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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선택 5.31 도전자 인터뷰] ②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등록 2006-04-11 19:26수정 2006-04-27 11:02

△제주(49) △경기여고 △서울대 법대 △판사 △변호사(민변 부회장) △법무부 장관 △법무법인 지평 대표
△제주(49) △경기여고 △서울대 법대 △판사 △변호사(민변 부회장) △법무부 장관 △법무법인 지평 대표
사람·생활 중심 시정…개발주의 바꿔야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서울시정을 사람 중심, 생활 중심으로 바꿔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출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운동이라는 정치적 과정을 뚫고 나갈 수 있다면, 그 이후에는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는 진짜 정치인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도저히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화봉책박물관 2층에 있는 그의 선거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왜 강금실 서울시장이어야 하나?

=우리 사회에는 개발주의가 여전하다. 과시적이고 물질 중심적이다. 지금은 그걸 바꿔야 한다. 대한민국에 앞서 서울에서부터, 밑에서부터 바꿔야 한다. 지방자치는 국정과 달리 밑에서부터 시민들이 바꿔 나가는 것이다. 이 시기를 놓치는 게 죄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안 나가도 잘 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사람 중심, 생활 중심 시정으로 바꿔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겠는가? 내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답지 못해 오히려 강점
철학 얘기하는 정치가 돼야

-‘패러다임의 전환’(패러다임 시프트)을 말했는데, 배경이 무엇인가?

=정치가 달라져야 한다. 거대 담론이 아니라 일상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념적 접근을 할 것이 아니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놓고 문제를 찾아야 한다. 참여정부나 우리당이 실패한 것도 그런 데에 근본 원인이 있다. 우리 자신의 풀뿌리 공동체, 풀뿌리 사회의 일상적 삶을 바꿔나가는 생활 정치에서부터 기틀을 쌓아,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국가 전체를 움직이는, 반대의 접근이 필요하다.

-강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 무엇이 다른가?

=나는 정치인답지 못한 것 같다.(웃음) 나 같은 사람, 정치인이 아니었던 사람이 오히려 이상적인 정치를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그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본다.

-열린우리당이 잘못 풀어나간 개혁 과제는 무엇인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들 수 있다. 2003년 당시 큰 쟁점이었는데, 지금은 거의 사장됐다. 탄핵 이후 정치적 과정에서도 실패가 컸다. 국민들은 진정한 정치를 원했는데, 총리 인선 문제로 충돌이 일어났다. 그 뒤에는 국가보안법 국면으로 가버렸다. 국민이 원하는 민생 문제를 의제로 설정하고 그 문제를 풀어가면서 어려운 과제로 갔어야 한다. 국가보안법은 법의 쟁점이 아니라, 정치적 쟁점이다. 정의감이 너무 강해서 정당성이 강한 과제부터 선택한 것이 잘못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개혁을 체계적으로 입안하고 노력한 최초의 정부다. 공무원 사회 혁신, 권력기관 개혁, 정치의 부패 청산에 상당한 업적을 남겼다. 잘못한 것은 두 가지다. 대중 정서를 수용하면서 좀 더 효율적인 개혁 프로세스를 밟지 못했다는 것, 기존 정치의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치공학적 모습을 보일 때 국민들은 돌아선다. 대연정론을 국민들이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런데서 패착이 있었다. 요즘 내가 얘기를 막한다.(웃음)

-박근혜 대표를 어떻게 보나?

=공인으로서 자기 관리, 카리스마 면에서 박 대표를 능가하기가 어렵다고 본다. 박 대표가 장점이자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논쟁 때 이념적 주장을 하는 이유는 아버지를 긍정적으로만 승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측면을 전면적으로 인정하고 극복해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대선을 어떻게 보나?

=진정성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선거가 됐으면 좋겠다. 내가 보라색 얘기를 하자 이미지라고 하는데, 내가 원하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가 자기 철학을 얘기하는 정치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결론적인 얘기만 하면 안된다. 그리고 정서적이었으면 좋겠다. 정치는 좀더 리얼해져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재집권 가능성은?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들이 원하는 시대정신과 방향을 읽어낸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후보로서 정책을 밝힐 수 있나?

=좀 신중하게 할 생각이다. 예비후보는 정책 발표를 할 수가 없게 되어 있더라. 지금은 정책의 기조를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듬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 가지, 시정의 정책은 큰 차별성이 없다. 청계천 복원도 서울시의 숙원 사업이었다. 이명박 시장이 잘 한 것은 그걸 선택하고 결단한 것이다.

-강남북 불균형 해소 정책은?

=열린우리당은 담뱃세와 재산세 세목 교환을, 한나라당은 공동세 방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좀더 깊이 있는 답을 찾고 싶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측정을 거쳐 그에 따른 해법을 내놓고 싶다. 주택 문제, 교육 문제도 마찬가지다.

-여성 정치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이 뭐라고 보나?

참여정부, 민생 외면한 채
정의감 너무 내세운 건 잘못

=여성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권위적인 것,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패거리 문화 등에 흡수되면 안 된다. 여성에게 기대할 수 있는, 반권력인 것, 반권위적이고 포용하고 배려하는 것, 지시하고 명령하기보다는 같이 교감하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여성성을 살려내는 리더십을 정착시켜야 한다. 여성들의 심리적 스트레스에 대한 남성들의 배려도 필요하다.

-왜 법조인이 됐나?

