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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선택 5.31 도전자 인터뷰] ⑨ 김문수 한나라 경기지사 후보

등록 2006-04-26 19:10수정 2006-04-27 11:07

△경북 영천(54) △경북고 △서울대 경영학과 △도루코 노조위원장 △15·16·17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기획위원장·공천심사위원장
△경북 영천(54) △경북고 △서울대 경영학과 △도루코 노조위원장 △15·16·17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기획위원장·공천심사위원장
“기업·교육·레저 등 ‘들어오는 경기도’로”
한나라당의 ‘김문수’는 지난 24일 국회의원 배지를 뗐다.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하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한 것이다. 앞서 그는 지난 21일 당내 경선에서 57.5%라는 여유있는 득표로 경쟁자인 김영선·전재희 두 여성 의원을 제치고 한나라당의 경기지사 후보로 선출됐다.

한때 이재오·홍준표 의원과 함께 한나라당의 대여 공격수인 ‘나바론 특공대’의 한 축을 이뤘던 그는 이제 10년 국회의원 생활을 접고, 경기도청을 향해 신발끈을 매고 있다.

김 후보는 “경기도 구석 구석을 잘 아는 내가 경기지사 적임자”라며 각종 규제완화와 서울시와의 협력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경북중학교 동기동창에 서울대 동문인 진대제 열린우리당 경기지사 후보와의 맞대결에 대해선 “묘하게 됐다. 내 홈그라운드여서 진 후보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사이좋게 잘 해보겠다”고 말했다. 중학시절 누가 더 공부를 잘 했느냐는 물음에는, “성적표를 한번 봐야겠다”며 웃었다.

비현실적 수도권 규제완화 교통·환경 등 서울과 협력

그는 또 “최대 경쟁자인 남경필 의원이 지난 1월 나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면서 경선의 대세가 잡혔다”며 “당내 소장파들이 앞으로도 당이 위기에 처할 때는 새롭고,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행보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추켜세웠다.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치러진 25일 오전 국회 본청의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실을 빌려 한시간동안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경선 승리 축하드립니다. 경선할 때 이길 거라는 느낌이 왔나요?

=남경필 의원이 1월에 저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면서 대세가 그때 잡혔다고 봅니다. 제가 볼 때는 최대의 상대가 남 의원이었습니다. 남 의원은 지역구인 수원 쪽이 인구도 많고, 용인 출신에다 수원에 오래 있어서 기반이 많습니다. 집안의 오랜 뿌리도 만만치 않고요. 그런데 남 의원이 밀어주니 문제가 해결이 됐습니다. 그게 이번 경선에서 최고의 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남 의원이 출마를 접게 된 과정 좀 말해주시죠.

=남 의원은 이제 나이가 이제 마흔살 아닙니까. 국회의원은 3선이지만 도지사 하기엔 조금 어리다는 지적이 많았죠. 물론 저도 마흔살 때는 세상을 들어엎는 혁명도 할 수 있다고 봤으니까 마흔살이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통상의 관념에서는 조금 이르지 않냐는 지적 있지 않았나 합니다. 본인의 장래도 길고 도지사만 하고 집으로 갈 것도 아니니까, 인생 전체를 볼 때 그런 지적도 일리 있다고 생각하고 결심했나 봅니다. 그런데 그걸 저와 남 의원 둘이 얘기한 게 아닙니다. 주로 박형준, 박계동 의원이 했죠. 저는 누구한테도, 마지막까지 남은 김영선·전재희 의원에게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당내에서는 소장파 의원들이 경기도에 이어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도 오세훈 전 의원을 출마시키는 것 등을 두고 너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움직인다며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요.

=우리 같은, 나이 좀 들고 세상의 많은 좌절을 해본 사람 입장에서는 어떤 사물을 쉽게 보지 못하고 어렵게 생각하다 보니 상상력이 빈곤합니다. 그러나 젊은 소장파들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맹렬하게 활동하고 의외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기성 정치권에서 오래 있던 분들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사람들이 저에게 묻습니다. ‘혹시 둘 사이에 밀약이 있느냐’, ‘무슨 거래가 있냐’고. 그래서 내가 웃습니다. 진짜 없어요. 남 의원이 도와주니 고맙고, 나에게 베풀어준 것의 곱 이상으로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말하고 끝난 것이지 거기에 구체적인 계약서라든지 그런 것은 없습니다.

