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군을 추모하는 플랜카드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교육청소년] 오리걸음 체벌받다 숨진 이 모(중1)군
중학교 1학년 아직 꽃도 피워보지 못 한 한 소년이 죽었다. 벌로 받은 오리걸음이 몸에 큰 무리를 준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걸까?
5일, 오리걸음을 하다 죽은 이 모(중1)군이 다닌 부산의 B중학교를 찾아갔다.
숨진 이 군을 추모하는 플랜카드
학교에는 숨진 이 군을 애도하는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다. 학교는 보통의 중학교처럼 운동하는 학생도 없었고, 교사들의 모습도 볼 수 없었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하교를 한 상태였고, 학교 교사들 역시 이 군의 장례식장을 찾아 간 상황이었다.
학교에 남아있던 학생들을 통해 그 날의 상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오전 9시 30분에서 10시 사이, 이 군은 같은 반 친구들 6명과 함께 한문시험을 잘 보지 못한 벌로 오리걸음을 받았다. 시험을 보기 전 윤 모 교사는 ‘40점 밑으로 오리걸음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원래는 운동장에서 오리걸음을 하려 했으나 비가 오고 있어 복도에서 오리걸음은 진행되었다. 복도의 길이는 20여 미터 정도였다. 오리걸음을 하던 이군이 갑자기 쓰러졌다. 코에선 콧물인지, 물인지 확인이 되지 않는 액체가 흘러나왔고 곧바로 의식을 잃었다. 보건교사가 바로 심폐소생술로 응급조치를 취하고 119를 불러 병원으로 갔다. 하지만 이 군의 상태는 이미 어려운 상황이었고 병원에 이송된 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것이 이번 부산 B중 오리걸음 하다 죽은 학생 사건의 전부다.
친구들, “동네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김유성(중2), 박호경(중2)군은 숨진 이군과 같은 동네에 살면서 자주 만난 친구다. 이들은 이번 일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고, 학교 자체가 우울하다고 전했다. 김 군은 “왠지 동네에 가면 그 친구를 만날 수 있을 거 같은데…”라며 슬픔을 표현했다.
이 사고가 있은 후 학교는 5일 아침, 전교생이 함께 이 모군을 위해 묵념을 했다. 같은 반 친구들은 이 군이 안치되어있는 장례식장을 찾아가 조문을 하였다
이 군의 누나, “아직 믿기 힘들다”
이 군이 안치된 분향소에 찾아갔다. 숨진 이 군의 누나는 “이번 일을 믿기 힘들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 군의 누나 역시 중학생으로 아직 어린 여학생에게 이번 일은 말 그대로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침에 함께 등교를 하던 동생이 갑작스럽게 죽었다는 것을 아직 믿지 못했다.
이 군의 누나와 이야기를 하던 중, 분향소 안에서 이 군의 부모님의 한 맺힌 소리가 들려왔다.
“아침에 멀쩡히 인사하고 학교 간 우리 아들이 왜 저기 저렇고 있는거냐?”
이 군에게 오리걸음을 시킨 윤 모 교사가 온 것이다. 윤 교사는 수척해보이는 얼굴로 부모님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하고 있었다.
유가족의 입장에선 정말 믿을 수 없는 사실이기에 윤 교사에 대한 미움은 커보였다. 윤 교사 역시 아무말 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평소 모자관계가 각별했다는 이 군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윤 교사와 다른 교사들에게 “성적이 나쁘다고 벌을 주는 건 말이 안된다”며 항의를 했다. 그 소리를 듣던 윤 교사는 갑자기 호흡 곤란을 보이며 정신을 잃었다.
사과하러 온 윤 교사, 호흡곤란 보이며 정신 잃어
B중학교에 함께 재직 중인 이 모 교사에 따르면 윤 교사는 이 군이 숨진 사실을 통보 받고 정신을 잃어 병원에서 링겔을 받다가 “제자가 죽었는데 링겔을 맞을 수 없다”며 바로 병원에서 나온 상태였다.
이 군의 이모인 김 모씨도 이번 일로 몸이 많이 쇠약해져 혈압이 계속 올라가는 상태였다. 어렵게 입을 연 김 씨는 “티 없이 맑고 명랑하고 밝았던 우리 00이가 죽었다는 건 말도 안된다”며 “더군다나 성적이 나쁘다고 벌을 받다 죽은 건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한탄했다. 이어 “약간의 감기 기운이 있던 아이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벌을 주는 건, 학생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조금만 더 학생에 대한 관심을 갖고 상태를 확인하였다면, 이번 일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김 씨의 주장이었다.
또한 “체벌로 인해 상처가 생기고 멍이 드는 것만이 가혹한 체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번 일이 있기 전에도 우리 아이가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벌을 받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어린 아이가 얼마나 주눅이 들고 겁을 먹었을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이 군의 집안형편이 좋지 않아 이 군은 학원도 가지 않았고, 과외도 받지 않았었다.
이 군 이모, “애가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선생님들이 조금만 더 관심이 있었다면”
김 씨는 각별했던 모자사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남겨진 사람의 슬픔과 상처는 어떻게 치유 받느냐고 되물었다. 김 씨는 “이 세상에는 목숨과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며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빌며, 어떤 체벌이던 간에 모든 체벌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고가 있은 후, 교육청과 학교 관계자들이 찾아와 이 군의 부모에게 사과하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전해왔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책임’의 문제를 떠나, 평소 학생들의 건강을 관리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달려있다. 특히 학생을 죽일 수도 있는 체벌, 기합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편, 경찰은 5일, “학생의 간과 폐가 또래 학생들보다 허약했으나, 교사가 고의적인 의도에서 학생을 벌주거나 체벌한 것은 아니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 사건을 총괄하고 있는 고 모 경감은 “현재 학교에서 학생을 지도 할 때 병력이 있는 학생을 분류해야하는데, 잘 되지 않는 것 같다”며 “교육청 차원에서 심장이 좋지 않거나, 몸이 좋지 않은 학생을 체벌에서 제외하는 지침을 내려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보람 기자 lbr5224@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학교에 남아있던 학생들을 통해 그 날의 상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오전 9시 30분에서 10시 사이, 이 군은 같은 반 친구들 6명과 함께 한문시험을 잘 보지 못한 벌로 오리걸음을 받았다. 시험을 보기 전 윤 모 교사는 ‘40점 밑으로 오리걸음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이 군이 벌을 받은 복도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친구들은 다 교실로 돌아왔지만 이 군만 돌아오지 못한 교실 앞 모습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이 군의 자리에 놓여있는 국화 꽃이 외로워보인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이 군이 안치된 분향소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교육청, 경찰서 등에서 보낸 추모 화환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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