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선택 5.31 도전자 인터뷰] ⑤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등록 2006-04-16 20:39수정 2006-04-27 11:06

△서울(45) △대일고 △고려대 법대 △환경운동연합 법률위원장 △16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상임운영위원 △한국노총 자문변호사 △법무법인 지성 대표 변호사
△서울(45) △대일고 △고려대 법대 △환경운동연합 법률위원장 △16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상임운영위원 △한국노총 자문변호사 △법무법인 지성 대표 변호사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서울의 밤’ 바꿀 것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오세훈 전 의원은 16일 “서울시민들의 일상 속에 녹아드는 문화 컨텐츠를 제공해, 밤에 술마시고 노래방 가는 게 전부인 서울의 문화를 ‘초저녁 가족 문화’로 바꾸겠다”며 “이를 통해 서울과 한국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지난 9일 한나라당 경선 참여를 선언한 오 전 의원은 ‘이미지 정치’ 비판 등에 대해 “다시 아수라장판에 섰다는 실감을 하고 있다”면서도 “당원이나 대의원들이 예상보다 따뜻하게 맞아주고 있어 마음이 푸근해졌다”고 밝혔다.

오는 25일의 경선을 앞두고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잠사회관에 있는 그의 선거사무실에서 한 시간 가량 인터뷰를 했다.

-2년만에 정계 복귀를 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소감은.

=역시 정치권은 고통스러운 곳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오늘 아침에도 어떤 인터넷 언론에 내가 수천만원짜리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는 기사가 나왔다. 모두 사실이 아니어서 강력 대처하도록 지시해놨다. 예상은 했지만 ‘아수라장판에 다시 섰구나’하는 생각에 서글퍼진다.

이미지도 이미지 나름 15년 공개활동 평가 쌓인것

-최근 한나라당에서 공천비리가 터져나왔다. 서울시장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일각에선 ‘도덕적으로 깨끗한 이미지를 가진 오세훈에게 도움될 수 있다’는 말도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방선거는 당 지지율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므로, 후보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일반 시민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시민들은 내가 1990년대 초 이후 변호사와 환경단체 활동을 하고 텔레비전에 출연한 모습 등을 통해 내가 왜 정치를 시작했고, 왜 그만뒀는지 등을 어항 속 금붕어 보듯이 지켜봐왔다. 15년 동안 나를 지켜본 결과, ‘이 사람 정도면 서울시정과 나라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신 게 아닌가 싶다.

-‘이미지 정치’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지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15년 동안 국민들 앞에 공개적으로 행보해오면서 평가가 쌓인 것이라고 본다.

-당내 경선상대인 홍준표 의원은 오 전 의원에게 ‘당에 기여한 게 없다’고 비판한다.

=나는 이회창 전 총재 시절에 당내 정풍운동의 선두에 섰고, 결국 집단지도체제로 당을 바꿔냈다. 정치를 바꿔나가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또 (정치자금 등을 제한한) 이른바 ‘오세훈 선거법’으로 많은 국회의원과 원외 지구당위원장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그 때문에 경선도 많이 어렵지만, 개인적인 희생을 감수하면서 한 일이다.

-‘오세훈 선거법’ 때문에 경선에서 얼마나 힘이 드나.

=원외 지구당위원장들과 대의원들을 만나면 처음 하는 말이 ‘오 전 의원 덕분에 내 사무실이 없어졌다’, ‘결혼식장이나 상가에 빈손으로 가려니 낯뜨겁다’는 것이다.

-그럴 때 뭐라고 설득하나.

=정치 발전을 위해 어느 쪽이 큰 길인지 생각해달라고 한다. 그 분들은 대체로 ‘너무 오랫 동안 맹형규 전 의원이나 홍준표 의원과 접촉해왔기 때문에 갑자기 유턴하기 어렵다’고 얘기한다. ‘돕더라도 조용히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분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말씀하시는 분들이다.

-최근 한 일간지 여론조사에서 당원 사이에서도 지지율 1위로 나왔다. ‘민심’이 ‘당심’을 흔들고 있는 것으로 보나.

=그 여론조사는 나도 의외였다. 당원들도 일반 시민 여론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한다. 어제(15일) 서울시내 지구당(48개) 가운데 7곳을 처음으로 대면접촉했는데, 생각보다 상당히 따뜻하게 맞아주는 분위기였다. 나에 대해 많이 오해를 풀었구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푸근해졌다.