-소장파가 앞으로도 역할을 많이 할 것으로 보시나요?

=이분들이 지금까지 활동하는 것을 죽 지켜볼 때는, 당이 잘 나갈 때는 역할이 줄어듭니다. 그러나 이번에 강금실 바람처럼 당이 위기, 교착, 난국, 또는 갑갑한 상황에 처하면 이들이 신선하게 역할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당이 태풍을 만날 때는 이들이 새롭고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행보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본질문을 시작하겠습니다. 왜 경기지사에 나섰고, 왜 김문수입니까.

=첫째, 저는 경기도에 13년째 살고 경기도 국회의원을 10년째 해서 누구보다 경기도에 대해 잘 압니다. 예를 들어 부천의 지옥철 문제, 풍치지구 해제 문제, 지역의 버스나 택시, 학교 문제 등에서 경기도가 제일 일이 많습니다. 서울은 600년 갈고 닦은 여러 손길이 있어서 기껏해야 데코레이션 더 하는 정도이지만 경기도는 터가 안 잡혀서 그냥 벌판입니다. 시흥 김포 포천 연천 등을 봐도 말은 그린벨트지만 비닐하우스벨트, 창고벨트입니다. 논바닥에 아파트만 두세개 서 있고, 길도 버스도 없는 황당한 곳들이 많습니다. 그런 구석구석을 제가 많이 제가 알고 있습니다.

둘째가, 최근의 노무현 대통령의 수도이전 정책입니다. 과천의 경우 정부 청사가 다 옮겨버리고 인구는 줄어들어 도시 전체가 없어지게 됩니다. 해체냐 완전 탈바꿈이냐의 기로에 있는 겁니다. 공공기관도 54개가 이전하다 보니 성남·분당 등에도 한전, 도공, 토공, 주공 등이 많이 있는데 이를 다 옮기고 나면 이 지역이 어떻게 되느냐에 대해 정부가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또 경기도는 투자의 우선순위도 낮습니다. 전국에 100대 국도 개소사업이 있는데 예를 들어 공주·연기 등지에 고속도로를 연장하거나 접속하는 게 우선순위이고 수도권은 계속 밀립니다. 각종 규제도 심합니다.

이래서는 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베이징, 상하이, 도쿄 등과 경쟁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상대가 죽어버리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고속성장 도시와 맞설 수 있는 저력과 힘을 가진 것은 수도권 밖에 없지 않습니까. 이 부분을 제대로 인식하고 수도권을 한반도 성장의 엔진으로서, 또 동북아의 중심지역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누군가 역할을 해야 하고 제가 적임이라고 봅니다.

-경기지사가 갖춰야할 자질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진대제는 시이오(CEO·최고경영자)형을 강조하는데요.

=첫째는, 모든 공직자의 기본은 애국심이라고 봅니다. 자기 직역과 직분을 초월해서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이 중요합니다. 선출직은 더 그렇습니다.

둘째가 희생봉사 정신입니다. 시이오는 기업이 이윤을 많이 내서 주주들에 배당을 많이 해주면 훌륭한 것이지만, 도지사나 선출직은 그런 것과는 좀 다릅니다. 단순한 이윤 창출 극대화가 아니라 공익과 국가를 위해 가장 어려운 부분을 돕는 것에는 희생과 봉사 정신이 기본입니다.

셋째는, 경기도지사를 하려면 경기도를 알아야 합니다. 진대제 열린우리당 후보는 3월말에 경기도로 이사 와서 이제 배워서 도지사를 해보겠다는데, 이건 아닙니다. 진 후보가 반도체 전문가이자 훌륭한 시이오이고, 정통부 장관을 잘 했다는 것은 다들 인정하고, 저에게도 좋은 친구입니다. 그러나 경기도에 대해선 뭐 아는 게 있습니까. 요즘 얘기하는 게 자꾸 바뀌는 것은 뭔가 모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경기도를 실험 대상으로 할 순 없다고 봅니다.