=대학 1, 2학년 때 진학 문제로 고민을 했다. 종교학, 미학을 전공하려 했는데, 강의가 재미 없었다. 사회계열이었으니까 대안으로 생각한 게 법률가였다. 선택의 매력 포인트는 공익성이었다. 그때 발을 잘 못 디딘 것 같다.(웃음)

-부모님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기본적으로 사생활이다. 공적인 영역에서 문제가 된다면 몰라도 답하고 싶지 않다. 돌아가신 지 10년이 넘는 분들인데 저 때문에 거론되는 게 싫다. 다만, 아버지는 제주 4·3 이후 ‘제주 유지 사건’ 때 제주 유지들을 좌익으로 모함했다는 혐의를 뒤집어 쓰고 체포된 일이 있다. 좌익이 아니라 그 반대였다고 할까? 시대 상황의 희생자였다. 싸워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터뷰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아래는 이날 인터뷰 전문이다.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인터뷰는 10일 오후 2시 그의 선거사무실에서 한 시간 동안 했다. 정치팀의 성한용 선임기자, 이지은 기자, 그리고 사진팀의 김정효 기자가 취재를 했다. 대변인인 조광희 변호사가 배석했다.

선거사무실은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화봉책박물관 2층에 있었다. 약속시간에 맞춰 사무실로 올라가자, 나무 냄새가 짙게 풍기는 공간에서 가벼운 복장의 젊은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강금실 후보가 활짝 웃으며 취재진 일행을 맞았다. 사진 취재를 위해 먼저 2층 테라스에서 잠시 포즈를 취하며 얘기를 나눴다.

-바쁘실텐데,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여기까지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출마 선언을 한 뒤 말씀하시는 것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잘 안 되데요.

-그런 의미에서 을 하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네. 얘기가 추상적이니까 전달이 잘 안돼요. 토론에 나갈 거냐 말거냐, 고민을 많이 했는데, 너무 공세를 하니까요. 출마 선언 하자마자…. (방송 출연이) 법에는 어긋나지 않는데, (한나라당의 공세가) 상식에서는 일리가 있는 측면도 있고요. 또, 앞으로 (출연) 기회가 많으니까요.

-아무튼 아쉽게 되셨네요.

=나갈 걸 그랬나요?(웃음) 제가 하고자 하는 얘기가 시작에 가깝기 때문에, 이번에 다 전달되겠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출마 선언한 날은 의외로 끝나고 나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게 맞는가”라는 회의가 들기도 하더라고요. 출마 선언에서 내가 하고 싶어 했던 얘기를 했는데, 그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하는 회의가 들더라고요. 정치에서 진정성 회복이라는 게 가능한 것인지, 아닌 걸 맞다고 우기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회의가 들기도 하더라고요. “내가 하고 있는 이런 가치관이 맞는 걸까”라고 조광희 변호사한테 물어보니 맞다고 그러더라구요.

-왜 그런 회의가 들었나요?

=우리의 내면에서는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얘기지만, 현실 속에선 그렇게 하지 않고 있으니까, 내가 너무 동떨어진 얘기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거죠. 현실이 안 그렇다면 현실이 맞고 내가 아닌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거죠. 정치부 기자들을 만나도 그렇고요.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가 제일 많이 안고 있는 문제가 사고를 너무 정치적으로 하고 있다는 거예요. 인텔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그래요.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생각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게 선진화인 거죠. 사고를 합리적으로 하고요. 그러면 서울시장은 서울시민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게 답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 잘 살게 되는 과정 자체를 정부가 주도했고, 그것을 주도한 국가가 무지무지 사실을 왜곡하고 폭력적인 국가였고, 그러다보니 가정 환경이 사람을 결정하듯이 사회 전체가 큰 틀에서, 우리 모두가 그런 틀에서 형성된 정신적 문화의 틀을 깨기 어려운 게 아닌가 해요.

그러나 깰 때가 왔다고 생각해요. 민주정부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서로서로 그 문제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아요. 나도 마찬가지겠죠. 그런데 나만 다르니까 내가 이상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사람이 맞다 틀리다가 아니고 나는 나대로 사는 건데, 부담이 저한테 오니까요.

서울 강남북 격차는 강북에 전쟁대비 시설 집중탓

(강금실 후보의 사무실로 옮겨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서울시장이 지금부터 4년 동안 무슨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사람을 빼고 우선 일 얘기부터 하지요.

=두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는데요, 지금 이 시점에서 서울시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정리해야 하고, 문제점들을 어떻게 실현해야 할 것이냐, 구체적인 일들이 있을 수 있겠죠. 앞 부분을 먼저 말씀드리면, 서울시가 굉장히 복잡한 많은 문제를 갖고 있어요.

(바람 때문에 흩어진 머리를 다듬어 달라는 사진기자의 요청으로 잠시 자리를 떴다가 돌아왔다.)

=계속하지요. 시간으로 보면 21세기로 접어드니까 전근대적 가치를 21세기적으로 바꿔나가고, 스며드는 생활을 정착시켜야 하는 과제가 있죠. 시민들 생활 속에 많이 남아 있잖아요? 특히 아래로부터 의견 전달이 안 되거든요. 민주주의 정착이 안 됐다는 얘기니까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죠. 시간적 측면에서. 약자들에 대한 배려, 평화의 문제, 대화 창구를 만드는 문제, 일상성을 극복할 수 있는 문제 등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죠.

공간적으로 얘기하면, 서울은 한국의 중심인데, 외환위기 이후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는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잖아요. 실업이나 일자리 문제의 후유증이 크잖아요. 이런 한국의 문제가 다 걸려 있고, 서울이 한국의 절반 규모라면 그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야 하고요.