-왜 서울시장이 되려고 하나.

=지난해 8월 <우리는 실패에서 희망을 본다>라는 제목의 책을 내면서 국가경쟁력을 심층연구했다. 국가경쟁력 가운데는 서울의 경쟁력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문화·환경·복지·주거 등 서울 각 분야의 수준이 업그레이드 되지 않으면 도쿄·상하이·베이징 등 경쟁도시들과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 시장이 올해 초에 오페라하우스 등 하드웨어 중심의 ‘문화도시 10대 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안에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소프트웨어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은 나라고 생각한다.

가족·일상속 젖어드는 문화 경쟁력 업그레이드 큰 몫

-공약을 좀더 구체적으로 제시해달라.

=문화가 시민의 일상 속에 녹아들도록 하겠다. 공연문화단체에 지원금을 배정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는 서울문화재단 일의 대부분을 문화 소프트웨어 개발에 할애하겠다. 많은 프로그램을 싼값에 만들어 각 구의 산책로와 수변 등에서 상시적으로 제공하겠다. 영화도, 서울에서 열리는 여성영화제 등에 출품되는 좋은 작품을 골라 동네 문화예술회관에서 평일 저녁 싼값에 상영하도록 하겠다. 학교를 방과 후에 개방해 영화 감상과 자원봉사를 결합한 탁아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드는 ‘열린학교’ 구상도 있다. 밤에 술먹고 노래방 가는 게 전부인 서울의 문화를 ‘초저녁 가족문화’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장충동 국립극장과 자유센터, 동대문 밀리오레·두타, 동대문운동장을 연결해 24시간 쇼핑하고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할 것이다. 동대문 지역의 매출도 2배 이상 뛸 것이다. 이것이 서울의 컨벤션센터 구상과 어우러지면 서울과 한국의 브랜드파워 향상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다.

-혹시 경선에서 떨어지면?

=후보가 된 분을 본선 때까지 도울 생각이다. 이후엔 본업으로 돌아갈 것이다.

-계속 정치를 할 생각은 없나.

=현재로선 그런 계획은 없다. 일각에선 내가 7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도전할 것이라는데, 모두 억측이다.

글 황준범 박병수 기자 jaybee@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다음은 인터뷰 전문>

-서울시장이 되려고 하는 동기나 배경부터 말씀해주시죠.

=지난해 8월 <우리는 실패에서 희망을 본다>는 책을 내고, 반면교사를 찾기 위한 작업을 했습니다. 그 때 국가경쟁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에 대해 심층연구도 했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가 계속됐습니다. 그래서 신경을 쓰고 서울시정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또 국가경쟁력 가운데는 서울의 경쟁력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국가경쟁력에서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큽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일반 시민, 국민들의 품격 있는 문화 마인드를 길러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나라가 무역을 해서 먹고 사는 나라인데 이런 나라에서 국가 브랜드가 얼마나 중요합니까. 100원 받을 수 있는 물건을 국가 브랜드가 수준 높게 올라가면 200원, 300원, 1000원도 받을 수 있는 게 국가 브랜드입니다. 바로 그런 작업을 지방정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에서 관광객들, 투자자들이 오면 서울의 모습을 보고 대한민국의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이 하는 일이 결국 벤치마킹의 대상이 돼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따라한다는 차원에서도 서울이 중요합니다. 문화나 환경이나 복지, 주거 수준, 서울의 각 분야 수준이 빠른 시일 안에 업그레이드 되지 않으면 동경, 상해, 북경, 싱가폴과 우리 경쟁도시들과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이명박 시장이 문화의 하드웨어에 굉장한 신경을 써서 ‘문화도시 10대 계획’을 연초에 발표했습니다. 제 말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컨텐츠를 만드는 게 주요 내용이 돼야 하는데, 이명박 시장의 10대 계획이 도서관, 스포츠컴플렉스, 오페라하우스 등 하드웨어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소프트웨어를 채울 수 있는 시장, 문화의 힘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할 수 있는 후보가 누가 있을까 할 때, 저는 감히 나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이 왜 내가 시장이 돼야하는지 대표적인 부분입니다.