-진 후보가 무엇을 바꿨다는 말인가요.

=처음에 경기도민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얘기했지만 호응이 없잖습니까. 지표와 득표는 다릅니다. 진 후보는 경기도를 잘 모르는 것도 있지만 선거와 유권자의 심리, 민심에 대해서도 저보다 경험이 부족합니다. 민심은 호응이 있다가도 없다가도 하고, 무엇을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지를 놓고 들어가야지, 내가 중요하다고 여긴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과학이 아니고 독특한 민심의 영역이 있습니다. 그것을 ‘정치’라고 표현하는데 진 후보는 정치를 나쁜 걸로 말하지만 정치는 꼭 나쁜 게 아니고 가장 보편적이고 필요하고 중요한 것입니다. 특히 나라가 어려울 때 옳은 정치는 매우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애국심이나 희생 정신은 누구에게나 기본인 것 같습니다. 김문수만의 자질을 한가지 꼽는다면요.

=공적 대의를 위해서는 희생 봉사한다는 점입니다. 둘째로 가장 어려운 사람, 낮은 사람과 함께 늘 낮은 곳으로 가서 낮은 사람들과 함께 애환을 해왔다는 점입니다. 부천 같은 상당히 척박한 곳에서 최초로 연속 국회의원 3선을 한 것은 당이 좋아서라기보다 그런 이유 때문 아닌가 생각합니다.

-행정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행정경험이라는 게 정보통신 행정을 많이 해봤다고 경기도정을 잘 하는 게 아닙니다. 행정은 그 대상에 대한 친숙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둘째는 행정의 일반적 원리, 예를 들면 공직자들의 생리나 원리, 예산의 운용과 문제점, 직제 개편 등에서, 저는 국회의원을 10년 하면서 행정을 견제·감시했으므로 진 후보보다 행정경력이 짧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김 후보는 널리 알려진 노동운동 출신입니다. 당시 좌편향이었던 것에 반성하고 있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는데요.

=저는 1970년, 전태일 분신 직후부터 노동운동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우리 집에서도 누님아 공장을 다녔고 아버지도 농민이니까 노동은 내 생활에 있는 문제였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 소위 말해 선배들에 의해 의식화되면서 노동자의 역사적 중요성, 사명감, 그에 동참할 필요성 등을 자꾸 익히면서 노동운동에 대한 명료한 신념을 가졌고, 그러면서 대학에서 제적도 되고 공장에 들어가서 노조위원장도 했습니다. 우리 집사람도 노조위원장 출신이고 제가 노조에서 쫓겨난 다음에 우리 형님도 서울은행 노조위원장을 했고, 동생도 성남에서 노조 운동 하다가 구속됐습니다. 우리 집안만큼 노조와 인연 많은 집안은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 등을 쳐도 누구도 없습니다. 가장 많이 활동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죽음과 불법적 인의 착취, 노동자들의 희생 위에 오늘날의 성장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제가 했던 일은 상당히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걸 풀어가는 방식에서, 확 들고 일어나서 자본가들의 생산시설을 뒤엎어 노동자들의 자주 관리 방식도 생각했었습니다. 사고방식이 굉장히 상당히 좌편향적인 게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본 출발은 휴머니즘입니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가면서 좌편향이 됐죠. 특히 1980년 광주 이후엔 좌편향으로 더 가죠. 러시아혁명이나 외국의 사례가 들어오면서 훨씬 더. 저도 그 과정에서 구속됐습니다.

하지만 시대적 상황이 지금은 87년 이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지금 노조는 다 만들 수 있지 않습니까. 공무원도 노조를 만들 수 있고.