공간적으로는 또, 한반도와의 관계, 아시아와의 관계, 세계화의 관계에서도 봐야죠. 세계 도시로 어떻게 발돋움하는가, 경쟁 국가 체제에서 서울이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굉장히 문제가 많아요. 남북 문제를 말씀드리면, 강남북 불균형이 생긴 원인이 남북 문제에 있어요. 강북 개발을 30년 동안 묶어 왔고, 강북에는 공산주의에 대비해 남아 있는 시설들이 많아요. 한강 이남을 대신 발전시킨 것이죠. 그 결과 나타나는 굉장히 긍정적 측면뿐 아니라 후유증을 시민들이 나눠 가져야 한다는 거겠죠. 그리고 시·공간의 중심에 사람이 와야겠죠.

“돈에 의해 사람을 따지는 개발주의 폐해, 지금은 그걸 바꿀 때”

-바로 그런 서울시장을 왜 다른 사람이 아니라 강금실 후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그것이 서울시정으로 오면 어떻게 나타나느냐 하면,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여전히 개발주의랄까요, 우리가 성장 과정에서 사람 중심 성장이 아닌, 뭐라 그럴까, 제가 아직 캐치프레이즈 정리가 안됐는데, 과시적이고 물질 중심의 개발, 우선 많이 보여주는 물질, 그러다보면 사람들이 예속되어 돈에 의해 사람을 따지는 게 개발주의의 폐해라면, 지금은 그걸 바꿔야 하죠.

지금도 안 바꾸고 넘어가면 대한민국이 실기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에 앞서 서울에서부터, 밑에서부터, 지방자치라는 게 국정과 달리 밑에서부터 시민들이 바꿔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를 사물화시키고 돈에 매이게 하는 가치 혼란 문제를 밑에서부터 바꿔나가야 하고, 게다가 문제 해결책들이 쌓여 있기 때문에, 이 시기를 놓치는 게 죄스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안 나가도 잘 될 거라는 답은 안 나오더라고요. 솔직히. 사람 중심, 생활 중심 시정으로 바꿔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겠는가, 내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른 사람을 폄하하려는 건 아니고요.

다른 사람이 하면, 개발주의가 지속될 우려가 있어요. 21세기 패러다임에서 보면 문화·환경 이런 것들이 가치의 시점으로 접근되지 않고, 가시적 성과를 내는 물질적 가치에서 접근된다면 그 폐해를 어떻게 막아낼 것이냐 하는 고민을 했어요. 후유증은 반드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죠. 그런 것들은 굉장히 인본주의적으로 실질적인 가치의 복원을 요구하는 영역들이거든요.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우리가 겪어온 개발과 성과 위주의 짧은 압축 성장을 통해 형성된 물질 추구의 가치, 개발주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한 업적 드러내기, 이런 식으로 가면 그 폐해를 어쩔 것인가 하는 (고민을 했어요).

“제가 안 나가도 잘 될 거라는 답은 안 나오더라고요. 솔직히”

-그 말씀과 관련해서, 패러다임 시프트(shift)와 발상의 전환을 말씀하셨는데, 너무 어려워서 그런지, 사람들한테 잘 전달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통합과 소통, 이런 말씀을 하시는 배경, 철학적 이유가 있으신가요?

=서울시정의 비전과 정책을 만든다고 할 때 출발점이 뭐냐, 그리고 이 시장선거의 의미가 뭐냐, 논의를 했는데요, 저희는 쉽게 그 점에 동의한 게, 우선 패러다임 시프트라는 게 학계에선 상당히 많이 논의가 돼 있다고 해요. 현실정치에 끌어들여 언급한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말하자면, 패러다임 시프트의 내용은, 제가 우리당에 입당하면서 글에도 썼지만, 어떤 정치적인 정치, 샤우트(외치는, shout) 정치에서 폴리틱스 오브 라이프(살림의 정치, politics of life), 주장하고 선동하고 싸우는 정치에서 진짜 시민의 생활을 걱정하고 시민의 일상의 문제를 미시적으로 접근하는 정치, 하이 폴리틱(high politic)에서 로 폴리틱(low politic), 그러니까 거대 담론이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 발생하는 문제, 일자리가 없다면 왜 없냐는 아주 구체적인 접근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 그리고 또 얘기할 수 있는 게 몇 가지 있죠.

그래서 접근 방식을 바꾸자는 것, 정치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꿔서 어떤 이념적인, 생각을 먼저 시스템화 해 놓고 거기에 현실을 맞추는 이념적 접근이 아니라,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접근하면서 문제를 찾아가는 것, 그래서 좀 자유로워 지는 것, 권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그런 게 굉장히 요구될 때가 아니냐고 생각해요.

참여정부나 우리당이 실패한 게 그런 데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의도는 좋으나 국민들에게 현실 적합성이 있는가, 국민 전체가 원하는 것인가, 국민이라고 해봤자 상당히 많은 갈등이 있고 이해관계가 다르지만요. 그러나 그런 것을 좀 더 현실 적합적으로 섬세하게 분석하고 접근하는 게 아니라, “우린 이게 옳다고 믿는다, 이걸 해야 되겠다”는 식으로 했거든요. 설득 과정도 없고요. 그러면 정책이 좋아도 반발을 불러일으켜서 더 악순환이 되고요.

그런데 왜 지금 서울시장 선거냐면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일상의 생활을 회복하고 권위를 벗어나서 할 수 있는 것이 거대 권력 관계인 국가의 운영보다는, 바로 지방자치단체에서부터 해 나갈 수 있다고 보는 거죠. 오히려 이제까지 ‘정치’, ‘행정’하면 국가 행정을 먼저 생각했던 것을, 우리 자신의 풀뿌리 공동체, 풀뿌리 사회의 일상적 삶을 바꿔나가는 생활 정치에서부터 기틀을 쌓아나가서,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국가가 되게 하는 반대의 접근이 필요한 거죠.

주장하는 정치에서 시민 일상의 문제를 접근하는 정치로 패러다임시프트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아니라, 서울시장으로 출마하는 이유를 그렇게 이해하면 되겠네요.

