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일자리’ 자신…여당과 나는 달라
경기도는 선진국 도약 엔진…국가적 부름에 응했다
예산 들이붓기식 사절…발전지속 모델 내눈엔 보여
경기도는 선진국 도약 엔진…국가적 부름에 응했다
예산 들이붓기식 사절…발전지속 모델 내눈엔 보여
5·31 지방선거의 주요 ‘도전자’들이 구체화하고 있다. 이들은 경쟁자와의 차별화를 선언하며, 자신만의 ‘새로운 정치’를 약속하고 있다. 이들이 왜 지방선거에 나선 것인지, 어떤 정책과 실천 방안을 갖고 있는지,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기로 했다.
열린우리당 경기지사 후보로 확정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열린우리당과 나는 느낌이 다르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자신은 ‘기업’, ‘일자리’, ‘경제성장’ 등의 단어와 더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지사에 당선된다고 해서, 열린우리당이 경기도를 접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도민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9일 아침 수원시 팔달구 수원시청 옆 삼호마라톤빌딩 14층에 있는 그의 선거 사무실에서 했다.
-경기지사에 출마하는 이유, ‘도대체 왜 나왔는지’가 가장 궁금하다.
=전문 경영인 출신으로, 정통부 장관을 3년 동안 하면서, 기업 경영과 행정 경험을 충분히 했다. 지금까지 나는 성공하면 그 곳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향해 떠났다. 이번에는 우리나라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생각하고, 그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출마했다.
-특별히 경기지사를 선택한 이유는?
=나는 35살부터 51살까지 16년 동안 경기도에서 일했다. 삼성전자는 내가 젊음을 바친 곳이다. 경기도는 주민소득이 국민소득보다 낮고, 실업률은 높고, 젊은층 인구는 더 많다. 환경·교육 문제도 전국 평균보다 높다. 도민들은 기업·행정의 경험으로 이런 문제를 일사불란하게 해결해 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경기도야말로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드는 엔진이 숨어있는 곳이다.
-출마를 망설였던 것으로 아는데? =기업에서 갑자기 각료로 간 것은 국가의 부름이었다. 이번에 또 다시 요청이 있었다. 또 다른 국가적 부름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후보들과 무엇이 다른가? =세 가지 점에서 확실히 다르다. 첫째, 이공계 출신의 전문 경영인이다. 반도체로 세계를 제패해 본 경험이 있다. 장관으로 정보통신 1등 국가를 실현시켰다. 1등은 해 본 사람이 하는 것이다. 둘째, 질적으로 다른 ‘제 3세대’ 지도계층이다. 1세대가 산업화, 2세대가 민주화의 세대라면, 3세대는 선진화의 세대다. 민주화 세대 지도자는 노무현 대통령으로 끝났다. 셋째, 중소기업과 벤처업계의 생태계를 재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추진력과 경험, 실천 방안을 갖고 있다. -정치를 어떻게 보나? =지금까지의 정치는 ‘이빨’ 까고 ‘뒷다리 잡는’ 정치였다. 실천보다 말이 앞선다. 골프, 성추행, 테니스로 지새면 안된다. 중국이 우리를 따라 온다. 어떻게 하면 앞으로 동북아의 주도국가가 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기업하는 사람들은 과거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지난해 실적은 이미 보너스로 반영된 것이다. 정말 고민해야 할 것은 내년에 잘 하는 것, 10년 뒤 회사가 건실해지는 것이다. -서울시장에 출마할 생각도 있었나? =대구시장, 경남지사, 인천시장 등 여러 얘기가 나왔다. 그런데 나중에는 스스로 경기도에 가서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적 부름이 있었지만, 출마는 내가 결정했고, 지역도 내가 결정했다. -서울보다 잘사는 경기도, 지속가능한 발전, 상생복지 등 ‘도정 3원칙’을 제시했는데, 구체적인 공약은 있나? =만들고 있다. 도정 3원칙은 큰 비전이다. 하나 하나 다 가능하다. 예를 들어 지속가능한 발전은 예산을 퍼붓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홍콩의 첵랍콕 국제공항이 새로 만들어졌는데 고속기차가 다닌다. 고속기차면 당연히 적자가 날 것 같은데, 그 기차 운영회사는 적자를 내지 않는다. 지하철을 만들면서 역세권까지 함께 개발하도록 했다. 왜 우리는 그런 지속가능한 모델을 채택하지 않나? 내 눈에는 그런 것이 보인다. 그게 경영 마인드다. -경기도 안에서도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 =경기 남·북도의 문제가 있다. 북쪽은 남북 분단으로 인한 군사시설, 상수원 보호 등으로 엄청난 규제가 쌓여 있다. 그런 지역은 친환경적 산업들, 특히 레저산업이나 학교 등의 기반을 깔면 서서히 균형을 맞출 수 있다. -경기도에 미국의 유명대학 유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경기도 대학들은 재정도 어렵고, 순위도 전국 10위권 밖인 경우가 많다. 기존의 대학을 도립대학으로 전환해,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분교(유시버클리)처럼 만들겠다. 이렇게 세계적인 대학을 만들어야 경기도를 3만달러시대로 만드는 핵심 인재를 키울 수 있다.
-서울 등 다른 지역과의 협력 방안은?
