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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전두환씨를 광주로 데려 와,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야”

등록 2007-05-18 14:45

광주전자공업고등학교 학생회 간부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광주전자공업고등학교 학생회 간부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교육청소년] [대담] 5·18 이후 세대 광주청소년들, 5·18을 말하다
18일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인들은 “광주 가서 표심 얻자”며 과거 자신의 행적과 관계없이 너도나도 광주로 몰려가고 있다. 5·18기념 재단은 ‘레드페스티벌’ 등 커다란 규모의 행사를 열고, 5월 항쟁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사람들은 광주로 찾아간다.

흔히 386이라 불리는 30, 40대들에게 광주의 진실은 늘 자신의 양심을 돌아보게 만드는 여전히 무겁고 진지한 존재다. 소설가 임철우 씨는 광주항쟁 당시 동지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숨어있다가 살아난 것이 괴로워 이십년의 세월을 고통스럽게 살았고, 시인 황지우 씨 역시 2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도 나는 광주가 아프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의 고통과 아픔은 세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10대, 20대들에게 광주는 교과서 안의 ‘4·19 혁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교과서에도 짧게 나올 뿐 아니라 현대사는 시험에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을 때 태어나서 자란 청소년들이 그 엄숙함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특별히 광주에서 살고 있는 청소년들을 만나보았다. 올 7월 개봉예정인 ‘화려한 휴가’에 학교 전체가 참여했다는 ‘광주전자공업고등학교’ 학생회 간부, 과연 그들은 광주민주화운동을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대담에 참여한 학생들

김민주(디자인과, 3학년) 김수빈(전자통신과 1학년)

허금환(학생회장, 자동차특성화과, 3학년) 장광출(자동차특성화과, 3학년)

서진주(전산응용기계과, 2학년)

사회 :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광주청소년들을 직접 만나게 되어 기쁘다. 작년에 ‘화려한 휴가’에 출연(?)했다고 하던데, 그때 얘기를 들려 달라. 재밌었나?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금환 : 선생님들과 전교생 모두가 참여했다. 도청에서 싸우는 시민들과 군인들로 분장하고 참여했는데, 무척 더웠고 힘들었다. 그러나 직접 총을 쏘기도 하고 재밌었다. 아마 5·18 민주화운동에 관련된 영화라고 해서 교장선생님께서 특별히 허락하신 것 같다.

사회 : ‘화려한 휴가’가 뭔지 아는가?

모두 : 군사작전명이다! 애국가 나오면 무조건 총쏘라고.

사회 : 오월, 광주, 금남로, 충장로, YMCA, 망월동…….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

왼쪽부터 민주 “5·18이 다가오면 마음이 아프다”, 수빈 “평소엔 관심없다가 표얻으러 광주에 오는 정치인들, 정말 이해할 수 없다”, 학생회장 금환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전두환 전대통령이 망월동에 찾아가 용서를 비는 것이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왼쪽부터 민주 “5·18이 다가오면 마음이 아프다”, 수빈 “평소엔 관심없다가 표얻으러 광주에 오는 정치인들, 정말 이해할 수 없다”, 학생회장 금환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전두환 전대통령이 망월동에 찾아가 용서를 비는 것이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금환 :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망월동을 찾거나 학교에서 배울 때면 욕부터 나온다.

수빈 : 무섭다, 그때였다면 지금도 그 길에서 사람이 죽었을 것 같다.

민주 : 평소에는 별생각이 없다가 5·18 즈음에 직접 가보면 마음이 안좋다,

광출 : 중학교 때 광주로 이사 왔다. 처음 5·18을 알았을 때는 믿을 수 없었다. 그것이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너무 심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 있을까.

진주 : 다른 역사적인 날보다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사회 : 혹시 주변에서 5·18을 직접 겪으시거나 어른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다면?

금환 : 선생님이 해주신 이야기가 기억난다. 군인들이 선생님 어머니를 찔렀고 그 어머니께서 피묻은 이불을 버리지 않으셨다가 국가유공자가 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민주 : 친구 할아버지가 그때 다치셔서 국가 유공자가 되었다.

수빈 : 당시 광주에 계셨던 아버지가 데모에 참가하자, 할머니가 장남인 아버지를 강제로 데리고가 담양에 숨겨놓으셨다고 했다.

광출 : 중학교 때 선생님이 직접 체험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사람들을 이유 없이 때리고 총을 하도 많이 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죽고. 선생님은 숨어계셨다고 하는데 외지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몰랐다고 하시면서 비판하셨다.

“몇시간을 걸어서 도착한 망월동, 우리는 모두 울고 있었다!”
“평소 관심이 없다가 대선철이라고 내려오는 정치인들,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사회 :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이 무엇일까? 그말이 어렵다면 총알이 쏟아지는 당시 상황이 무척 두려웠을텐데 광주시민들은 어떤 마음에서 끝까지 싸울 수 있었을까?