=하나 더 말씀드리면, 제가 지금 체험하는 건데, 과연 우리 정치가 진정성을 회복할 수 있겠느냐 생각하면, 지금 정치 문화의 역사가 나름대로 오래 쌓여서 참으로 힘든 것 같거든요. 우리당 같은 경우 굉장히 청렴하고 진솔하고 진지한 분들이 많은데 현실 정치 문화권 자체가 계속 대응을 요구하다보니까 거기에 휘말려서 정신을 못차리더라고요. 정치 공세랄까요, 공작 정치랄까요. 그게 지금 너무 지배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 서울시장의 경우, 제가 (출마)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이, 상당히 내가 위험하고 처음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긴 하지만, 어디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정치에 대한 새로운 열망, 새로운 시정에 대한 가치관의 전환을, 비교적 정치의 간섭을 안 받고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거죠.

그런데 대선에 가봐야 안 돼요. 전 정당이 다 모여 들어서. 그건 제가 절대 컨트롤 못해요. (크게 웃음). 제가 과연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는데, 내 가치관이 안 변할 건 안 변할 거예요. 그러나 자기도 모르게 선거 과정에서 휩쓸릴 수 있거든요. 아주 사소한 결단도 아차 하고 틀리면 꼬일 수 있는 거고, 또 우리당 당원으로서 당하고 같이 해야 하잖아요.

그건 사실은 지금 준비하는 과정, 출마 선언 이후 계속되고 있는 거죠. 팀을 짜는 과정, 팀의 운영 방식, 계속 “이렇게 가자, 이렇게 가자”고 강조하는데, 제가 강조하는 전략이라는 게 진정성, 오로지 진정하게 법을 철저히 지키고, 절대 대응하지 않고, 네거티브 전법 안 쓰고, 이런 걸 강조하다보니 기존의 정치나 기존 선거와 너무 달라서, 선거 결과는 전적으로 제가 위험 부담을 져야 하는 거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아니라 서울시장에 나선 이유가, 정치와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할 수 있고, 현실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는 것이죠?

=국정에 비해 시정은 진짜 정치라고 볼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선거 기간에 정치적인 과정을 뚫고 나갈 수 있다면, 시정은 상당히 우리가 즐겁게 할 수 있지 않겠냐, 평범한 시민의 대표자라는 생각으로 정치와 관계 없이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그런 판단을 할 수 있었던 거죠.

대선 나가라 국회의원 나가라면 도저히 못하죠. 그건 정치인 되는 거니까. (웃음)

-기존의 정치 문화에 많이 편입된 분들과 많이 다른 것 같은데, 강 변호사님 본인은 뭐가 다르다고 생각하세요?

=뭐가 다르냐고요? 정치인답지 못한 것 같아요. (웃음)

그런데 우리는 정치 문화가 바뀌길 희망하잖아요. ‘정치는 원래 그런 거야’ 그럴지 모르지만, 어느 사회나 그렇대요. 정치는 우리처럼 ‘원래 그런 거’라고 기피를 당한다는데, 그렇지만 그 안에서 수준은 바뀔 수 있잖아요. 그 점에서 과연, 저 같은 경우가 정치를 직접 겪었으면서 정치인이 아닌 사람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시장 선거에 뛰어들어서 어디까지 제 모습, 제가 생각하는 정치, 이상이랄까, 원칙에 의한 정치를 어디까지 실현할 수 있는가, 그런 기여도 필요한 것 같아요. 오히려 그런 측면에서는 우리당 사람들이 하고 싶어도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니까요. 오히려 제가 자유롭게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도 나의 역할이 아닌가요?

-열린우리당에 입당하실 때 ‘열린우리당이 생각하는 개혁 과제를 제시하고 풀어가는 순서와 추진 방법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국민들한테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셨는데, 사례를 몇 가지 들 수 있습니까?

=크게 보면, 국정과 관련한 사례는 2003년 제가 (법무부 장관을 그만두고) 나온 직후에, 아니 뭐, 제가 나오게 된 원인과 관련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들 수 있죠. 그게 당시 큰 이슈가 됐는데, 떠들다 말고 지금 거의 사장됐잖아요. 그런데 저는 죄송한 말이지만, 법무부 내에서 진행하던 검찰 개혁 프로세스를 중단시킨 측면이 있거든요. 조직 개편하면서, 상당히 점진적인 개혁이라고 할 수 있었어요, 제가 취했던 방식은.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조직의 수장으로서 조직을 바꿔 나가려면 조직원을 설득하면서 동의를 얻어가면서 큰 공통 분모부터 해나갈 수밖에 없거든요. 그게 어느 정도 정착되면 과감한 개혁도 가능한 것이죠. 근데 그게 중단된 측면이 있죠. 어느 쪽이 옳았냐고 말할 수는 없지만요. 그런데 차라리 ‘고비처’가 신설됐으면 할 말이 없을텐데요. 그리고 탄핵 이후 정치 프로세스에 실패가 컸다고 봐요.

-탄핵 이후요? 왜 그렇습니까?

=탄핵 직후 국민들이 바랐던 것은 진정한 정치를 원한 거예요. 민주개혁을 하는 진정한 정치. 그런데 그 직후에 나온 것은 총리 인선 문제로 굉장한 충돌이 일어났죠. 국민들이 보기에는 납득할 수 없는 거죠. 절차 면에서도 명분이 없고요.