=경기도에서 환경을 훼손할 수밖에 없는 산업 가운데 지방으로 재배치가 가능한 것들이 있다. 상의하겠다. 경기도에서 잠만 자고 서울에 가서 일하다 보니, 부는 서울에 쌓이고, 경기도는 교통정체만 유발된다. 강금실 전 장관이 서울시장이 되면, ‘진대제와 강금실의 역할 분담과 협조’가 가능할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많이 뒤지는 것으로 나오는데?
=걱정하지 않는다. 뚜벅뚜벅 가겠다. 묵묵히 진대제를 알릴 생각이다. 장관을 오래 했지만, 정치적 행위를 하지 않았더니 인지도가 낮다. 도민들에게 진대제가 좀더 잘 살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겠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것에 대해 비판론도 있다.
=전에는 군 면제를 받았다고 야단을 맞았고, 지금은 군대에 간다고 야단을 맞으니 좀 답답하다. 아들 부부가 미국에서 아이를 가지자 한국으로 돌아오겠다고 결심을 하게 됐고 그래서 군대에 가기로 결정했다. 어떤 세상인데, 아버지가 아들에게 선택을 강요할 수 있겠나.
-엘리트 코스만 밟았는데, 저소득층이나 빈민층의 삶을 얼마나 아나?
=나는 어릴 때 아주 어렵게 살았다. 어머니가 남의 집 빨래를 해 주고, 식모살이를 하고, 재래시장에서 청소를 해 주고 감자 찌끄러기를 얻어다 먹였다(이 대목에서 눈시울을 붉힘). 고등학교 때까지 친구를 우리 집에 데려오지 못했다. 과거의 일이라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선거에 나오니까 자꾸 들통이 난다.
인터뷰/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사진/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인터뷰 전문 열린우리당 경기지사 후보로 확정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열린우리당과 나는 느낌이 다르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자신은 ‘기업’, ‘일자리’, ‘경제성장’ 등의 단어와 더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지사에 당선된다고 해서, 열린우리당이 경기도를 접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도민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일요일인 9일 수원시 팔달구 수원시청 옆 삼호마라톤빌딩 14층에 있는 그의 선거 사무실에서 했다. 아침 9시부터 10시까지 정확히 한 시간이 걸렸다. 양기대 대변인과, 진 전 장관의 친구로 선거 캠프에 합류한 김용완씨가 배석했다. 인터뷰에 임하는 그의 태도는 자신감에 가득차 있었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인터뷰에는 익숙하지 않은 듯,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가족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어려웠던 과거사를 털어 놓을 때는 목이 메이기도 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일국의 장관을 3년 동안 지낸 사람이지만, 인간적이고 소탈한 모습이 엿보였다. ‘왜’ 출마를 했는지,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를 설명했지만, ‘권력쟁취 의지’는 떨어져 보였다. 그는 인터뷰를 마친 뒤,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줘서 고맙다”며 “내가 만나던 다른 분야의 기자들과 정치부 기자들은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용을 가급적 진대제 전 장관이 말한 그대로 옮긴다.
경기도는 한국의 표본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대목은 ‘진대제가 도대체 왜 경기지사에 출마했느냐’는 것입니다. 왜 나오셨습니까?
=지금 정치하시는 분들, 또는 경기도에서 일을 해 보겠다는 분들과 저는 차별성이 있습니다. 저는 기업 전문 경영인으로 정보통신부 장관을 3년 동안 했으니 기업 경영, 행정 경험을 충분히 한 것입니다. 저에게 경기지사 출마는 또 다른 도전입니다. 본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과감하게 몸을 던져야 하는 겁니다. 지금까지 제 삶은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55살의 나이에 경기지사 선거에 나선 것은 새로운 도전이고, 새로운 변신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것처럼 우리나라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생각하고, 그 발전에 기여해 보자는 것입니다. 연봉을 많이 받았지만, 결국 아이비엠을 뛰쳐 나와 반도체로 일본을 집어삼키고 세계를 재패해보자고 한 것이 1985년, 그러니 20년전 얘깁니다. 그것을 잘 성공시켜서 오늘의 2만불 시대를 만드는 기폭제가 됐습니다. 반도체 때문에 오늘의 디지털 시대, 아이티 시대가 온 것입니다. 제가 정통부 장관이 됐을 때 인터넷으로 고스톱이나 한다는 얘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인터넷 등 인프라는 잘 돼 있지만 현실은 그랬습니다. 지금은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인터넷, 아이티가 우리를 먹여 살리는 산업이 됐습니다. 유엔도 디지털 기회지수에서 우리나라를 1등으로 꼽았습니다. 정보통신 1등 국가가 됐는데, 지난 3년 동안 아무래도 제가 거기에 기여했다고 봐야겠죠? 또 와이브로(무선광대역인터넷 또는 무선초고속인터넷)나 디엠비 같은 것은 단군 이후 우리가 처음으로 만든 세계의 표준입니다. 변방의 작은 나라로 항상 괄시받던 우리가, 시디엠에이(CDMA·코드분할다중접속으로 사용자가 시간과 주파수를 공유하면서 신호를 송수신하는 방식)로 연간 1조원의 로열티를 내고 있다가 제4세대 통신기술인 와이브로를 우리 힘으로 만든 것 아닙니까?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원칙은 성공한 데 오래 머물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성공하면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찾아 떠났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파이는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고 그 파이를 더 크게, 또는 더 세로운 파이를 만들려고 도전해 왔습니다.