수빈 : 물론 무서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누가 생각해도 그것(군사독재정권)이 옳지 않은 거였고, 내 옆의 친한 친구가 죽었는데 무섭다고 도망가면 되겠는가? 어떻게든 싸우지 않았을까?

금환 : 광주사람들이 억세다고 이야기한다. 내 옆의 친구가 죽었는데, 당연히 싸우지 않겠는가? 사명감, 영웅심리. 정의감 이런 것들이 있었을 거 같다.

광출 : 당시 독재시대였는데, 광주시민들이 먼저 의견을 표현한 것 같다. ‘꼬라지’를 못이겨서...지금 나였다면 맨 앞에는 못나가도 뒤에서 화염병이라도 던지지 않았을까?

진주 : 민주정신인 것 같다. 부당한 일에 대해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내세우기 위한 싸움이 광주에서 시작된 것이다.

광출 “지금 5·18일 일어난다면 맨앞에는 못나가더라도 뒤에서 화염병이라도 던지지 않았을까?”, 진주 “5·18 정신은 부당한 일에 대해 항거하는 주인정신, 민주정신이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광출 “지금 5·18일 일어난다면 맨앞에는 못나가더라도 뒤에서 화염병이라도 던지지 않았을까?”, 진주 “5·18 정신은 부당한 일에 대해 항거하는 주인정신, 민주정신이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사회 : 현재 5·18의 의미는 무엇일까? 현재 우리사회가 어떻게 그 정신을 살려야 할까?

수빈 : 사실 평소에는 잘 못 느낀다. 작년에 5·18공원까지 걸어가는 캠프에 참여했다. 몇 시간을 걸어가는 게 힘들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망월동의 묘비를 보면서 나랑 친구들 모두가 너무 서글프게 울었다.

그렇지만 뉴스에서 대선 후보들이 오는 걸 보면서 분노했다. 작년에는 왜 조용하다가 올해는 그렇게 광주에 찾아오는가.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가.

광출 : 5·18 이야기를 교과서 속의 하나의 사건으로 말하거나 외지 친구들 중에서는 5·18을 비판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때 그 당시에는 무관심하던 정치인들이 이제 와서 광주에 내려오는가. 정치인들이 자기 이익만 챙기려 하는 거 아닌다.

금환 : 한 가지 바람이 있다. 지금은 전두환이 살아 있다. 망월동에 전두환 비석이 있다. 누군가 그것을 뽑아 놓았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밟고 지나 간다. 시청에서는 그것도 역사라고 밟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전두환을 데리고 와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고, 자기 이름이 밟히는 것도 보고, 사람들한테 사과를 해야 한다. 억지로라도 시켜야 한다.

민주 : 아직도 5·18의 진실을 나라에서 숨기는 것이 많다. 5·18 뿐 아니라 높은 사람들이 한 부끄러운 일도 숨기려고 하는데 문제다. 안좋은 일이었지만 모든 잘못을 당당하게 밝히고 뭐든지 진실되게 했으면 좋겠다.

수빈 : 광주시민들도 오월 아니면 그 정신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냄비 근성이 아닐까. 광주시민들끼리도 5·18 행사를 크게 했으면 한다. 무안 나비 축제, 함평 나비 축제는 알면서 5·18을 잘 모르는 것은 문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체험학습으로 많이 가고 배워서 알지만 다른 지역 친구들은 잘 모르지 않을까?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도 광주로 수학여행을 왔으면 좋겠다.

다소 쑥스러워했지만 자기 주장을 강하게 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에서 5·18과 광주에 대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학생회 담당 김순자 교사가 한 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작년에 학생회장이 5·18 추도사를 쓰기로 했는데, 전혀 감을 못잡았다. 그래서 학생들을 데리고 광주 망월동 묘지를 갔다. 그때서야 학생들이 추도사를 쓸 수 있었다.”

이미 민주화된 사회에서 태어난 청소년들이 그때의 아픔과 상처를 자기 가슴으로 느낀다는 것은 사실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김 교사의 말처럼 잘 모르면 교육하고, 간접체험이라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드는 것은 교육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올해도 이 학교에서는 전교생이 5·18 기념식을 하고, 그당시 시민들이 시민군에게 나눠주었던 주먹밥을 같이 먹는 행사를 한다고 한다. 이런 노력들이 바로 광주의 정신을 사라지지 않게 만들고, 이후 우리 사회를 올바르게 굴려가는 큰 원동력이 될 거라는 확신과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다만 이것이 광주만의 노력이라는 것이 문제다.

조은영 기자 beloved93@nate.com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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