그리고 국가보안법 논란이 붙어서 국가보안법 국면으로 가버렸어요. 저는 의제를 잘못 선정한 거고, 그것이 상당히 개혁의 동력을 떨어뜨렸다고 봐요. 국민이 원하는 민생 문제라거나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의제를 설정해서 그 문제를 풀어가면서 동의를 얻어가면서 더 어려운 과제로 갔어야 하는데, 국가보안법은 찬반 양론이 굉장히 예민하고, 지금 단계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거든요. 폐지해야 하는 게 마땅하지만 정치적인 이슈라는 거죠, 법의 이슈가 아니라. 정치적 이슈이기 때문에 반공을 아직도, 북한에 대해 아직도 반대하는 게 있는 한은 명분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왜 그런 정치적인 이슈를 선택했는지, 4대 개혁 과정이….

-4대 개혁 중에서도 국가보안법이요?

=다른 것들도 신통치 않았던 것 같아요. 하여간 뭔가 너무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정의감이 강해서, 너무 정당성이 강한 과제부터 선택했다는 거죠. 정의감이 강하죠, 참여정부나 우리당이. 그러다보니 정당성이 회복되는 영역부터 개혁을 하게 되지만, 그게 더 많은 반발을 불러 일으키죠. 그때 10만 보수세력이 궐기대회를 하고 더 많이 반발을 일으켜서 그게 상당히 대중한테 전파됐다고 봐요. 저는 잘못됐다고 봐요.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도 있을 텐데요.

=잘 하신 측면이 있다면, 처음으로 체계적인, 개혁을 체계적으로 하려고 입안하고 노력을 기울인 최초의 정부가 아닌가 싶어요. 국민의 정부까지는 사실상 남북 관계 외에는 민주적인 개혁을 내놓을 만한 게 없잖아요. 노 대통령은 공무원 사회 혁신이라든가, 권력기관 개혁이라거나, 정치의 부패 청산에 상당한 업적을 남기셨죠. 국가 균형발전 계획이라든가. 로드맵 정권이란 비판은 받지만,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하고자 원칙을 세운 정부는 처음이기 때문에, 상당히 평가는 남을 것이라고 봐요.

잘못한 것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대중 정서를 수용하면서 좀 더 효율적인 개혁 프로세스를 밟지 못했다는 것과, 참여정부와 우리당도 기존 정치의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거예요.

노 대통령이 본의 아니게 문제 해결에서 정치공학적 모습을 보일 때 국민들이 돌아서거든요. 그 점에서 상당히 실패가…. 대연정론 그런 걸 국민들이 그렇게 받아들이는 거죠. 국민들이 볼 때는 뭔가 기대가 있기 때문에 비판을 하는 거죠. 진정성으로 다가와주길 바라는데 대연정으로 다가오면 정치공학적 해결 방법이라고 받아들이는 거죠. 그런데 패착이 있지 않았나 해요.

(웃으며) 요즘 얘기를 신나게 막 해요. 입당하고 출마하기 전에는 이런 얘기 일체 안했는데. 차라리 속이 시원해져서 막 해요, 그냥. (웃음)

노대통령, 정치공학적 모습 보일때 국민 돌아서

-야당 대표로서 박근혜라는 정치인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저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치인으로서 자세, 공인으로서 자기 관리 자세나 카리스마 면에서 박근혜 대표를 능가하기 상당히 어렵다고 봐요. 제가 진작에 예언을 했어요. (박 대표를) 딱 보니까 달라요. 다만, 박 대표께서 스스로의 기반이고 장점이라고 여기는 부분이자 결점인 측면, 한계인 측면을 극복하지 못하는 건 매우 아쉽죠.

-그게 뭡니까?

=쉽게 말하면, (박 대표의) 정치적 기반이 된 것이 아버지 문제랄까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과 가치관을 승계하고 있고, 국가보안법이나 사학법 논쟁 때마다 딱 이념적 주장을 하는 이유가, 그 가치관을 긍정적으로 승계하고 있기 때문이거든요. 근데 국민들이 보기엔 부정적 측면이 있다는 것이죠. 그 부정적 측면을 전면으로 인정하고 극복해야만 더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답답한 거죠.

-강 변호사님은 언론 인터뷰에서 ‘박 대표가 네거티브를 하지 않기 때문에 높게 평가한다’고 하셨는데요, 사실 관계가 좀 다른 것 같은데요?

=박 대표가 네거티브 많이 하나요?

-노무현 정권에 대해서요.

=거짓말로 음해하시진 않잖아요. 비판이야 할 수 있죠.

-소위 좌파정권, 색깔, 이념 문제 같은 것….

=바로 그 점에서 정치 영역에 있는 분들을 접하면서 느끼는 것이, 본인의 장점이라고 여기는 부분을 놓지를 못해요. 왜냐면 장점이 지니고 있는 결점까지도 탁 놔버려야 한 단계 더 뛰어넘을 수 있는데, 놓지 못하는 이유는, 정치는 대중의 지지를 바탕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본인이 결점을 인정하는 순간 지지가 떨어질까봐 놓지를 못하더라고요. 박 대표의 경우도 그 시절의 부정적 측면을 있는 그대로 전면에서 수용하고 뛰어넘어야 하는데, 거부하잖아요. 긍정만 하려고 하잖아요. 그 점은 국민들 보기엔 답답한 측면이죠.

-이명박 서울시장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그런 식으로 막 평가해도 되나요?(웃음) 청계천에 가서 장단점 말씀드린 그대로예요. 저는 어쨌거나 이 시장께서 선진화로 가는 시정을 앞당겨 하셨다고 봐요. 일하는 시장의 이미지를 부각시킨 것, 뉴욕의 줄리아니처럼. 국민들한테 어느 정당이냐를 떠나서 능력 있냐를 기준으로 (선택)하게 만든 것에는 이 시장의 공이 크다고 보는 거죠. 정치 선진화의 한 단계라고 봐요.