-특별히 경기지사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제가 16년간 경기도에서 일했습니다. 반도체, 삼성전자…. 제가 젊음을 바친 곳입니다. 35살부터 51살까지 여기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경기도는 우리나라를 축소한 표본입니다. 첨단산업, 바다, 남북경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모든 문제가 경기도에 있습니다. 아니 그보다 문제가 조금 더 심각합니다. 주민소득이 국민소득보다 낮고, 실업률은 높고, 젊은층 인구는 더 많습니다. 인구유입이 많다보니, 환경·교육 문제도 전국 평균보다 더 높습니다. 그야말로 도민들은 기업과 행정의 경험을 가지고 이런 문제를 일사불란하게 해결해 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고, 제가 거기에 딱 맞는 사람입니다. 경기도야말로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드는 엔진이 숨어있는 곳입니다. 그 엔진을 키우는 것, 이건 저한테 딱 맞는 일입니다. 서울로 가봐야 그런 일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이번엔 또다른 국가적 부름
-경기지사도 선출직 공무원이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정치인입니다. 정치인의 길을 가는 것은 장관직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데요.
=정치적 행위는 별로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장관을 하면서도 그런 행위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장관 시절 저에게 주어진 미션이 국민들이 10년 뒤 먹고 살 수 있는 먹거리 산업을 만들라는 것이었고, 저는 그것만 정말 충실히 했습니다. 제가 무슨 정치적 언동을 보인 적이 있습니까?
-어쨌든 경기지사는 정치인입니다. 개인적 소회는 없나요?
=있습니다. 어릴 때 어렵게 살았는데, 기업에서 보니 고객, 물건 살 수 있는 특별계층만 상대합니다. 또 빌 게이츠 등 컴퓨터 산업 관련자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장관되고 그 접근이 더욱 보편화됐습니다. 인터넷을 확대하려니 낙도에도 가고 시골에도 갔습니다. 좀 더 많은 대중, 넓은 층의 국민들을 상대로 하게 됐습니다. 저는 그 다음은 더욱 큰 보편성이 있는 국민 개개인의 소리, 그들의 어려움과 필요를 해결해 주는 위치에 가고 싶습니다. 저는 먹고 살 걱정은 없습니다. 장관직을 그만 둬도 기업으로 가야할 필요가 없는 사람입니다. 제 나름대로 더 봉사하고 보람있는 길을 찾을 수 있는 위치에 있으니, 내가 어렸을 때 장학금 받고 국비 유학생으로 (해외에 공부하러) 갔던 것을 돌려 줄 수 있는 다른 기회, 장관으로 하는 역할과는 또 다른 것입니다. 국가를 발전시키면서도 민생, 대중에게 더 가까이 가자. 이제 저에게는 더 남아 있는 다른 게 없습니다. 나중에 나이가 더 들면 하고 싶은 일은 있지만, 이제 제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은 이 영역 밖에 없습니다.
-경기지사 출마설이 오래 전부터 나왔는데, 마지막까지 안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출마로 방향을 바꾼 이유는 무엇입니까?
=솔직담백하게 얘기하면, 제가 기업에 있다가 갑작스레 각료로 간 것은 국가의 부름이었습니다. 그게 대통령의 목소리로 나온 것이지만 당시 그런 필요가 있었던 것 아닙니까? 지금도 10년, 15년 뒤 먹거리 산업을 만드는 것은 지금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지금 그 부분은 상당히 일이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또 다시 요청이 있다면 그건 또 다른 국가의 부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선진국, 3만달러, 4만달러 시대로 가야 합니다. 그 성장엔진은 아이티와 다른 산업이 모두 융복합화돼야 합니다. 아이티가 끌고 가면서 다른 전통산업까지 한몫에 가야 하는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제가 장관을 하면서도 정보통신 산업을 통해 다른 것의 경쟁력을 어떻게 올릴까 고민을 해왔는데, 또 그런 요청이 있었다는 것은 국가적 부름이라고 봤습니다.
노 대통령은 2세대 끝, 나는 3세대
-자신이 다른 후보나 정치인들과 무엇이 다르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다른 사람들과 분명히 다릅니다. 세 가지 점에서 확실히 다릅니다. 첫째, 저는 이공계 출신의 전문 경영인입니다. 반도체로 세계를 제패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입니다. 정통부 장관으로 정보통신 1등 국가를 실현시켰습니다. 1등은 해 본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아무나 떠든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정말 경험있고, 역량있는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과연 누가 또 이런 역량이 있습니까. 둘째, 솔직히 저는 질적으로 다른 제 3세대의 지도계층이 나타난 것입니다. 제 1세대가 산업화 시대, 독재시대의 지도자였다면, 제 2세대는 그에 반대하는 민주화 세력이었습니다. 이제 그 2세대는 노무현 대통령으로 끝점을 찍는 것입니다. 대체로 거론되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나라가 이제 바뀌고 있는 것 아닙니까? 노 대통령 스스로 내가 새 시대의 시작인가 했는데, 내가 구시대 점을 찍어야 하는구나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이 맞습니다. 이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제 3세대 선진화 세력들이 국가를 이끌어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진대제 후보가 바로 그런 세대라는 것인가요?
