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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인니와 닮은 미얀마 ‘양곤의 봄’ 이룰까

등록 2007-09-28 19:57수정 2007-09-29 16:56

버마민족민주동맹(NLD) 한국지부 회원들과 참여연대, 다함께, 민주노동당 중구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8일 저녁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미얀마 군사정권의 민주화 시위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A href="mailto:hyopd@hani.co.kr">hyopd@hani.co.kr</A>
버마민족민주동맹(NLD) 한국지부 회원들과 참여연대, 다함께, 민주노동당 중구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8일 저녁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미얀마 군사정권의 민주화 시위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양곤(랑군)에도 민주화의 봄은 올 것인가?

유가 인상에 대한 반발로 촉발된 미얀마 민중의 대규모 시위가 11일째 이어지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매듭지어질지에 대해선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군사정권의 시위대 요구 수용, 군사정권 내부 분열, 군사정권의 퇴진, 1988년 ‘랑군의 봄’과 같은 대규모 유혈사태 등의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미얀마 사태는 98년 인도네시아 폭동 때와 비슷한 전개과정을 보여 주목된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27일 보도했다.

식민지지배뒤 군사정권 유사
유가인상-시위촉발도 비슷
미얀마는 중산층 형성안돼
수하르토 전철 안밟을수도

■ ‘닮은꼴’ 두 나라=미얀마와 인도네시아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식민지배에서 벗어났다. 이후 강력한 조직을 갖춘 군부는 나라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장악했다. 두 나라의 군사정권을 위협하는 민중 시위의 도화선이 유가 인상이라는 점도 공통적이다.

인도네시아에선 97년 금융위기에 따른 물가폭등으로 경제가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정부가 98년 5월4일 기초 생필품인 기름의 가격을 한꺼번에 70%나 올리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항의 시위가 시작됐다. 수하르토 정권은 시위 8일 만인 12일에 시위대에 발포했다. 분노한 일반 시민들은 부패한 독재정권의 타도를 외치는 반정부 시위대에 합류했다. 결국 열흘도 못 버틴 수하르토는 21일 대통령직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승려들이 시위를 시작한 지난 18일부터 지금까지, 미얀마는 수하르토 정권과 비슷한 길을 밟고 있다. 본격 시위 8일 만에 발포한 것까지 똑같을 정도다.


■ 잃을 것 없는 미얀마 군부=하지만 미얀마 군부가 민주화 시위에 쉽게 무릎을 꿇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수하르토 정권의 급속한 붕괴 뒤에는 개방으로 인한 경제성장과 함께 등장한 부유한 신흥계급이 있었다. 수하르토 정권이 경제적 이권 배분 등을 통해 군부의 충성심을 얻어내고 사이비 정당 등을 통해 정권을 유지해 왔지만, 신흥계급은 수하르토에게 등을 돌렸다. 그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군부에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던 미국의 태도 변화도 큰 몫을 했다.

반면, ‘버마식 사회주의’ 노선을 내걸고 고립정책을 취해온 미얀마에는 군부에 맞설 중산층이 형성되지 않았다. 또 오랜 고립에 익숙해진 미얀마가 국제적 제재에 얼마나 흔들릴지도 의문이다. 미얀마 군부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외부 세력 또한 분명치 않다.

특히 주택과 의료혜택 등 특혜를 누리며 엘리트로 양성돼 온 군부의 강한 결속력은 군정 유지의 굳건한 뒷받침이 되고 있다. 타이 쭐랄롱꼰 대학의 미얀마 연구학자 차이야촉 줄시리옹은 “미얀마 군인은 자신들이 국가의 중심이라고 여기고 있는 만큼 승려나 민주화 운동가들이 군정을 뒤집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며, 군부가 시위에 무자비한 탄압으로 맞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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