꼭 말하고 싶은 것은 지하실이나 경로당 같은 곳에서 가내수공업을 하는 아주 영세한 사람들이 많은데 노조가 이처럼 근로조건의 개념조차 없는 비참한 사람들과 실업자들에 대해서 조금 더 보편적 관심을 가져주는 게 좋다고 봅니다.

국회 환노위원을 6년 하면서 객관적으로 전체를 살펴봤는데, 실업자, 비정규직, 영세상인, 중소기업, 대재벌, 정치인, 화이트칼라도 보면서 조금씩 생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노조가, 특히 대기업 노조가 국가적인 큰 과제, 보다 어려운 사람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비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의 좌편향에 대해 반성이나 후회를 하고 계시단 말인가요?

=좌편향이라는 것은 하나의 이상주의입니다. 이상과 현실의 적절한 긴장이 중요한데 그 점에서 저의 청년기는 이상이 월등한 우위에 있었죠.

후회라기 보다는 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죠. 예를 들면 서울대 상과대에서 변형윤 교수나 조순 교수 등의 가르침과 지도 아래 고속도로 건설 반대, 창원 중화학공업단지 반대를 많이 했습니다. 자동차공장도 안된다고 했습니다. 기술종속, 자본종속, 시장종속, 결국은 종속국가로 떨어진다는 설명을 들으면 명쾌하죠.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그때 포철도 안 만들고 중화학공단 안 만들었다면, 지나고 나보니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맞았죠. 유수한 경제학자도 틀렸고 그 제자인 저도 잘못이 아니었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독재자인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국가를 먹여살리기 위한 발전전략은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맞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이번 지방선거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전국단위로 보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심판으로 갈 것입니다. 경기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경기도는 수도이전, 공공기관 공장 이전, 각종 규제 또는 예산배분의 후순위 등 때문에 수도권에서는 열린우리당이 특히 저조할 것입니다. 경기도에선 열린우리당이 발 붙이기 힘들 겁니다.

-필승 전략이 따로 필요 없겠네요?

=대세는 좋죠. 하지만 문제는 한나라당이 가진 공천비리이고, 두번째는, 무사안일, 이기주의 이런 것입니다. 저것들 돈만 많지 희생을 하겠나 하는 불신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뼈를 깎고 눈물을 흘리는, 자기희생과 대오각성이 있어야죠.

-선거자금을 공개하겠다고 했는데요.

=이번 선거가 돈이 엄청 들어갑니다. 법정선거비용만 34억원입니다. 경선 기탁금도 7천만원 냈지만, 제가 총 재산이 2억 남짓한데, 7천만원 내면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올해 모아둔 정치자금을 다 털어서 경선을 했습니다.

저는 저와 친가 처가 외가가 모두 재산이 없습니다. 빌릴 데가 없어요. 본선은 기탁금이 5천만원이고 신문광고 비용만 10억원이 들어간답니다. 경기지사 후보는 5월16일부터 30일까지 보름간만 모금이 가능한데, 그 기간 동안에 법정선거비용의 50%인 17억원 정도를 모금할 수 있게 돼있습니다. 하지만 보름안에 17억원을 모을 수 있느냐. 나는 1년 내내 해도 2억원 모았는데 생각해보니 갑갑합니다.

친구나 선후배 중에 기업하는 사람들에게 빌려달라고 부탁해도 결국 골치아프다고 어렵답니다. 선거홍보물만 해도 경기도 유권자 400만호로 잡으면 한 호에 100원씩만 잡아도 4억원이고 500원씩 잡으면 20억원입니다.

다행히 요즘 유권자들이 저보고 밥 한끼 사달라는 사람도 없습니다. 제가 워낙 없는 걸 아니까. 절대로 주변에 폐도 안 끼치고 잡혀가지 않으면서 깨끗한 선거를 하면서도 당선도 될 수 있는 해법이 뭔가 솔루션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연구중입니다.

그래서 광고도 안 하고, 유인물도 뿌리지 말고, 선거사무실도 도당 사무실에 더부살이로 쓰고, 매일 비용 지출 내역을 인터넷으로 다 공개하려고 합니다.

