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현대 계열사 사장을 전격 체포하면서 현대 비자금에 대한 수사가 현대차 그룹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 27일 밤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사옥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김재록 로비파문’ 확산
검찰 수사 어디로 향하나
검찰 수사 어디로 향하나
김재록(46·구속)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27일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전달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임원들을 출국금지하고 일부를 소환 조사하는 등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전반으로 수사를 넓히는 한편, 김씨가 현대차 쪽에서 받은 로비자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등 로비행적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현대차 비자금으로 확대되나?=검찰은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조성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월 김씨를 조사하고 돌려보낸 뒤 글로비스의 비자금 조성과 로비자금이 김씨에게 전달된 정황을 발견했다. 이후 현대차 쪽의 내부 제보와 보강조사를 거쳐 이주은 사장이 깊숙이 개입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현대차그룹이 김씨의 ‘인맥’을 활용하는 대가로만 수십억원을 제공한 점으로 미뤄 비자금 규모가 수백억원대에 이르고,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대주주인 글로비스가 비자금 창구로 사용된 만큼 사용처가 현대차그룹의 핵심 사업과 연관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일반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부문과 사업을 추진하는 부문은 다르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수사 대상에 오를 현대차 쪽 사람이 많고,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대차가 김씨에게 건축 인허가 목적 외에 다른 목적으로도 자금을 건넸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전달한 수십억원을 ‘건축 인허가’ 관련 로비용으로만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로비자금 전달이 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재록씨 로비가 본질=채 기획관은 “김씨에게 전달된 비자금의 출처와 흐름이 나와야 로비 부분도 밝히기 쉬워진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수사가 부실기업 인수·합병과 관련한 로비 등 김씨의 로비 의혹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얘기다.
현대차가 김씨에게 전달한 수십억원의 로비자금이 흘러간 곳이 바로 김씨의 청탁·로비 대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채 기획관은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수사에 대해 “김씨에 국한해 수사를 진행한다”며 현대·기아차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오랫동안 김씨의 계좌 등을 광범위하게 추적해 왔으나 김씨의 로비의혹을 규명할 뚜렷한 물증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비자금이 김씨에게 전달된 단서가 포착돼 전격적으로 현대·기아차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대차 자금 담당자와 우리은행 대출 담당자들을 소환한 이날 “김씨의 로비 관련 부분은 비로소 본격적으로 조사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현대차그룹에게 “입을 열라”는 ‘압박’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현대차가 김씨에게 전달한 수십억원의 로비자금이 흘러간 곳이 바로 김씨의 청탁·로비 대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채 기획관은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수사에 대해 “김씨에 국한해 수사를 진행한다”며 현대·기아차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오랫동안 김씨의 계좌 등을 광범위하게 추적해 왔으나 김씨의 로비의혹을 규명할 뚜렷한 물증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비자금이 김씨에게 전달된 단서가 포착돼 전격적으로 현대·기아차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대차 자금 담당자와 우리은행 대출 담당자들을 소환한 이날 “김씨의 로비 관련 부분은 비로소 본격적으로 조사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현대차그룹에게 “입을 열라”는 ‘압박’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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