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9) △경기여고 △서울대 법대 △판사 △변호사(민변 부회장) △법무부 장관 △법무법인 지평 대표
사람·생활 중심 시정…개발주의 바꿔야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서울시정을 사람 중심, 생활 중심으로 바꿔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출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운동이라는 정치적 과정을 뚫고 나갈 수 있다면, 그 이후에는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는 진짜 정치인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도저히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화봉책박물관 2층에 있는 그의 선거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왜 강금실 서울시장이어야 하나?
=우리 사회에는 개발주의가 여전하다. 과시적이고 물질 중심적이다. 지금은 그걸 바꿔야 한다. 대한민국에 앞서 서울에서부터, 밑에서부터 바꿔야 한다. 지방자치는 국정과 달리 밑에서부터 시민들이 바꿔 나가는 것이다. 이 시기를 놓치는 게 죄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안 나가도 잘 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사람 중심, 생활 중심 시정으로 바꿔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겠는가? 내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답지 못해 오히려 강점
철학 얘기하는 정치가 돼야 -‘패러다임의 전환’(패러다임 시프트)을 말했는데, 배경이 무엇인가? =정치가 달라져야 한다. 거대 담론이 아니라 일상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념적 접근을 할 것이 아니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놓고 문제를 찾아야 한다. 참여정부나 우리당이 실패한 것도 그런 데에 근본 원인이 있다. 우리 자신의 풀뿌리 공동체, 풀뿌리 사회의 일상적 삶을 바꿔나가는 생활 정치에서부터 기틀을 쌓아,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국가 전체를 움직이는, 반대의 접근이 필요하다. -강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 무엇이 다른가? =나는 정치인답지 못한 것 같다.(웃음) 나 같은 사람, 정치인이 아니었던 사람이 오히려 이상적인 정치를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그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본다. -열린우리당이 잘못 풀어나간 개혁 과제는 무엇인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들 수 있다. 2003년 당시 큰 쟁점이었는데, 지금은 거의 사장됐다. 탄핵 이후 정치적 과정에서도 실패가 컸다. 국민들은 진정한 정치를 원했는데, 총리 인선 문제로 충돌이 일어났다. 그 뒤에는 국가보안법 국면으로 가버렸다. 국민이 원하는 민생 문제를 의제로 설정하고 그 문제를 풀어가면서 어려운 과제로 갔어야 한다. 국가보안법은 법의 쟁점이 아니라, 정치적 쟁점이다. 정의감이 너무 강해서 정당성이 강한 과제부터 선택한 것이 잘못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개혁을 체계적으로 입안하고 노력한 최초의 정부다. 공무원 사회 혁신, 권력기관 개혁, 정치의 부패 청산에 상당한 업적을 남겼다. 잘못한 것은 두 가지다. 대중 정서를 수용하면서 좀 더 효율적인 개혁 프로세스를 밟지 못했다는 것, 기존 정치의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치공학적 모습을 보일 때 국민들은 돌아선다. 대연정론을 국민들이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런데서 패착이 있었다. 요즘 내가 얘기를 막한다.(웃음) -박근혜 대표를 어떻게 보나? =공인으로서 자기 관리, 카리스마 면에서 박 대표를 능가하기가 어렵다고 본다. 박 대표가 장점이자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논쟁 때 이념적 주장을 하는 이유는 아버지를 긍정적으로만 승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측면을 전면적으로 인정하고 극복해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대선을 어떻게 보나? =진정성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선거가 됐으면 좋겠다. 내가 보라색 얘기를 하자 이미지라고 하는데, 내가 원하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가 자기 철학을 얘기하는 정치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결론적인 얘기만 하면 안된다. 그리고 정서적이었으면 좋겠다. 정치는 좀더 리얼해져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재집권 가능성은?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들이 원하는 시대정신과 방향을 읽어낸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후보로서 정책을 밝힐 수 있나? =좀 신중하게 할 생각이다. 예비후보는 정책 발표를 할 수가 없게 되어 있더라. 지금은 정책의 기조를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듬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 가지, 시정의 정책은 큰 차별성이 없다. 청계천 복원도 서울시의 숙원 사업이었다. 이명박 시장이 잘 한 것은 그걸 선택하고 결단한 것이다. -강남북 불균형 해소 정책은? =열린우리당은 담뱃세와 재산세 세목 교환을, 한나라당은 공동세 방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좀더 깊이 있는 답을 찾고 싶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측정을 거쳐 그에 따른 해법을 내놓고 싶다. 주택 문제, 교육 문제도 마찬가지다. -여성 정치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이 뭐라고 보나? 참여정부, 민생 외면한 채
정의감 너무 내세운 건 잘못 =여성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권위적인 것,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패거리 문화 등에 흡수되면 안 된다. 여성에게 기대할 수 있는, 반권력인 것, 반권위적이고 포용하고 배려하는 것, 지시하고 명령하기보다는 같이 교감하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여성성을 살려내는 리더십을 정착시켜야 한다. 여성들의 심리적 스트레스에 대한 남성들의 배려도 필요하다. -왜 법조인이 됐나? =대학 1, 2학년 때 진학 문제로 고민을 했다. 종교학, 미학을 전공하려 했는데, 강의가 재미 없었다. 사회계열이었으니까 대안으로 생각한 게 법률가였다. 선택의 매력 포인트는 공익성이었다. 그때 발을 잘 못 디딘 것 같다.(웃음) -부모님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기본적으로 사생활이다. 공적인 영역에서 문제가 된다면 몰라도 답하고 싶지 않다. 돌아가신 지 10년이 넘는 분들인데 저 때문에 거론되는 게 싫다. 다만, 아버지는 제주 4·3 이후 ‘제주 유지 사건’ 때 제주 유지들을 좌익으로 모함했다는 혐의를 뒤집어 쓰고 체포된 일이 있다. 좌익이 아니라 그 반대였다고 할까? 시대 상황의 희생자였다. 싸워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터뷰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아래는 이날 인터뷰 전문이다.