-최근 일반 시민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유권자들이 국회의원 한번 외에 공직 경험이 없는 오 전 원에게 높은 지지를 보내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봅니까.

=제가 텔레비전 출연으로 유명하게 알려졌지만 원래는 환경단체에서 오래 활동했습니다. 이미 환경 화두가 등장하기 전이었습니다.

국민들은 제가 시민운동 초창기부터 환경단체와 텔레비전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봐 왔고, 마치 어항 속의 금붕어 같은 인생을 15년째 살고 있습니다. 제가 인터뷰를 그리 피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제 가족 상황, 제 취미, 제가 어떤 운동 즐기고, 어떤 것 때문에 정치를 시작해서 왜 관뒀고 그 뒤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등을 중계방송 하듯이 15년 동안 국민들에 전달된 겁니다.

15년 동안 제가 걸어온 행보를 많은 분들이 관심과 호감을 갖고 지켜봤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쌓인 15년의 평가가, ‘이 사람 정도라면 믿고 서울시정을 맡기면 서울시정이 달라지고 나라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어떤 여론조사를 보니 오 전 의원을 지지하는 이유로 제일 높게 꼽히는 게 도덕성이던데요.

=그 부분이 참 제가 부담스러운 부분입니다. 저도 사람인 이상 어떻게 완벽할 수 있겠어요. 세상을 살아가는 데 남의 이목을 받는 사람이 더 몸가짐 조심하고 완벽하게 인생을 살아야하지만, 어떻게 사람인 이상 완벽하게 살겠습니까. 제가 지고 가야할 부담이자 사회적 책무죠. 아닌게 아니라,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일거수일투족을 조심하게 되고 모든 행보를 신경써서 하게 되고, 조금이라도 더 국민들 보기에 상식에 맞는 행보를 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되는 면은 있어요.

-최근 한나라당에서 공천 비리가 문제됐습니다. 선거판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십니까.

=참으로 예측불허입니다. 일설에 의하면 ‘도덕적이고 깨끗한 이미지의 오세훈에게 도움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고 알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국 그 정당의 지지율이 빠지면 후보도 타격을 입는 것이거든요.

-홍준표 의원은 오 전 의원에 대해 ‘내가 당 위해 고생할 때 당신은 뭐했냐, 이미지는 오래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가 홍준표 선배님처럼 ‘용장’의 역할을 잘 못했습니다. 그 분은 선두에 서서 전투병과의 역할을 많이 하셨죠. 그런면에서 용장이시죠. 맹형규 의원님 같은 경우는 자타가 공인하는 덕장입니다.

저는 굳이 분류하자면 덕장이나 지장 쪽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섯 손가락이 있는데 다 똑같은 역할을 할 순 없는 겁니다. 엄지손가락 역할도 있고 검지나 새끼 손가락 역할도 있는데 본인이 용장 역할 했다고 해서 덕장이나 지장, 또는 다른 역할 해온 사람들에게 ‘당신은 한 일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고 도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저는 저 나름대로 당에 기여한 게 있다고 봅니다. 그 평가는 국민과 당원들이 할 것입니다.

-나름대로 당에 기여한 부분 있다면 어떤 게 있나요

=이회창 총재 시절에 당내 정풍운동 선두에 선 적 있습니다. 그때 상당히 당이 시끄러웠고 결국 집단지도체제로 바뀌었습니다. 그 뒤 또 지도체제가 변경되긴 했지만. 저는 그런 게 정치를 바꿔나가는 데 큰 기여라고 생각합니다.

또 굳이 제 입으로 말 안 해도 ‘오세훈 선거법’이나 ‘오세훈 정치자금법’ 때문에 많은 국회의원들과 원외지구당위원장들이 힘들어하고, 그 덕에 지금 경선 국면에서 너무 너무 힘든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희생을 감수하면서 그런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오세훈 선거법’ 때문에 실제 경선에서 얼마나 핀잔을 듣습니까

=사석에선 말도 못하게 욕 먹죠. 지금 제가 원외 지구당위원장들에게 경선을 위해 접촉을 해서 설득하고 지지를 호소해야 하는데, 만나자마자 하는 말이 ‘나 오 전 의원 덕분에 사무실이 없어요’ 합니다. 그들 속 마음이 어떻겠어요. 그 분들만 그러는 게 아니라, 대의원들도 그런 얘기합니다. ‘오 전 의원 덕에 모일 장소가 없어졌다’고.