=제가 그 일을 하게 될지 안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게 필요한 때가 됐고, 제가 그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래를 보는 사람입니다. 전 과거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세번째, 다 근사한 얘기를 하지만, 경기도를 보면 중소기업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런데 누가 해결합니까. 그 미세산업을 조정하고, 구체성을 띤 추진력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저는 장관을 하면서도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얼마전 일산·고양에 아파트형 중소기업 단지에 갔습니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요구하는 게, 기술, 자금, 마케팅,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요구는 다 들어줄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벤처업계의 생태계를 재조정하는 시각으로 접근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런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그런 접근법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3분의 1이 경기도에 모여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까요? 그건 말로만 되는 게 아닙니다. 구체적 경험과 실천 방안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기업에선 과거에 집착하면 ‘아웃’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어디가 이길 것 같습니까?
=저한테는 그런 것 물어보지 마시죠. 지금은 그런데 관심이 있는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어쨌든 정치가 삶의 등불이 돼야 합니다. 지금까지 정치가 ‘이빨’ 까고 ‘뒷다리 잡는’ 정치였는데 지금은 그런 게 필요한 때가 아닙니다. 그야말로 사람들이 빛으로 삼고 따라가는 정치,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가 돼야 합니다.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노무현 대통령을 ‘정치권’이라고 하고, 정치권에 대해 어떤 아쉬움이 있습니까?
=사실, 실천보다 말이 좀 앞서고 있습니다. 정쟁이 심하고, 오히려 국민의 목소리, 국민이 어디가 가렵고, 아픈지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정쟁만하니 국민들이 진저리치는 것 아닙니까? 누구는 성추행하고, 또 누구는 골프를 쳤다며 지새는데, 국민들이 바라는 지도자는 그런 게 아닙니다. 중국이 우리를 따라온다, 어떻게 하면 앞으로 동북아의 주도 국가가 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데 너무 과거의 얘기에만 매달립니다. 정치가 왜 과거 얘기에만 그렇게 매달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기업하는 사람들은 과거에 대해 얘기하지 않습니다. 작년 실적에 대해 더 얘기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이미 보너스로 반영이 된 것이고, 정말 고민해야 할 것은 내년에 잘 하는 것, 10년 뒤 회사가 건실하게 남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5년 전에 잘한 것을 떠들면, “저 사람 늙었다. 그만 내보내라”고 합니다. 그냥 아웃입니다. 미래를 생각하고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미래 정치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국민들이 실망하는 것입니다. 그건 양쪽이 다 그렇습니다. 전 그런 정치를 하겠습니다. 전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갑작스레 옛날 얘기는 하지 못합니다.
-애초 서울시장에 출마할 생각 있지 않았습니까?
=솔직히 2년 전 총선 때는, 총선에 나가라고 요구해서 “난 절대 안한다”고 떨쳐 버렸습니다. 그 다음에는 곧바로 서울시장, 경기지사 등을 얘기했습니다. 난 “내 일이 아니다”며 장관 옷을 벗을 때까지 입도 뻥긋 안했습니다. 당에서도 여러 얘기가 나왔지만 그저 듣기만 했습니다. 물론 속으로 고심은 했지만요. 구체적 결단을 한 것은 한 달 정도 됩니다. 그때는 제 미션인 10년 뒤 먹거리를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했고, 공직자로 정치적 언동을 안하려고 무던히 애썼습니다.
한달 전쯤 대통령과 출마 문제 논의
-앞에서 ‘또 다른 국가적 부름’이라고 말했는데, 결국 열린우리당이 어디로 나가달라고 요청하는 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서울시장으로 나가달라고 했다면 그쪽으로 갈 수도 있었다는 것입니까?
=이렇게 정리해 주세요. 뭐,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많이 나왔습니다. 대구시장 나와라, 경남지사로 나와달라, 인천시장 얘기도 나왔습니다. 저도 전국적 인기가 좋더라고요. 그런데 나중에는 제 스스로, 나는 경기도에 가서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곳에서 제가 15년 동안 젊음을 바쳤습니다. 그것의 연속입니다. 경기도가 우리나라 3만불 시대를 이끌고 갈 성장엔진을 다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후보께서 쓴 <열정을 경영하라>라는 책을 보면, 본인이 하고 싶어서 선택한 것도 있지만, 상황이나 여건이 주어지면 거기에 부응해 온 것 같은데요?
=물론 그것도 고려돼야죠. 그쪽에서는 그런 구도로 가자고 얘기가 된 것이니까요. 솔직히 그 이전에는 서울시장, 경기지사 얘기도 있었고, 그야말로 여러가지 요청이 많았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 중에 제가 선택할 여지가 있었고, 공식 제안도 그런 식으로 온 것입니다. 또 대통령을 포함해서 국가적 부름으로 생각한다고 말했고, 저도 이제 때가 됐다, 이건 국가적 부름이라고 생각해서 결단한 것입니다. 단순히 누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목적을 위해서 끌어냈다면 저는 나서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충분히 고심했고, 결단했고, 그 지역도 내가 선택한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지사 출마 문제를 얘기하셨다는 겁니까?
=예, 공식 제안이라는 게 거기에 속하는 것이죠. 한 달 전쯤, 이집트 순방 전에 공식적으로 얘기가 나왔습니다.
-노 대통령이 직접 출마하는 게 좋겠다고 권유하셨나요?
