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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양곤은 현재 “총구 앞 고요한 공포”

등록 2007-09-29 00:50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28일 미얀마 이민자들이 미얀마 사태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태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2천명 이상의 미얀마인들이 미얀마 제재에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대사관 주변을 행진했다. 콸라룸푸르/AP 연합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28일 미얀마 이민자들이 미얀마 사태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태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2천명 이상의 미얀마인들이 미얀마 제재에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대사관 주변을 행진했다. 콸라룸푸르/AP 연합
양곤 현지 분위기
인터넷·휴대전화 차단해 ‘고립’
미얀마 군부의 철저한 통제로 민주화 시위의 중심지인 최대 도시 양곤은 사실상 외부와 차단됐다. 양곤 주민들과 조심스럽게 주고받는 전화통화가 내부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나 다름없다. <한겨레>는 28일 군인들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숨죽이고 있는 한 양곤 시민과 전화 접촉을 하는 데 성공했다. 신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이 미얀마인 회사원은 긴박한 목소리로 현지 상황을 생생히 전해주었다. 그의 사무실은 시내 큰길에 자리잡고 있어, 그는 초기부터 시위를 목격해 왔다고 말했다.

-오늘(28일) 상황은 어떤가?

=총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 시내는 고요하다. 시위대는 보이지 않는다. 5명만 모여 있으면 군인들은 무조건 총을 쏜다. 26일부터 정부는 5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했다. 시위에 참가했는지는 상관없다. 군인들은 총을 공중에 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향해 쏜다. 공포스럽다. 양곤 시내 점포와 사무실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다. 출퇴근 시간 이외엔 나다니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총에 맞아 숨진 사람들도 있다. 알고 있나?

=27일 일본인 기자 1명이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알고 있다. 양곤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지인한테 들었다. 이 병원에 싱가포르인 1명도 다리에 총상을 입고 실려 왔다고 들었다. 미얀마인들을 포함해 모두 8명이 왔다고 했다.

-정부 쪽에서는 사망 9명, 부상 11명이라고 밝혔는데?

=피해자가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양곤 시민들과 미얀마 국민들은 정치가 바뀌어야 잘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승려들이 큰 힘이 돼줄 수 있는데, 정부가 오늘 양곤시내 사찰을 폐쇄했다고 들었다. 시위 양상은 다소 변했다. 시위에는 어린 학생들과 평범한 시민들도 가담했다. 26일 시위는 승려들이 주도했지만, 27일 시위에선 승려와 시민이 반반이었다. 문제는 1988년 시위 때보다 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시위대의 규모는 어림잡아 그때의 30% 정도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정부 쪽은 이번 사태 진압을 낙관하고 있다. 그들은 1주일이면 완전히 진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들었다.

-야간 통행금지는 어떤가?

=26일 자정부터 밤 9시 이후엔 통행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 시간이면 양곤 시내는 적막에 빠져든다. 그때부턴 총소리도 들리지 않고 나지막한 방송 소리만 새어나올 뿐이다. 사람들은 <비비시>나 <미국의 소리> 방송을 듣는다. 사람들은 더는 미얀마 방송을 믿지 않는다. 관영인 미얀마 방송사들은 승려들의 시위를 ‘대규모 탁발’로, 강경진압을 ‘치안 통제 상황’으로 보도하고 있다. 거짓말 일색이다.

-친지들과는 어떻게 연락하고 있나?

=전화로만 겨우 연락이 되는 정도다. 모임 금지령 때문에 만날 수도 없다. 24일께부터 정부가 인터넷과 이동통신을 차단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인터넷으로 시위 현장 사진이 실시간으로 전달됐는데, 지금은 되지 않는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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