-그때 뭐라고 대답합니까

=크게 생각해달라고 하죠. 이 나라 정치발전을 위해서 큰 길이 어느 쪽인지 생각해주십쇼라고. 어제도 가보니 경조사비를 일체 금지시켜서 상가집에 가질 못한다, 그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따집니다. 결혼식장도 못가고, 빈손으로 가자니 낯뜨겁다고. 부의금도, 경사는 못가도 애사는 꼭 가야하는데 낯을 들고 빈손으로 못 간다는 말을 가는 데마다 듣고 있습니다.

-그런 국면이면 경선에서 어려움 겪을 수 있는데요, 대책이 있습니까.

=대책 없죠. 찾아가서 인사 드리는 수밖에 무슨 대책이 있겠습니까. 저는 이런 저런 상황 때문에 나왔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시간적 한계상 서울 (48개) 지역구 가운데 절반 밖에 못 돌게 생겼습니다. 큰 일 났습니다.(웃음)

-오 전 의원에 대해 ‘2004년 총선 때 탄핵으로 당이 힘들었는데 그때 도와달라는 분들이 여럿 있었는데도 돕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부분은 설명해야 합니다. 내가 대꾸를 안 하니까 많이 오해를 하는데, 저는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없어요. 의원직 마무리하고 상당히 상실감 컸었습니다. 멀쩡하게 국회의원 하다가, 아무리 제가 판단해서 물러났지만 제 스스로 물러나서 얼마나 저도 사람인데 상실감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그런 상태에서 선거 앞두고 머리 식히려고 외국에 나갔다가 선거 끝나고 왔습니다. 그래서 제 사무실로는 연락이 왔는지 몰라도 저한텐 전달이 안 됐었어요.

만약 그 때 숨겨진 계획이 있었다면 열심히 도왔겠죠. 어려울 때 도우라는 것은 정치판의 ABC인데요.

그러다가 지금처럼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다시 나오게 됐고, 선거에는 상대방이 있다보니 ‘오세훈은 양지만 쫓는다’, ‘힘들 때 돕지 않았다’ 등의 말이 나옵니다. 모두 사실관계가 다릅니다.

-이번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한나라당 내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시장의 대리전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제가 들어와서 내부 사정을 보니 진영이 짜져서 누가 누굴 돕고 하는 등의 것은 언론의 분석에 불과합니다. 두 분에 확인해보니 그런 것이 없습니다. 두 분이 그동안 움직였다면 영입 얘기가 왜 끊임없이 나왔겠습니까.

마찬가지로 내게도 어떤 특정 진영에서 도움을 주거나 비토하거나 하는 것은 없다고 봅니다. 이번 참여 과정에도 박 대표가 원칙적 스탠스 보인 것을 100% 이해합니다. 내가 대표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원칙주의자로서 당연한 행보였습니다. 이 시장도 저에게 해주실 정도의 덕담만 해주셨습니다. 누가 찾아간들 그런 정도의 덕담을 안 하겠습니까. ‘나왔으니 열심히 하라’, ‘당에 도움 되도록 하라’ 정도의 얘기 뿐입니다.

-원외 지구당위원장 가운데 돕는 분들이 있습니까

=아직은 없습니다. 한결같이 ‘돕고 싶지만 너무 오랫동안 맹형규 전 의원, 홍준표 의원과 스킨십을 했기 때문에 갑자기 유턴해서 도와주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돕더라도 조용히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분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말씀하시는 분들이고, 유보적인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대의원들은 (오 전 의원이 높게 나오는) 일반 시민 여론조사를 고려하진 않습니까.

=어제 처음 대면접촉을 7군데에서 해봤는데, 갈 때는 굉장히 위축돼서 갔습니다. 혹시 냉담한 반응 보일까봐. 그런데 상당히 따뜻하게 맞아주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아, 역시 한나라당 대의원이나 당원들이 오해를 많이 푸셨구나’, 굉장히 기대했던 것보단 좋은 반응이어서 많이 마음이 푸근해졌습니다.

-최근 당원 여론조사에서도 앞서는 걸로 일간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저도 그 기사가 의외였는데, 여론조사라는 게 꼭 정확하다고 볼 순 없고 대체적인 추세를 보는 것인데, 여튼 당원들도 일반 여론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 아니냐,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습니다.

