북한이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협약을 해서 한강과 임진강을 이을 수 있다고 봅니다.

남북 화해 시대에는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서울 한복판의 한강을 그냥 두기에는 아깝습니다. 경인운하를 팔 정도의 예산이면 한강 자체를 준설해서 항로를 팔 수도 있습니다.

저는 ‘한강의 물길을 다시 연다’고 표현해 왔는데, 서울의 중심 한강에서 임진강 그리고 강화도와 영종도, 백령도 그리고 중국까지 이어지는 페리선을 띄우자는 것이 경인운하 파는 것보다 더 낫습니다. 한강의 경제적·평화적 이용이 동시에 가능합니다.

-경부운하는 언급 가치도 없다고 보십니까.

=건설교통부인가요, 거기의 타당성 조사를 보니 공사비, 수량, 환경 평가 등을 봤을대 타당성이 전혀 없더군요.

-현대자동차 출신이시니까 여쭤보겠습니다. 현재 검찰이 현대자동차 그룹을 수사하고 있는데, 현대자동차의 해법이 뭐냐고 보십니까.

=현대자동차 수사의 실체적 진실은 신문에 보도된 이외엔 모르지만, 안타깝습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플레이어(세계적인 회사)인데,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로 세계적인 메이커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데, 국내에서 소유 또는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내홍을 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자동차산업은 전후방효과가 높아서 다른 산업과의 연계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더욱 강력한 리더십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검찰 수사를 받고 강력한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나라 자동차 산업,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앞으로 매우 어려워 질 것 같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주식 시장 동요는 크게 없다고 하는데요.

=걱정 중 하나가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 일가가) 사재 1조원을 내놓는다고 했는데, 그러면 현대자동차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칼 아이칸 같은 사람이 적대적 M&A(인수합병)를 고민하지 않을까 싶네요.

-나중에 문제가 될까요.

=그렇게 될 겁니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기에 여쭤보는 겁니다. 현재 당의 지지도는 아직 낮고, 그만큼 재집권 가능성도 낮다고 합니다. 2007년 대선 재집권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2007년 정권 재창출은 2006년 5월31일에 어떤 후보를 내놓느냐에도 달려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을 창당할 때 내세운 정강과 공약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졌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잘사는 나라, 따뜻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걸 제대로 하지 못해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다들 무능하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5월31일에 유능한 사람 내세워서 지방자치단체부터 제대로 경영하겠다, 그래서 제대로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열린우리당 신뢰도가 높아집니다. 그 지지도를 바탕으로 대권을 꿈꿀 수 있는 겁니다. 그건 인기로, 이미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당 지도부나 당원들이 치열하게 생각하고, 현명하게 생각해야 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저의 제일 큰 걱정이 마지막 질문인데요, 정당을 만들면 정권을 잡고, 잡은 정권을 어떻게 연장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나라당 지지도가) 더 떨어지고 (우리당 지지도가) 덜 떨어져서 갭(차이)이 줄었다고 이야기하는 지도부가 부끄럽습니다.

본질적으로 비록 촛불이어도 스스로 빛을 내야지, 비치는 달빛을 가지고 자기 빛이라고 해서는 안됩니다. 작은 빛이어도 스스로 빛을 내야 합니다.

그런 걸 가지고, 당원들을 모아놓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격차가 두 자리에서 한 자리로 줄었다’고 이야기해서는 안됩니다. 그건 남이 해야 할 이야기고, 자기가 할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는 열린우리당이 지금 지지도가 낮아도, 당에 대한 로열티가 강한 사람들이 모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들은 전략적 판단을 할 것입니다.

강금실 후보가 누구에게나 이긴다고 하면 (경선을 하자고 자꾸 주장하던) 이계안이 밉지만, 어떤 조사를 해도 (강 후보가) 오세훈 후보에게 진다면 (당원들은) 전략적 판단을 할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기대합니다.

인터뷰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계안 후보는?

이 의원은 현대자동차 사장, 현대캐피털 그룹 회장을 지낸 최고경영자(CEO) 출신 정치인이다. 2004년 총선 직전에 영입돼 서울 동작을에서 당선됐다.

이 의원은 인터뷰에도 나오듯 기업인 출신이면서도 노동운동가 출신인 이목희 의원과 가장 절친하다고 스스로 말한다. 그만큼 그의 정치적 스펙트럼은 보수에서 진보를 아우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보수성향 의원 모임인 ‘안정적인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 활동을 하면서도, 진보 성향의 ‘양극화해소를 위한 의원모임’에도 참석하고 있다.

이는 그의 집안 내력에서 기인한다. 이 의원의 부친과 여동생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회정의를 위해 노력해 온 분들이었다. 이 의원의 부친은 오랜 세월 진보정당 활동을 해온 분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옥고를 몇차례 치르기도 했다. 이 의원의 여동생 이계숙씨도 운동권의 대모로 통하던 이다.

그가 정치인이 된 사연은 부친과 관련이 많다. 현대자동차 사장으로 승진했을 당시, 병중이던 부친을 찾아가 인사를 드렸더니 부친이 “서울대까지 나온 놈이 처자식 살리는 일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했다고 한다. 현대에 입사했을 때도 “나랏일을 해야지, 재벌 밑에서 일하는게 좋냐”고 꾸지람을 들었다고 한다. 이 영향을 받아 열린우리당의 입당 제의에 선뜻 응했다는 게 이 의원의 얘기다.

경기 평택 출신인 이 의원은 경복고를 나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부분의 50년대생들이 그러하듯 어린 시절엔 집안 형편이 어려워 도시락을 못싸가 수돗물로 배를 채운 일이 많았다고 한다.

1976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뒤 97년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전무를 거쳐 98년 46살에 현대자동차 사장이 됐다. 이 같은 초고속 승진으로 이명박 서울시장에 이은, ‘샐러리맨 신화’라는 별명을 얻었다.

인터뷰 성한용 선임기자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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