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그룹의 비자금 조성을 주도한 혐의로 현대차 계열사인 글로비스의 이주은 사장이 검찰에 긴급체포된 가운데 27일 저녁 서울 용산구 글로비스 사옥 현관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기아차 정의선 사장 관련 계열사 줄줄이 대상에
압수수색 자료 ‘판도라의 상자’로 변할까 우려
압수수색 자료 ‘판도라의 상자’로 변할까 우려
현대그룹 위기감
“마른 하늘에 날벼락치더니 여기저기로 불똥이 튈 조짐이다.”
검찰의 느닷없는 압수수색에다 핵심 계열사 사장이 긴급체포당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들은 넋을 잃은 표정을 짓고 있다. 검찰은 현대차 수사를 ‘김재록씨 수사의 지류’라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현대차로서는 검찰 수사망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위기요인이다.
더구나 검찰이 압수수색한 곳과 가져간 자료들은 이번 수사결과와 상관없이 언제든지 현대차에게 핵폭탄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검찰이 샅샅이 뒤진 기획총괄본부는 그룹의 심장부이고, 글로비스와 현대오토넷은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경영권 후계구도의 핵심고리였다. 현대쪽은 또 검찰이 내부 제보를 받고 압수수색을 들어왔다는 말이 나오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불안해 하고 있다.
현대차 한 임원은 “속수무책으로 다 털렸다”라며 “수사 내용과 관련이 있는 서류만 가져가면 되지 미래 사업구상이나 영업비밀, 심지어 일부 임원들의 개인적인 메모들까지 없어졌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내부적으로 그룹 차원에서 지금까지 김재록씨쪽과 해온 모든 거래들을 수집해 법적 하자여부를 점검했는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검찰이 어떤 사안을 수사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대책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상황이 현대차로서는 더 두렵다.
자칫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면 뚜렷한 혐의도 없이 온갖 의혹들이 쏟아져 경영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임직원들의 동요로 현안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대외신인도 하락이나 자동차판매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가뜩이나 원·달러 환율하락 등으로 비상경영에 돌입한 마당에 경영외적 요인으로 큰 타격을 받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그룹 핵심 경영진들은 이 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검찰이 가져간 서류로 보고 있다.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또 다른 수사단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김재록씨에 대한 불법 로비자금 제공 의혹 외에도, 여러 건의 민·형사 소송건이 걸려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협력업체에 대한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여부, 현대차 대리점협회가 신고한 각종 불공정관행을 조사중이다. 지난해 민주노총에서 제기한 전국 3개 공장의 불법파견과 부당노동행위 고발건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검찰 수사의 칼 끝이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세금없는 대물림 의혹’으로까지 치닫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사선상에 오른 글로비스와 현대오토넷, 엠코 등은 모두 정의선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거나 지분 이동이 많았던 계열사들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부 계열사가 김재록씨와의 거래에서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것이 드러나면 법대로 처벌받으면 그만이지만 검찰이 가져간 자료가 ‘판도라의 상자’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두렵다”고 말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검찰 수사의 칼 끝이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세금없는 대물림 의혹’으로까지 치닫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사선상에 오른 글로비스와 현대오토넷, 엠코 등은 모두 정의선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거나 지분 이동이 많았던 계열사들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부 계열사가 김재록씨와의 거래에서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것이 드러나면 법대로 처벌받으면 그만이지만 검찰이 가져간 자료가 ‘판도라의 상자’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두렵다”고 말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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