-공약은 언제쯤 나오나요

=이번 중반을 넘어가야할 것 같습니다.

-급히 하다보면 구멍이나 공백이 없을까요

=그래서 그런 단점을 보완 위해서도 그렇고, 제 원래 행정에 대한 철학도 그렇고, 출마를 위해 새 공약을 개발하는 것은 사실상 이치에 맞지 않는 행보라고 봅니다.

서울시에서 뭘 하고 있는지를 일단 봐야 합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좋은 연구를 하고 있는 탑클래스의 연구원들이 있는데, 거기서 연구하고 외국 사례까지 공부하고 있고, 그걸 갖고 현장에서 자질 높은 서울시 공무원들이 시행해보고, 또 시행착오가 나오면 피드백을 통해 연구원으로 가고 합니다. 그런 계획이 2010년, 2020년까지 짜여있습니다. 그런데 그 계획을 벗어나 몇몇 후보들이 교수들 자문으로 공약을 개발하는 게 그걸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저는 따라갈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런 말 하면 준비 안 돼서 변명이라고 하지만, 꼭 필요한 문제점, 어떤 방향이어야 하는지 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순·고건·이명박 등 전현직 민선 서울시장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요.

=외람되게 평가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대에 맞춰서 리더의 역할이 달라집니다. 회사같은 작은 조직이든 시와 같은 행정조직이든. 조순이나 고건, 이명박 시장이 다 시대적 소임을 다 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2006년 새로 선출될 시장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4년간 할 일이 있을 것입니다. 그 시대적 소임이, 문화의 힘으로 서울의 혼을 불어넣는 역할입니다.

저는 문화를 두가지로 분류하는데,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녹아들어 즐길 수 있는 게 있고, 세일즈포인트로서 수도서울이 활용할 수 있는, 무역을 해서 먹고사는 세계 10위권의 대국으로서 가져야하는 문화적 힘, 문화적 이미지, 문화적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내는 게 있습니다. 이런 게 제가 당선이 된다면 일해야할 주요 역점 사업 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대표적 공약을 좀더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요.

=일단 시민 속에 녹아드는 활동으로 전체 시민들의 눈 높이를 높일 것입니다. 지금 공연문화를 즐기는 서울시민이 10%대입니다. 1년에 공연 한 편도 안보는 시민이 대부분이에요. 통계를 보면 0.12회인가 그렇습니다.

그건 몰라서 안 가는 겁니다. 문화는 아는만큼 보이고 보이는만큼 즐겁습니다. 또 즐거운만큼 좋아하게 되고. 그 피드백에 누군가는 시동을 걸어줘야 합니다. 그 역할을 제가 하겠습니다.

어떻게 할 것이냐. 서울문화재단이라는 게 생겼는데, 거기서 공연문화단체서 공연 지원을 신청하면 지원금 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시민세금으로 만들어서 그걸로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게 과거의 방식입니다.

제가 시장이 된다면 서울문화재단의 3분의 2나 반절을 떼내서 소프트웨어, 컨텐츠를 만들겠습니다. 지금 한강, 중랑천, 탄천, 안양천, 성북천, 정릉천, 양재천 등이 다 깨끗하게 개발돼 운동할 수 있게 돼 있는데, 그곳에서 음악하는 사람, 연주하는 사람, 미술하는 사람, 노래를 하는 사람, 마임을 하는 사람들의 공연을 제공하겠습니다. 값싸게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걸 구별로 돌리면 항상 시민들은 기대감에 산책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서울의 문화가 ‘나이트라이프’입니다. 직장 생활하다가 밤에 술먹고 노래방 가는 게 다입니다. 이걸 초저녁 가족문화로 만들겠습니다. 영화를 예로 들면 우리나라 영화 굉장히 발전됐지만 대부분 상업영화인데, 서울에서 열리는 환경영화제, 여성영화제 등의 작품을 골라서 각 구별 문화예술회관에서 평일 저녁에 트는 겁니다. 그러면 독립영화란 게 이런 것이구나 하고 영화에 대한 식견이 굉장히 높아집니다. 가족들 손 잡고 와서 천원짜리 한두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예산 낭비 없이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 열린학교 구상도 있습니다. 학교가 방과 후 적막한데 담장을 허물고, 같이 영화를 볼 수 있고, 자원봉사 시스템으로 탁아기능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민들의 문화수준이 올라가면 그게 대한민국에 굉장한 힘이 됩니다. 이게 되면 청계천을 따라서 각 지역에서 하천을 복원하듯이 문화정책도 금방 전국적으로 갑니다. 그런 일들 통해 문화선진국을 만들어놓으면 세일즈포인트로서의 문화의 기반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그건 어떻게 만들 거냐. 장충동에 국립극장과 자유센터가 있습니다. 그 밑에 동대문에 밀리오레와 두타가 있는데 이걸 문화벨트로 만들려고 합니다.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이 국립극장과 자유센터 부지를 활용해서 국립종합예술센터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해왔는데, 그게 실현된다면 이 프로젝트에 굉장한 도움이 됩니다.