다만, 결점은 청계천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보여주는 행정, 과시적 행정이고, 개발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뉴타운 문제도 그런 문제에 봉착돼 있거든요. 그런 점에선 극복이 돼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넓은 의미에서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오셨으니 묻겠습니다. 2007년 대선의 쟁점은 무엇이 될 것으로 보나요?

=제가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이기도 한데, 아래로부터, 국민의 생활에서부터 문제를 찾아가는, 좌냐 우냐, 진보냐 보수냐에 매이면 유연한 해결 방법을 놓치게 돼요. 이렇게 하면 내가 보수로 몰리지 않을까, 이렇게 하면 내가 진보로 매도당하지 않을까 해서 스스로의 정책적 선택의 한계를 짓는 게 많거든요. 그런 걸 뛰어넘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하다, 저는 그게 지방자치로부터 이뤄져 나가면 좋겠고요, 최소한 다는 이뤄지지 않더라도 내년 대선 때 서로의 정책 대결 등에서 좀 더 진정성이 회복되는 정치가 됐으면 좋겠고요.

이명박 시장 ‘일하는 시장 이미지 부각시켰다’

-그런 분이 이길 수 있을까요?

=모르겠어요, 그건. 노 대통령이 그런 진정성을 제시하셨던 건데, 진정성이 좀 더 선택의 기준이 되는 선거가 됐으면 좋겠고, 철학이 있고 정서가 도입되는 정치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게 내년 대선 때 어떻게 부각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제가 일주일동안 출마 선언하면서 얘기한 것이며, 보라색 얘기하는 것에 대해 이미지라고 보는데, 제가 원하는 건 우리나라 정치가 자기 철학을 얘기하는 정치가 됐으면 좋겠어요. 자기 철학이 뭔지요. 결론적인 얘기 하지 말고요.

정서적이었으면 좋겠어요. 정치가 대중의 삶을 반영하고 이끌어가고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문제라면, 좀 더 리얼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말 표현과 생각들이. 제가 일부러 ‘희망은 제2의 영혼’이라는 표현을 쓴 게 일부러, 내가 원하는 바이기 때문이예요.

-지금 말씀하신 건 상당 부분 기대와 당위론이고, 저는 대통령 선거가 현실적으로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을 한 것인데, 질문을 취소하겠습니다. 열린우리당의 재집권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우리당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가능할 수 있다고 봐요. 국민들이 원하는 시대정신과 방향이 있기 때문에, 그걸 잘 읽어낸다면요.

-능력 검증이 덜 됐다는 지적에 대해 “그건 편견”이라고 하면서 선거 과정에서 보여주겠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인 정책을 밝히실 수 있습니까? 정리하신 게 있나요?

=정책 발표는 좀 신중하게 할 생각입니다. 우선 예비후보 단계에서는 정책 발표를 할 수가 없어요. 선거법을 잘 몰랐는데, 국회의원은 의정 활동의 연장선에서 할 수 있는데, 저희는 소극적으로 질문이 들어올 때만 할 수 있더라고요.

(이 때, 조광희 변호사가 “선거법을 잘 몰랐다고 하면 어떡해요. 법무부장관 출신인데”라고 말하자, 웃으면서 “그럼 ‘선거법을 잘 아는데’라고 고쳐주세요”라고 요청했다.)

조금 더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좋겠는데, 지금은 정책 기조를 준비하고 있고요, 구체적인 정책을 점검해서 다듬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한 가지 말씀드리면, 시정의 정책은 큰 차별성이 없다는 거예요. 청계천 복원도 서울시 내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연구돼 온 숙원 사업인 것이죠. 이 시장이 잘 한 게 있다면 그걸 선택하고 결단하신 거죠.

-<한겨레>가 청계천 복원 캠페인을 했어요. 서울시에서도 논의는 있었지만, 이 시장이 출마하면서 그걸 잡아챘고, 김민석 후보는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손해를 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강남북을 넘어서 하나의 서울이 되자고 하셨는데요, 불균형 해소 정책은 무엇인가요?

=예를 들면, 지금 나와 있는 불균형 해소 정책이 세금 조정 문제거든요. 우리당은 담뱃세와 재산세 세목교환이 준비돼 있는 상태인데, 정당안이 아니라 권고안(권고적 당론)이죠. 한나라당은 공동세안이고요.

그런데 저는 좀 답답한 게, 좀 더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이 이런 세금 조정 말고는 없을까 좀 답답해요. 좀 더 깊이 답을 찾고 싶은데, 이번 선거에서 그 한계를 못 벗어날지 모르겠어요. 시간이 워낙 없기 때문에. 그런 얘기들이 좀 더, 강남북 불균형 원인이 어디 있는가, 그 결과로 쌓인 폐해는 무엇인가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측정과 그에 따른 경제적 해법, 또는 보다 적극적인 강북 개발 정책들이 나오면 좋은데, 그런 게 미흡한 상태로, 너무 좀 뭐랄까, 파편적이고 논리 비약, 논리 정합성 없이 바로 세금 문제로 간다거나….

주택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그게 주택·교육 문제로 연결되잖아요. 좀 더 깊이 있게 봐서 일반화 시킬 수 있는 문제를 끌어들이지 않고, 자립형 사립고로 확 가버리고요. 자립형 사립고 몇 개 짓는다고 강북의 교육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이런 원론적 논의들을 더 많이 해야 돼요.