-진대제 열린우리당 후보와는 경북중학교 동창인데요. 진 후보는 어느 인터뷰에서 당시 경기고로 진학한 사람이 (진 후보 자신을 포함해) 10여명이 되고 나머지는 경북고에 갔다고 했는데요. 누가 공부를 더 잘했습니까.

=나는 성적표를 안 봤습니다만, 경기고를 간 사람이 공부 잘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전교 1등 한 친구가 경북고 갔고, 상위권 상당부분이 경북고를 갔습니다. 다만 그때 경기고를 진학할 수 있다는 사실 안 사람은 꽤 귀가 튼 사람, 눈이 떠진 사람입니다. 나는 중학교도 시골에서 올라와서 자취했으니까 경기고가 있는지, 좋은 건지도 모르고 경북고를 갔는데, 꼭 공부 잘 한 사람이 경기고 간 것은 아닌데. 저도 공부를 비교적 하긴 한 편인데 어느 정도인지는 성적표를 봐야겠는데.(웃음)

-동창에서 적이 됐는데, 평가를 한다면요.

=여기에 와서 붙게 될 거라고 생각 못했죠. 처음에 제가 정치권에 왔을 때 저더라 부천 오정구로 가라고 하길래 그곳 국회의원이 누구냐고 하니 원혜영이라고 합디다. 그래서 안 한다고 했습니다. 원 의원과 특별히 가까운 사이거든요. 그래서 소사구로 갔습니다.

우리 친구들 중에 많은 이들이, 진 후보가 경기지사 나오는 것을 우려하고 반대를 했을 겁니다. 하여튼 묘하지. 진 후보는 훌륭한 반도체 기술자이고 삼성 시이오이고, 정통부 장관도 잘 한 분이니까 저와 선의의 경쟁을 해야죠. 다만 만약 반도체 전문가를 뽑는 선거라면 진 후보인데, 경기도지사 선거이므로 제가 홈그라운드 아닌가 싶습니다. 진 후보가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텐데, 사이좋게 잘 해보겠습니다.

-서울시장 선거가 경기지사 선거에도 영향을 주겠죠?

=서울시장 선거에 오세훈 후보가 나와서 저는 개인적으로 득을 많이 봅니다. 만일 전처럼 홍준표·맹형규 두 분이 교착상태에서 이전투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강금실 전 장관이 상당히 부상했다면 저한테도 굉장히 압박이 되죠.

서울의 표심은 경기도 선거에 직접 영향을 많이 줍니다. 왜냐면 부천만 봐도 시민 중 출근하는 사람 가운데 30%가 서울로 출퇴근합니다. 낮에는 서울 사람으로 알고 경기도 사람이라는 것은 밤에 부인한테서 듣는 것 밖에 없습니다. 경기도가 서울에 주는 영향보다 서울이 경기도에 주는 영향이 훨씬 큽니다.

내 홈 그라운드서 맞붙어 진 후보 상당히 어려울 것

-김 후보가 쓴 <나의 길 나의 꿈>이라는 책을 보니, 서울과 경기도를 통합하는 그랜드서울, 메트로폴리탄 서울을 구상했던데요.

=서울·경기·인천을 합쳐도 면적이 북경의 60% 정도 됩니다. 동북아에서 중심적인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걸 공무원들을 억지로 뽑아올린다고 되지 않습니다. 자연스레 성장을 올려주기 위해선 일정한 통합이 필요합니다. 이걸 잘게 쪼개면 베이징, 상하이 등과 교류할 단위가 없어집니다. 베이징과 경기도의 작은 단일 시와 교류하자면 성사가 안 됩니다. 그런 면에서 동북아의 글로벌경쟁에 필요한 단위를 갖춰야 합니다.

행정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팔당 상수원을 갖고 2300만 서울·경기·인천 시민이 다 나눠먹습니다. 기왕이면 팔당물을 깨끗이 해서 같이 나눠먹는 게 좋은 겁니다. 교통과 주택, 환경, 복지도 모두 광역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서울만 아니라 경기도에 좋은 주택을 만들어야 서울의 집값도 떨어집니다. 기본적으로는 메트로폴리탄으로 가는 게 시대적 추세에 맞고 국제경쟁력도 높이는 길입니다.