=밀어낸 것, 이른바 ‘장관 징발론’은 아니었습니다. 저에게 대통령이 주신 미션인 먹거리 산업 만드는 일을 계속할 수도 있는 것이고, 제가 원하면 지자체장에 도전할 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꼭 집어서 “넌 거기 나가야 해”, 뭐 이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 자유인입니다. 저에게는 자유의지가 있고, 전 무슨 정당 사람도 아닙니다. 자유의지를 갖고 분위기가 성숙됐다고 생각해 “오케이, 내가 나간다. 그럼 경기도다”, 이렇게 결정한 것입니다. 진대제의 의지가 100%는 아니라도, 충분히 많이, 거의 100%가 반영된 것입니다. 거기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의 권유도 있었던 것입니다.
-대통령도 그 권유자에 들어간다는 것입니까?
=대통령이죠 뭐. 누가 하겠습니까. 제가 누가 한다고 듣겠습니까. 제게 미션을 준 사람인 대통령이 “충분히 잘됐다”고 말하고, “원한다면 다른 미션으로 가도 좋다”고 말하지 않으면 가고 싶어도 못가는 것 아닙니까? 임명권자인데….
복지와 성장 함께 추진할 터
-경기도와 관련한 정책을 좀 묻겠습니다. 서울보다 잘사는 경기도, 지속가능 발전, 상생복지 등 도정 3원칙을 제시하고, 3만달러 시대 경기도를 말하셨는데,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공약은 있나요?
=구체적 공약은 만들고 있습니다. 도정 3원칙은 큰 비전에 해당합니다. 먼저 서울보다 잘 사는데 있습니다. 울산은 이미 3만달러 넘어갑니다. 현재 서울이 1만8천달러, 경기도가 1만5천달러 정도인데, 세월이 가다보면 산업이 훨씬 많고 젊은 인구도 더욱 많은 경기도가 서울보다 더 잘 살게 됩니다. 경기도가 더 잘사는 경기주도의 원칙인데, 가능합니다. 지금은 도내 규제도 경기도가 못하고 중앙에서 합니다. 그런 권한도 위임받아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예산을 계속 퍼붓는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계속 돌아갈 수 있는 엔진을 만들어야지, 매번 예산 쓰는 방식은 좋은 게 아닙니다. 한 예로 홍콩에 공항이 새로 만들어졌는데 그곳에 고속기차가 다닙니다. 고속기차하면 당연히 적자로 생각할텐데, 그 기차 운영사는 적자를 내지 않습니다. 우리 같으면 예산을 철도에 마구 넣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도 잘 돌아갑니다. 그 지하철을 만들면서 역세권까지 함께 개발하도록 했습니다. 그 역세권에서 나는 이익을 다른 쪽에서 먹어가면 예산을 찔러 넣어야 하는데, 같이 움직이니까 이익을 내는 것입니다. 왜 우린 그런 지속가능한 모델을 안쓰는 것입니까? 저는 오히려 질문하고 싶습니다. 왜 그렇게 안하느냐. 제 눈에는 그게 보입니다. 그게 경영마인드입니다. 그렇게 묶으면 되는 것인데요. 상생복지, 최선의 복지는 일자리 만드는 것입니다.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을 시키는 사람과 일하는 사람이 떨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고급 여성인력이 사회활동에 동원돼야 국가의 부가 늘어나고 3만~4만달러 시대로 가는데 보육센터가 모자라 일을 못나갑니다. 보육센터가 할 수 있는 일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약간의 자원봉사적 보수를 받으면서 하고 싶어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연결고리가 없습니다. 경기도는 ‘품앗이 화폐’를 발행해, 어르신들이 그런 자원봉사를 하면 품앗이 화폐를 받는 방식으로 서로 품앗이를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과 노동의 조력을 받아야 하는 사람을 묶어주는 일을 하겠습니다. 그것이 최선의 상생복지입니다.
-복지가 일자리 창출로 볼 수도 있지만, 전문경영인과 자치단체장은 차이가 있습니다. 전문경영인은 문제가 있으면 사람을 자를 수 있지만, 국가경영자나 단체장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는 빈곤 계층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가 발전해서 세금을 많이 거둬 복지에 쓰는 게 최선책입니다. 그런데 위의 것을 착 잘라서, 나눠먹기식으로 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불만을 낳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면 또 성장우선주의냐, 성장이냐 분배냐로 마구 싸우는데, 저는 최선의 복지는 일하고 싶은 사람이 일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소외받는 계층이 많고, 그런 분들을 위한 적극적인 복지 정책을 추진하겠습니다. 열린우리당이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복지정책을 하려고 노력하는 데 그건 분명히 잘하는 입니다. 그러나 세금을 대폭 올리는 것보다는 발전을 통한 재원 마련이 이뤄져야 합니다. 저는 그렇게 해보려고 합니다. 적극적인 복지와 경제성장을 함께 다 추진하려는 것입니다.
파주 영어마을은 잘한 것
-경기도 안에서도 양극화 문제가 심합니다. 그 원인과 처방을 어떻게 보십니까?