주택 문제도 양도세 올린다고 강남북 불균형이 해결되느냐, 이런 의문들이 좀 들어요. 지금 나와 있는 정책들이거든요, 지금 말씀드린 게. 서울시가 안고 있는 정책이기도 하고, 정부나 당이 마련하고 있는 정책들인데, 이것들을 좀 뛰어 넘고 싶은 생각도 있는데, 과연 두 달 선거 기간에 내 자신이 그걸 뛰어 넘을 수 있는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이게 사실은 고민이예요. 준비된 정책을 점검해서 거기서 선택과 집중해서 만든다면 금방 다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좀 더 깊은 뭐가 없는지, 근본적인 정책은 없는지, 그게 더 걱정이 돼요.

-학군재조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학군이 있어서 생기는 문제는 뭐고, 폐지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뭔지 정말 깊이 있게 연구된 것인가…. 광역 학군 얘기도 나오고 그러는데, 교육 문제가 너무 난맥상이잖아요. 근본 원인이 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잖아요.

특히 서울시는요, 교육의 중립성을 강조하다가, 서울시 행정과 교육 행정이 분리돼 있어요. 국가가 전부 예산부담을 하거든요. 할 수 있다면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교육예산을 늘려서 시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해나가는 거예요. 취약한 부분을 집중 지원해서, 또는 학교에서 이탈된 청소년을 위한 대안을 마련한다든가, 그런 적극적 역할을 해나가는게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서울시가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정부가 다 부담하다 보니까. 사실은 교육이 지자체의 문제가 되는 게 바람직한데, 생활권으로 따지면 지자체가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한데, 정부가 다 쥐고 있다 보니까 예산의 80% 이상이 초중등에 집중되니까, 대학이 가난해지니까, 기여입학제 얘기가 나오고, 이런 식으로 교육과 예산의 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들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해요. 선거 기간중에 어렵다면 당선된 다음에라도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근원에서부터 사회를 바꿔나가야 달라지지요.

당장은 안 되더라도 문제가 뭐라는 게 이해가 되면, 지금 이 단계에서 할 수 있는 것으로 가야 되죠. 그러나 그런 경우 가시적 성과가 안 나죠. 정치인들이 그래서 선택을 못하는 거예요. 약간의 악순환이 있어요. 개혁의 악순환이 있어요.

-좀 가벼운 질문을 몇 가지 하겠습니다. 이길 수 있다고 보십니까?

=제가 선거나 시정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문제 의식, 제가 생각하는 해결 방식이 전달된다면 저는 당선된다고 봐요. 시민들이 진정성을 선택할거라고 봐요. 그런데 이 짧은 기간에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해서 진정성이 전달될 수 있겠냐가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죠.

-20~30대 유권자들한테 인기가 좋으신데, 그들을 투표장에 끌어오실 자신이 있으십니까?

=후보가 이렇게 전략적 사고를 못해서. (웃음)

-열린우리당 경기지사 후보로 확정된 진대제 후보를 만날 예정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만나야 하는 것이, 만나는 시기가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정책을 준비하다보면 서울과 경기도, 더 나아가 인천까지 수도권이 함께 정책을 풀어야하는, 정책 공조가 필요한 부분들이 있어요. 상호 공조가 굉장히 중요해요. 서울 발전과 수도권 발전을 위해서요. 정책을 공조해야 할 필요가 있죠. 선거 기간 중에 후보끼리 정책 논의가 된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약속은?

=아직 약속은 안했어요.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이 되면 만나나요?

=제가 후보로 확정이 되어야만 만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정책에 대해 얘기할 시기가 무르익어야 되겠죠. 아직 저희 스케줄이 진행되고 있으니까요.

-진대제 후보는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하고 많이 얘기하고 싶어하던데요?

=필요하죠. 같이 할 얘기가 많죠. 아이티 허브 문제, 수도권 교통 문제 등 공조할 게 많아요. 정책 협조 때문에 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죠.

여성정치지도자, 여성성 잃어서는 안돼

-여성들의 각계 진출이 두드러집니다. 이 시대의 여성 정치 지도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여성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21세기가 여성성이 부각되는 시대라고 말하는 것이, 남성성에 대비되는 개념이고, 이 때 남성성은 조금 부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잖아요? 부정적인 측면을 분석해보면 지금 이 시대에 요구되는 여성성이 뭔지 답이 나오거든요. 그런 걸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은 과도기이기 때문에, 패러다임 전환을 말씀드렸지만, 여성성이 대두된다고 해도, 선진국도 30~40% 여성이 됐지만, 오랫동안 남성 리더십 지배해오던 사회가 공존으로 바꿔가려는 과도기에는 부정적인 게 여전히 문화권에 남아 있기 때문에 쉽게 타성화될 우려가 있어요.

구체적으로 말하면, 권위적인 것,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패거리 문화, 그런 걸로 흡수되면 안 되겠다, 여성한테 기대되는 반권력인 것, 반권위적이고 포용하고 배려하는 것, 지시하고 명령하기보다는 같이 교감하고 나가는 여성성이 중요하고, 그 여성성을 살려내는 리더십을 정착시키는 것이야말로 여성 정치 지도자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남성들이 많이 이해해줘야 할 것이, 특히 한국 사회는 과도기이기 때문에, 남성들이 형성한 문화에서 사회에 적응하면서도 여성성을 살리는 게 무지무지 어려운 도전이고, 심리적 스트레스가 상당하거든요. 그걸 배려해 주셔야 됩니다.

-왜 법조인이 되셨나요? 그냥 공부를 잘해서 되신 건지, 법률가로서 하고 싶은 게 있었는지요?