-지금의 서울은 작다는 뜻인가요?

=원래 이성계 서울이 500만평, 박정희 서울이 2억평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때 넓힌 서울을 그대로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꾸 분당 일산 등 신도시만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통문제가 자꾸 생겼습니다.

서울의 영역을 넓힌다기 보다 필요한 영역부터 통합적 계획을 하고 실행을 할 수 있는 단위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특히 지하철의 경우, 지하철 1~9호선을 만들었지만 경기도엔 노선은 없고 기지창만 있습니다. 경기도민들이 벽제화장장, 팔당댐, 지하철 기지창 등을 볼 때 ‘그럼 우린 뭐야’하는 열등감이 많습니다. 저녁에는 버스도 지하철도 끊겨, 서울특별시민과 경기보통도민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생활권과 행정구역이 안 맞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 행정구역을 공무원식으로 딱딱하게 고집할 필요가 없습니다.

-서울시장과 많이 협조해야겠네요?

=협력할 것입니다. 경쟁할 필요도 없습니다. 버스 하나만 봐도 서울-경기를 오갈 때 이중으로 갈아타는 것은 시간과 돈의 낭비입니다.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와 규제 완화 얘기를 많이 하시는데, 경기도의 지역이기주의 아니냐는 비판도 있을 수 있는데요.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도의 포천 연천 동두천 양주 여주 이천 광주 안성 화성 평택 김포 시흥 등은 과밀이 아니고 허허벌판입니다. 이 법은 수도권은 서울·경기·인천이라고 정해놓고 과밀이라고 모두 규제합니다. 현실에 안 맞는 개념을 억지로 행정편의상 덮어 씌워놓고 정책을 취하려니 맞지 않는 것입니다.

계획 없는 규제라는 점도 문제입니다. 도시를 ‘계획’해야 합니다. 수도권을 다녀보면 그린벨트인데 그린은 없고 창고와 비닐하우스만 있고, 논밭에는 나홀로 아파트가 있습니다.

팔당 상수원에 작은 규모라면 수변구역에 축사도 메기집도 다 허용하고 있는데, 이런 흩어져 있는 작은 것들이 맑은 물을 파괴하는 겁니다. 저는 이걸 다 철거하고 폐수처리 시설을 갖춘 국제적 호텔과 큰 공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밖에 당선된다면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엑소더스 코리아’를 막아야 합니다. 공장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탈출해서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탈출하지 않고 대한민국으로 몰려오는 경기도를 만들겠습니다. 교육도, 잘 하는 사람은 외국으로 탈출하고 골프도 밖으로 가고 있는데 이제 중국인들이 골프 치거나 요트 타러 경기도로 오고, 유학도 오도록 만들겠습니다. 자본, 기업, 교육, 레저에서 ‘빠져나가는 경기도’가 아닌 ‘들어오는 경기도’로 만드는 게 제 핵심적 관심입니다.

-역대 민선 경기지사 세명을 평가한다면요.

=다 잘했다고 보는데, 이인제 지사도 잘 했지만 대통령 나간다고 어려움이 있었고, 임창렬 지사도 많은 계획과 과감한 추진력을 가졌으나 공직 있을 때의 문제점 때문에 조금 어려움에 빠져 아쉬운 점입니다. 손학규 지사도 훌륭한 역할을 많이 했는데, ‘저평가 우량주’라는 자신의 표현대로 경기도가 너무 홍보와 미디어 통해 알려지지 않은 게 아쉽습니다.

-세 민선 지사 가운데 대통령 선거에 도전했거나 도전을 꿈꾸고 있습니다. 김 후보는 그런 생각을 해보셨나요?

=아직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습니다. 아직 도지사도 안 된 상태입니다. 그런 질문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입니다.

-긴 시간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박병수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사진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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