거기다 저는 동대문운동장 앞까지 퐁피두센터 같은 개념의 문화시설을 만들겠습니다. 한강로부터 장충동, 동대문으로 대중예술부터 고급예술까지 전부 볼 수 있게 됩니다. 거기다 24시간으로 공연을 볼 수 있게 할 생각입니다. 그러면 젊은이들이 벅적벅적하고 그 지역 매출도 2배 이상 될 것입니다.

서울시의 구상중에 컨벤션센터 계획이 있는데, 그것과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외국의 CEO와 리더들이 이 단지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인상을 바꿀 수 있고, 한국의 브랜드 파워 향상에도 굉장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정계 복귀 선언한 지 1주일 됐는데 소감은 어떤신가요

=제일 가슴 아픈 부분이, 역시 정치권은 고통스러운 곳이구나라는 생각을 최근 다시 하게 됐다는 겁니다.

정치권의 냉정하고 비정한 부분이 있잖아요. 벌써 뭐, 마타도어 비슷한 얘기도 나오고, 오늘 아침에도 모 인터넷언론이 내가 9000만원짜리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한다, BMW 차가 있다고 썼습니다. 그래서 전혀 사실이 아니므로 강력 대처하도록 지시해놨습니다. 예상을 못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이 아수라장판에 섰구나라고 실감을 했습니다. 벌써 그런 꼴을 당하기 시작하니, 아 이게 시작됐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서글퍼집니다.

-혹시 경선에서 낙선하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경선에서 안 되게 되면, 후보 되신 분을 도울 생각이고요.

-그 이후는요.

=본선 치러지는 과정까진 제가 도울 것이고, 그 이후엔 본업으로 돌아가야죠.

-계속 정치를 할 생각은 없습니까.

=현재로선 그런 스케줄 없습니다.

-다른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일설에 내가 7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최고위원 나온다는 둥 얘기하는데 정말 억측입니다.

-서울시정에 참여할 수는 있지 않습니까.

=그건 가능할 수 있겠죠. 제가 출마하면서 가졌던 문화나 환경의 역할이, 제가 시간 관계상 다 밝히진 못했지만 제가 관심 가진 영역에는 상당한 액션플랜이 있는데 경선에서 떨어지면 그 부분 시행하고픈 욕구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런 구상을 밝히는 건 모양이 우스워지죠.

<끝>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오세훈·홍준표-이재명 맞대결 41% 접전…2030 남녀 표심 ‘정반대’ 1.

오세훈·홍준표-이재명 맞대결 41% 접전…2030 남녀 표심 ‘정반대’

경호처, “하늘이 보내주신 대통령” 합창 경찰에 30만원씩 격려금 2.

경호처, “하늘이 보내주신 대통령” 합창 경찰에 30만원씩 격려금

윤석열 구속 연장 불허…민주 “기소하면 된다” 국힘 “석방하라” 3.

윤석열 구속 연장 불허…민주 “기소하면 된다” 국힘 “석방하라”

민주 “윤석열 석방 요구한 국힘, 역시나 내란옹호당” 4.

민주 “윤석열 석방 요구한 국힘, 역시나 내란옹호당”

선글라스 낀 국회‘요원’ 박주민입니다…“전 국민 듣기평가 또 시작” 5.

선글라스 낀 국회‘요원’ 박주민입니다…“전 국민 듣기평가 또 시작”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