=경기 남·북도의 문제, 특히 북쪽은 남북분단으로 인한 군사시설, 상수도원의 보호 등으로 엄청난 규제가 쌓여 있습니다. 그러니 발전을 못한 것입니다. 이건 우리 역사적 상황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입니다. 그나마 남북 사이에 긴장이 완화되면서 규제가 많이 풀렸습니다. 저는 그런 지역은 친환경적인 산업들, 특히 레저 산업이나 학교 등의 기반을 깔면 서서히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일반적인 양극화 문제는 다 있습니다. 그런데 인구 유입이 많다보니 영어마을 등의 시도도 있지만 콩나물 시루같은 학교도 많습니다. 그런 보편적 교육 문제 해소에 노력하겠습니다. 그것은 큰 예산이 안듭니다. 빠르게 해결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경기도에 노인복지회관과 경로당이 7500개 있는데, 거기서 복지관리사를 파견해 달라고 합니다. 7500개 노인복지 회관과 경로당에 1천명 정도의 복지관리사를 파견하고, 이들에게 연봉 1천만원씩을 준다면 연간 100억원이 듭니다. 왜 이런 곳에 100억원을 못 씁니까? 왜 그런 돈을 아낍니까? 경기도와 산하 지자체 예산을 합하면 연간 25조원인데, 다른 곳을 아껴서 그런데 해드려야지요.
-파주 영어마을로 논쟁이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잘 한 것입니다. 영어에 대한 욕구를 해소시켜 줄 수 있습니다. 제한된 사람에 대한 혜택이라는 문제가 있지만, 상징적인 돌파구를 연 것입니다.
-경기도는 학급당 학생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교육 정책에서 영어마을을 더 만드는 것과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 것에서 선택을 요구받는다면 어느 쪽에 예산을 투입하겠습니까?
=저 같으면 두 가지를 다하겠습니다. 영어마을은 예산을 안쓰면서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돈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니, 지속가능한 형태로 기업모델과 연계하겠습니다. 만약 영어마을에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여해야 한다면 그것은 좋은 정책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예산을 좀 넣겠지만, 운영은 기업 등과 연계해 지속가능한 형태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예산은 보편교육을 강화하는 데 쓰겠습니다.
-영어마을을 도의 예산을 투여하지 않고,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런 모델을 만들겠습니다. 폐교, 군사시설 이전지 등을 활용하는 등 기존시설을 적극 활용해 예산을 적게 들이고, 기업이 운영을 맡도록 하는 형태로 지속가능 모델이 가능합니다.
-경기도에 미국의 스탠퍼드 같은 유명대학 유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경기지사가 풀어낼 수 있는 공약이라고 보십니까?
=경기도의 대학들은 재정도 어렵고, 순위도 전국 10위권 밖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기존의 대학을 도립대학으로 전환해 미국의 유시버클리처럼 만들겠습니다. 이를 위해 이미 여러 대학과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학들을 묶어서 세계적인 대학으로 만들어야, 경기도를 3만달러 시대로 만드는 핵심 인재를 키울 수 있습니다.
-경기도로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는데요?
=수도권이 경쟁력이 있으니까 산업과 사람이 몰리는 것입니다. 국토균형발전 만큼 경기도의 균형발전도 중요합니다. 경기도에도 넘치는 게 많습니다. 경기도에서 환경 등을 훼손할 수밖에 없는 산업 가운데 지방으로 재배치가 가능한 것들이 있습니다. 지방과 상의하겠습니다. 또 서울에서 경기도로 넘겨줄 것도 있습니다. 특히 서울과 경기도는 그런 문제가 많습니다. 한강 물을 서울과 경기도가 나눠먹는데, 환경 문제는 경기도만 책임진다는 발상은 말이 안됩니다. 또 경기도에서 잠만자고 서울에 가서 일하다보니 경기도만 정체됩니다. 부는 서울에 쌓이고, 경기도는 교통정체만 유발됩니다. 이런 것들은 서울과 경기도가 함께 논의해 재배치해야 합니다. 강금실 전 장관이 서울시장이 된다면 ‘진대제와 강금실 사이에 역할분담과 협조’가 가능할 것입니다.
내장공사를 잘 할 사람이 필요한 때
-참여정부 내각에 함께 있었던 강금실 전 장관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아주 참신합니다. 강단도 있습니다. 문화적 소양도 갖췄습니다. 서울시에 딱 걸맞은 분입니다. 서울시민의 요구는 답답한 서울을 좀 시원하게 해달라는 것인데, 그것을 해 줄 사람이 바로 강 장관입니다. 반면, 경기도는 지속가능한 성장엔진을 가동시킬 역량있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제가 첨단일꾼이 되겠다고 여기에 왔습니다.
-손학규 현 경기도지사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아주 잘 한 분입니다. 역대지사들 모두 잘했습니다. 임창렬 전 지사는 재경부에서 행정하던 분으로, 현재 경기도의 큰 틀은 그때 만든 것입니다. 외국인 투자 유치, 영어마을도 그쯤에서 바탕을 만들고, 손학규 지사가 그 바탕 위에서 일을 한 것입니다. 이제는 그 틀 속에 내실을 넣어야 할 때입니다. 그것은 더 시간이 걸리고 어려운 일입니다. 내장공사가 더 어렵지 않습니까? 그 내장공사를 잘 할 사람이 필요한 때고, 적합한 사람이 바로 접니다.
나는 당과 느낌이 전혀 다른 사람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오는데, 어떻게 넘어서겠습니까?