=대학 1·2 학년 때 진학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죠. 솔직하게 1차적으로 가고 싶었던 학과들이 있었는데, 사회 계열이어서, 2학년 때 학과를 선택해야 하는데, 선호하는 학과 강의를 들었는데 강의가 너무 재미가 없어서 (저를) 끌어주지 못했어요. 그래서 포기했어요. 종교학과와 미학과 였어요. 이상하게 학원 강의 같고 재미가 없더라고요. 시험과목도 ‘오 엑스’(○, ×)로 나오고. 그래서 사회계열이니까 대안으로 생각한 게 법률가 였는데, 선택의 매력 포인트는 공익성이었어요. 그때 발을 잘 못 디딘 거죠(웃음). 그래서 지금도 공익성에 시달리고 살고 있잖아요. 그때 인문학으로 갔어야 했던 것이야. (웃음)

-법률가로서 목표가 있었나요?

=제가 법률가로 살아온 게 시대적으로 참 힘들었던 때 같아요. 해방 이후 법체제를 도입할 때는 굉장히 완성되고 시스템화 잘 돼 있는 독일법을 들여와서 법 자체가 별로 흠이 없어요. 헌법도 앞서 나가있고요. 그러나 상황은 안 그랬거든요. 굉장히 폭력적으로, 그 법을 이용해서, 당시에도 위헌 소지가 있는 악법도 양산되긴 했지만, 법이 법의 이름으로 정의를 억압하던 상황이다 보니까, 합법의 문제와 정의의 문제가 굉장히 교직되고 충돌되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법률가로서 힘들었죠. 법률가다운 합법의 정의를 지켜낸다는 게 항상 고민하는 문제로 남아 있죠. 오히려 지금은 많이 편해진 것 같아요. 심리적으로 부담을 던 것 같아요. 그때는 힘들었죠. 80~90년대에는.

-가족 얘기를 여쭤보고 싶은데, 부모님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꼭 알려야 할 필요가 있는 지. 전 이 부분에 대한 원칙이, 기본적으로 사생활인데, 그것이 (만약) 공적인 영역에서 문제가 되고, 그게 후보 자신의 결함일 때 문제제기를 해야지, 부모 얘기를 왜 하느냐, 저는 답하고 싶지 않다,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지금 살아계시면 또 모르겠어요. 후보 가족의 문제니까요. 그러나 돌아가신 지 10년이 넘는 분들인데 딸로서 저 때문에 거론되는 게 싫다는 거죠.

다만 아버지 경력은 정치적 사건에서 경력이기 때문에 이건 설명이 필요한데요. 제주 유지사건이라고, 제주 4·3 이후 사건인데, 거기서 무죄 선고를 받은 게 있죠. 그건 4·3과 반대 사건이었어요. 제주 유지들이 단체로 좌익 혐의를 받고 체포됐다가 풀려났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 아버지가 그들을 모함을 했다는 모함을 받고 체포됐다가 무죄를 받고 나온 것이죠. 지금 보면 시대의 희생양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법이 분명치 않은 상황이었는데, 말하자면 지금 국가보안법처럼 여러 명을 체포했는데, 감당이 안되니까, 처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누구 한 사람 대신 좀…. 제주 4·3 자료집에 나오는데요.

-교감 선생님이셨다고요?

=네.

-선거 기간에 아마 (가족들에 대한) 질문을 받으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강 변호사님 본인은 억울할 수 있겠지만, 트집 잡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요.

=어떤 트집이 될까요? 좌익이라는 건가요? 그 반대예요, 반대. (웃음) 우익이예요, 우익. 우익이라고 비판할지 몰라도.

당시 상황을 말씀드리면, 교감이셨고 우리 아버지 관사가 계엄군 사령관 관사였어요. 우익인데 강직한 교육자로서 양쪽 눈치를 안 보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제주도 유지 사건이 뭐냐면, 4·3 사건 끝나고 전쟁 직후인가, 전쟁 중에 오는 정부 사람들을 환영하는 준비들을 유지들이 했는데 계엄사령부에서 아마 좌익이라는 혐의로 그 사람들을 체포한 거죠.

-상황이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유지 내부에도 좌파 우파 많았을 거 아녜요? 4·3 사건 후에 유지들 전체가 한꺼번에 체포됐는데 혐의가 뭐냐면 좌익 활동 혐의였어요. 아버지가 아니고 유지들이요. 근데 붙잡아놓고 보니까 너무 판이 큰 거예요. 검찰총장·대법원장 다 붙잡아서 판이 커지니까 중앙정부에서 풀어주라는 압력이 온 거죠. 그러다보니 내보내려면 이 사람들을 좌익이라고 무고한 사람 서너 명이 필요했다고 해요. 그 중에 우리 아버지가 낀 것이죠. 저희 아버지가 교육계에서 사이 나쁜 사람들이 많았대요. 무조건 강직하게만 행동하고 그런 스타일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계엄사령관한테 관사 제공하고 사령관한테 네가 모함한 거 아니냐 이렇게 된 거죠. 그리고 2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아내신 거죠.

-그렇다면 무고 혐의네요? 전혀 잘못 알려져 있군요.

=네. 사건도 설명하기가 난감하네요. 복잡하고요. (웃음) 한 번 정리하셔도 좋겠네요. 왜 이런 일이 생기냐면, 제주도 전체가 좌냐 우냐가 상당히 불확정적이고,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죠. 쉽게 얘기하면 유지들이 인민군 오면 인민군을 환영할 수밖에 없고, 정부군 오면 정부군 환영할 수밖에 없고 그런 입장이잖아요. 배경은 모르겠지만, 유지들을 인민군 환영 준비했다는 명목으로 체포했다고 해요. 인민군 환영준비였을 거예요. 그런데 문제가 너무 커지니까 중앙정부에서 문제 삼지 말고 덮으라고 했다고 하는데, 진상은 알 수 없는 거죠. 그냥 내보내려니 뭔가가 필요해서 3명이 들어갔는데 아버지 혼자 무죄를 받았더라고요. 독하게 싸우신 것 같아요.

-딱 1시간 됐네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인터뷰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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