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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람은 죽으면 ‘똥땅 나라’ 로 간대

등록 2007-02-25 15:16수정 2007-02-25 15:22

똥땅나라에서 온 친구
똥땅나라에서 온 친구
내가 읽은 한 권의 책 / 똥땅나라에서 온 친구

사춘기 시절, 처음으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했었다. 고달픈 세상을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지?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나? 그러다가 삶의 덧없음이 느껴질 때면 매우 우울해졌고, 자살하고픈 충동까지 일었었다.

천국과 지옥을 믿는 종교인을 제외하고 이 물음의 답을 속 시원히 말해 줄 사람이 과연 있을까?

작가 박정애는 어린 독자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단순명쾌하게 답해준다. 사람이 죽으면 똥 땅 나라로 가고, 똥 땅 나라에서 번데기 상태로 지내다가 다시 새 생명으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얼핏 불교의 윤회 사상에 뿌리를 둔 듯하지만, 종교적인 냄새보다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어린 아이의 눈으로 밝고 긍정적으로 풀어간 점이 돋보인다.

아빠 떠난 주영이 삶 벼랑끝
죽음의 세계서 온 슬라임 만나
새 삶 준비하는 똥땅나라에서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합니다

<똥땅 나라에서 온 친구>(웅진주니어)의 주인공 주영이는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으로 살다 돌아가신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엄마는 그 충격으로 자주 신경질을 내고, 관심 밖으로 밀려난 주영이는 마구 먹어대서 뚱보가 된다. 점점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세상과의 인연을 끝내려고 벼랑에서 뛰어내리려는 순간, 무지갯빛 슬라임을 만나게 된다. 죽음의 세계(똥 땅 나라)에서 온 슬라임은 아름다운 것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 하고, 주영이는 슬라임을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면서 삶의 정체성을 찾게 된다.

“엄마, 똥이 나오려고 해!”

“그래? 우리 주리 똥 궁둥이 착하기도 하지. 똥아, 똥아, 얼른 주리 궁둥이에서 나와서 너희 집으로 가거라.”

“엄마, 똥은 집이 어디야?”

“음…, 아마도…땅?”

“똥 집이 땅이라고? 그럼 똥 땅 나라겠네? 히히히….”

할머니와 아빠의 주검도 똥처럼 똥 땅 나라로 돌아간다는 여섯 살짜리 동생 주리의 논리에 따라 주인공 주영이는 죽음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슬라임과 함께 똥 땅 나라로 여행하면서 그곳에서 또 다른 삶을 준비하는 생명체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곧 삶과 죽음은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헤어짐이 또 다른 만남을 예고하는 것처럼, 죽음은 또 다른 삶의 과정으로 넘어가는 단계로써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 삶의 시작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잠깐 멈칫하게 된다. 요즘처럼 청소년 자살이 급증하는 시기에 죽음을 미화해 자칫 청소년 자살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하는 염려다. 하지만 글을 읽다보면 세상이란 우리가 살아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살을 결심했던 주영이가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내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발견하듯 말이다.

또한 사랑과 배신을 심심풀이 땅콩처럼 쉽게 생각하는 요즘 청소년들의 이성 문제와 부모의 재혼 문제를 자연스럽게 곁들여 읽는 재미를 더해주며, 재기발랄한 입말을 빌어 풀어낸 문장과 1인칭 시점으로 거침없이 서술한 독백 형태의 심리 묘사가 강점으로 작용한다. 원유순/동화작가 dar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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