철학 얘기하는 정치가 돼야 -‘패러다임의 전환’(패러다임 시프트)을 말했는데, 배경이 무엇인가? =정치가 달라져야 한다. 거대 담론이 아니라 일상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념적 접근을 할 것이 아니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놓고 문제를 찾아야 한다. 참여정부나 우리당이 실패한 것도 그런 데에 근본 원인이 있다. 우리 자신의 풀뿌리 공동체, 풀뿌리 사회의 일상적 삶을 바꿔나가는 생활 정치에서부터 기틀을 쌓아,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국가 전체를 움직이는, 반대의 접근이 필요하다. -강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 무엇이 다른가? =나는 정치인답지 못한 것 같다.(웃음) 나 같은 사람, 정치인이 아니었던 사람이 오히려 이상적인 정치를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그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본다. -열린우리당이 잘못 풀어나간 개혁 과제는 무엇인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들 수 있다. 2003년 당시 큰 쟁점이었는데, 지금은 거의 사장됐다. 탄핵 이후 정치적 과정에서도 실패가 컸다. 국민들은 진정한 정치를 원했는데, 총리 인선 문제로 충돌이 일어났다. 그 뒤에는 국가보안법 국면으로 가버렸다. 국민이 원하는 민생 문제를 의제로 설정하고 그 문제를 풀어가면서 어려운 과제로 갔어야 한다. 국가보안법은 법의 쟁점이 아니라, 정치적 쟁점이다. 정의감이 너무 강해서 정당성이 강한 과제부터 선택한 것이 잘못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개혁을 체계적으로 입안하고 노력한 최초의 정부다. 공무원 사회 혁신, 권력기관 개혁, 정치의 부패 청산에 상당한 업적을 남겼다. 잘못한 것은 두 가지다. 대중 정서를 수용하면서 좀 더 효율적인 개혁 프로세스를 밟지 못했다는 것, 기존 정치의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치공학적 모습을 보일 때 국민들은 돌아선다. 대연정론을 국민들이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런데서 패착이 있었다. 요즘 내가 얘기를 막한다.(웃음) -박근혜 대표를 어떻게 보나? =공인으로서 자기 관리, 카리스마 면에서 박 대표를 능가하기가 어렵다고 본다. 박 대표가 장점이자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논쟁 때 이념적 주장을 하는 이유는 아버지를 긍정적으로만 승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측면을 전면적으로 인정하고 극복해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대선을 어떻게 보나? =진정성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선거가 됐으면 좋겠다. 내가 보라색 얘기를 하자 이미지라고 하는데, 내가 원하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가 자기 철학을 얘기하는 정치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결론적인 얘기만 하면 안된다. 그리고 정서적이었으면 좋겠다. 정치는 좀더 리얼해져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재집권 가능성은?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들이 원하는 시대정신과 방향을 읽어낸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후보로서 정책을 밝힐 수 있나? =좀 신중하게 할 생각이다. 예비후보는 정책 발표를 할 수가 없게 되어 있더라. 지금은 정책의 기조를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듬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 가지, 시정의 정책은 큰 차별성이 없다. 청계천 복원도 서울시의 숙원 사업이었다. 이명박 시장이 잘 한 것은 그걸 선택하고 결단한 것이다. -강남북 불균형 해소 정책은? =열린우리당은 담뱃세와 재산세 세목 교환을, 한나라당은 공동세 방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좀더 깊이 있는 답을 찾고 싶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측정을 거쳐 그에 따른 해법을 내놓고 싶다. 주택 문제, 교육 문제도 마찬가지다. -여성 정치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이 뭐라고 보나? 참여정부, 민생 외면한 채
정의감 너무 내세운 건 잘못 =여성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권위적인 것,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패거리 문화 등에 흡수되면 안 된다. 여성에게 기대할 수 있는, 반권력인 것, 반권위적이고 포용하고 배려하는 것, 지시하고 명령하기보다는 같이 교감하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여성성을 살려내는 리더십을 정착시켜야 한다. 여성들의 심리적 스트레스에 대한 남성들의 배려도 필요하다. -왜 법조인이 됐나? =대학 1, 2학년 때 진학 문제로 고민을 했다. 종교학, 미학을 전공하려 했는데, 강의가 재미 없었다. 사회계열이었으니까 대안으로 생각한 게 법률가였다. 선택의 매력 포인트는 공익성이었다. 그때 발을 잘 못 디딘 것 같다.(웃음) -부모님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기본적으로 사생활이다. 공적인 영역에서 문제가 된다면 몰라도 답하고 싶지 않다. 돌아가신 지 10년이 넘는 분들인데 저 때문에 거론되는 게 싫다. 다만, 아버지는 제주 4·3 이후 ‘제주 유지 사건’ 때 제주 유지들을 좌익으로 모함했다는 혐의를 뒤집어 쓰고 체포된 일이 있다. 좌익이 아니라 그 반대였다고 할까? 시대 상황의 희생자였다. 싸워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터뷰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아래는 이날 인터뷰 전문이다.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