=걱정 안합니다. 뚜벅뚜벅 하겠습니다. 애시당초 조금 늦었느니, 서두르면 실수한다는 생각으로 묵묵히 진대제를 알릴 생각입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질 면에서는 제가 더 점수가 높게 나오지 않았습니까? 이미 국민 여론조사에서, 기업경영 시이오 1번, 행정 경험 2번, 정치인은 3번으로 순위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까? 제가 누군지 알리는 게 중요합니다. 장관을 오래했지만 정치적 행위를 하지 않았더니, 인지도가 낮습니다. 국회에서 난리치고, 정치적인 싸움을 해야 국민들이 기억하는 것 같은데, 그점에서 저는 좀 손해입니다. 이제 도민들에게 진대제가 좀 더 잘 살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겠습니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낮습니다. 어떻게 지지율을 끌어올리겠습니까?
=당 지지율이 영 시원치 않죠. 열린우리당과 저는 느낌이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저는 경제성장에 대해 계속 얘기하는 데, 이건 한나라당식과 좀 비슷하죠. 나는 좀 차이나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푸른 색 바탕을 깐 명함을 보여주며) 이 명함 칼라를 보세요. 한나라당보다 더 파란 색이죠. 제가 좋아하는 칼라입니다. 블루 오션 칼라입니다. 지자체는 당과 상관이 없습니다. 지자체장은 당을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 아닙니다.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때 이해관계가 충돌해 정파적 싸움 일어나는 것이지, 지자체가 무슨 법을 만드는 데입니까? 지자체장은 일하는 사람입니다. 지자체는 당의 색채를 빼도 됩니다. 도민들도 그것을 생각해 주십시요. 열린우리당에 실망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열린우리당이 경기도를 맡아 운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대제가 경기도를 위해 일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투표자의 심리는 ‘노무현 정권 심판론’ 등 정치적 행위로 투표할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닙니까? 당위론과 현실 사이의 격차를 어떻게 극복하겠습니까?
=적극적으로 인물 본위로 투표해 달라고 지지를 호소할 것입니다.
-20~30대를 투표장으로 끌어낼 방법은 있습니까?
=이벤트를 억지로 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제 메시지, 컨텐츠로 승부을 보겠습니다. 제가 나선 것은 젊은 분들을 위해 나선 것이다. 결국 10년, 15년 뒤 잘 사는 경기도를 만들자는 것이니, 젊은이들이 나와줘야 합니다.
-강금실 전 장관이 최근 홈페이지를 개설했는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어릴 때 사진 등 인간적 냄새를 많이 풍기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감성적인 접근을 하지 않았는 데, 지금까지 그런 스타일 아니라 안했습니다. 이제는 좀 해보겠습니다.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젊은 사람들을 투표장에 끌어내기 위해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아들 한국행은 아이 때문에 한 결정
-아들 군대 문제에 대해, 지도층의 결단이란 평가도 있지만, 아버지가 잘되려고 아들을 군대에 보낸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솔직한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군대 문제는 제 아들이 제일 답답해할 얘기입니다. 그 전에는 군 면제를 받았다고 야단맞았고, 지금은 군대에 간다고 야단을 맞으니 전 좀 답답한 데, 제 아들이 한국에 오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상당히 좀 된 얘기입니다. 미국에 간 것은 10년 전, 공부를 마치고 취직해서 결혼했고, 애까지 생겼습니다. 애를 가진 게 결정적으로 한국에 오겠다고 생각한 계기입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아버지가 아들에게 선택을 강요할 수 있겠습니까? 아들 나이도 28살인데…. 아버지인 저도 부담이지만, 본인이 아버지 문제로 자신의 문제가 자꾸 거론되니 부담스러워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로 인한 결심, 또 건축 커리어를 쌓는 데 한국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며느리도 부모가 다 한국에 있는데, 친정에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런 것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정입니다.
초등생 시절 사친회비도 못내
-진대제 전 장관님께서는 엘리트 코스만 밟았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런 셈이지요.
-그래서 저런 사람이 저소득층, 빈민층의 삶의 질이나 고통에 대해 알까, 관심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습니다.
=아마 지금 선거판에 뛰어든 사람들 가운데 20살 이하의 평균치를 생각하면 제가 아주 못산 사람 축에 속할 것입니다. 그게 제 얼굴에 그 표가 안나서 그렇지…. 아버지는 13살, 어머니는 17살에 결혼했습니다. 종갓집에서 대를 이으려고, 그렇게 결혼시켰으니 공부도 못하고, 어머니가 사실 아버지를 길렀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는 평생을 무직으로 살다시피 했고, 최선이 막노동이었습니다. 온 집안 식구가 고생이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사친회비, 이런 것도 못냈습니다. 어머니가 남의 집 빨래를 해주고, 식모살이 하고, 재래시장에서 청소해주고 감자찌끄러기 얻어다 먹였습니다. 몇일전 재래시장에 갔더니 우리 어머니 생각이 나더라고요. (다시 눈시울을 붉힘) 고등학교 때까지 친구를 우리 집에 한 명도 데려오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가슴에 응어리진 얘깁니까. 그래서 전 20살 이전 얘기는 절대로 안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데 나오니 자꾸 들통이 나는 것입니다. 조금씩 그런 얘기를 하자, “넌 서민이 아니다. 갑자기 왜 가난했다고 떠드냐”고 합니다. 내가 그렇게 떠들 이유가 없었는데, 지금은 “너는 어떤 사람이냐”고 너무 많이 물어오니 그 얘기를 안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서부 이촌동 철거민촌에 사는 데, 어느날 학교에 갔다오니 집이 없어졌어요. 판자로 얼기설기해서 몇달을 버텼는데, 친척이 불쌍하니 데려다가 그 집에 가정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시중에는 삼성그룹이 진대제를 지원할 것이라는 것도 얘기가 있습니다.
