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는 얀 라이툰 한국에서 18년 째 외국인노동자이자 시인으로 살아가며 조국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오고 있는 얀 라이툰(37)씨. (서울=연합뉴스)
국내 외국인 노동자 얀 라이툰
"국민이 먹고 살기조차 힘든 데도 미얀마 군사정권은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는 데만 골몰해왔습니다. 그것을 보다 못한 스님들이 민주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고 군사정권이 그들을 탄압하자 다시 국민과 학생들이 일어난 것입니다."
한국에서 외국인노동자이자 시인으로 살아가는 얀 라이툰(37)씨는 2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얀마에서 진행 중인 반정부 시위와 관련 이같이 말하며 "지금 한국 내에 있는 수십여 명의 미얀마인도 주한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얀 라이툰씨는 미얀마 수도 양곤이 고향. 아버지와 어머니, 형과 함께 살던 그는 대학교 1학년 때인 1988년 군사독재정권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섰다가 수십 년 간 만 리 타향을 떠도는 신세가 됐다.
그가 한국에 정착하기는 1991년. 인천 남동공단 한 가구 공장에서 일을 시작해 한국에서 생활한 지 18년이 돼 가지만 조국의 민주화에 대한 염원을 한 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한다.
얀 라이툰씨는 "처음 직장에서 받은 월급은 30만원에 불과했지만 그 중의 일부는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일하고 있는 국내외 동포들에게 지원해왔다"고 말했다. 자신은 18년째 인천 남동공단 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미얀마 민주화운동 단체인 '버마민족민주동맹(LND)' 한국지부 회원으로도 활동한다는 그는 "회원들과 함께 오랫동안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집회를 열어왔다"며 "그 때문에 문제가 생겨 회사를 옮겨다닌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객지 생활을 한 지 근 20년. 고향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날로 쌓여만 간다고 토로했다.
2002년 문예계간지 '실천문학' 겨울호에 실린 그의 '아내를 위한 시'에는 가족에 대한 정이 절절하게 묻어난다. 민주화 운동 전력으로 국외 추방된 남자가 아내와 자식을 그리워하며 안부를 묻는 내용으로 국외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며 살고 있는 미얀마인들의 심사가 잘 투영돼 있다.
얀 라이툰씨는 "가끔 전화와 편지를 통해 안부를 주고 받는다. 그러나 비밀경찰이 항상 가족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어 마음대로 연락조차 할 수 없다"면서 "가족과 생이별한 채 살아가는 미얀마인이 한 둘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미얀마 군사정부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통금시간을 정해 놓고 국민을 집 밖으로도 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얀 라이툰씨는 "결코 군사정권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군사정권에 진다면 그들의 압제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며 "민주화가 되는 날까지 끝까지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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