=삼성을 떠난지 오래됐습니다. 삼성 주식도 거의 다 팔았습니다. 스톡옵션은 좀 남았지만. 삼성 사장으로 수원에 있다가 그 날 전화받고 바로 떠나 사표는 따로 전달했기 때문에 아직 환송식도 못받았습니다.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는 잘 정리해서 인터넷에 올리고, 신문에도 쓰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사진/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출마를 망설였던 것으로 아는데? =기업에서 갑자기 각료로 간 것은 국가의 부름이었다. 이번에 또 다시 요청이 있었다. 또 다른 국가적 부름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후보들과 무엇이 다른가? =세 가지 점에서 확실히 다르다. 첫째, 이공계 출신의 전문 경영인이다. 반도체로 세계를 제패해 본 경험이 있다. 장관으로 정보통신 1등 국가를 실현시켰다. 1등은 해 본 사람이 하는 것이다. 둘째, 질적으로 다른 ‘제 3세대’ 지도계층이다. 1세대가 산업화, 2세대가 민주화의 세대라면, 3세대는 선진화의 세대다. 민주화 세대 지도자는 노무현 대통령으로 끝났다. 셋째, 중소기업과 벤처업계의 생태계를 재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추진력과 경험, 실천 방안을 갖고 있다. -정치를 어떻게 보나? =지금까지의 정치는 ‘이빨’ 까고 ‘뒷다리 잡는’ 정치였다. 실천보다 말이 앞선다. 골프, 성추행, 테니스로 지새면 안된다. 중국이 우리를 따라 온다. 어떻게 하면 앞으로 동북아의 주도국가가 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기업하는 사람들은 과거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지난해 실적은 이미 보너스로 반영된 것이다. 정말 고민해야 할 것은 내년에 잘 하는 것, 10년 뒤 회사가 건실해지는 것이다. -서울시장에 출마할 생각도 있었나? =대구시장, 경남지사, 인천시장 등 여러 얘기가 나왔다. 그런데 나중에는 스스로 경기도에 가서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적 부름이 있었지만, 출마는 내가 결정했고, 지역도 내가 결정했다. -서울보다 잘사는 경기도, 지속가능한 발전, 상생복지 등 ‘도정 3원칙’을 제시했는데, 구체적인 공약은 있나? =만들고 있다. 도정 3원칙은 큰 비전이다. 하나 하나 다 가능하다. 예를 들어 지속가능한 발전은 예산을 퍼붓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홍콩의 첵랍콕 국제공항이 새로 만들어졌는데 고속기차가 다닌다. 고속기차면 당연히 적자가 날 것 같은데, 그 기차 운영회사는 적자를 내지 않는다. 지하철을 만들면서 역세권까지 함께 개발하도록 했다. 왜 우리는 그런 지속가능한 모델을 채택하지 않나? 내 눈에는 그런 것이 보인다. 그게 경영 마인드다. -경기도 안에서도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 =경기 남·북도의 문제가 있다. 북쪽은 남북 분단으로 인한 군사시설, 상수원 보호 등으로 엄청난 규제가 쌓여 있다. 그런 지역은 친환경적 산업들, 특히 레저산업이나 학교 등의 기반을 깔면 서서히 균형을 맞출 수 있다. -경기도에 미국의 유명대학 유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경기도 대학들은 재정도 어렵고, 순위도 전국 10위권 밖인 경우가 많다. 기존의 대학을 도립대학으로 전환해,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분교(유시버클리)처럼 만들겠다. 이렇게 세계적인 대학을 만들어야 경기도를 3만달러시대로 만드는 핵심 인재를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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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열린우리당 경기지사 후보로 확정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열린우리당과 나는 느낌이 다르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자신은 ‘기업’, ‘일자리’, ‘경제성장’ 등의 단어와 더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지사에 당선된다고 해서, 열린우리당이 경기도를 접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도민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일요일인 9일 수원시 팔달구 수원시청 옆 삼호마라톤빌딩 14층에 있는 그의 선거 사무실에서 했다. 아침 9시부터 10시까지 정확히 한 시간이 걸렸다. 양기대 대변인과, 진 전 장관의 친구로 선거 캠프에 합류한 김용완씨가 배석했다. 인터뷰에 임하는 그의 태도는 자신감에 가득차 있었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인터뷰에는 익숙하지 않은 듯,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가족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어려웠던 과거사를 털어 놓을 때는 목이 메이기도 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일국의 장관을 3년 동안 지낸 사람이지만, 인간적이고 소탈한 모습이 엿보였다. ‘왜’ 출마를 했는지,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를 설명했지만, ‘권력쟁취 의지’는 떨어져 보였다. 그는 인터뷰를 마친 뒤,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줘서 고맙다”며 “내가 만나던 다른 분야의 기자들과 정치부 기자들은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용을 가급적 진대제 전 장관이 말한 그대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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