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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왜 과자는 진열대 아래에 있을까?

등록 2007-01-14 22:23

내가 읽은 한 권의 책 / 경제 속에 숨은 광고 이야기

한 조사기관에서 발표한, 올해의 대흥행을 예고하는 상품 목록 가운데 여성의 욕망을 이용한 초고가의 화장품류와 유아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용품이 들어있다. 이러한 품목들은 벌써 어마어마한 광고비를 들여 우리의 무의식까지 점령하려 한다. “사라!” 이렇듯 우리는 우리의 선택 여부에 아무 관계없이 산업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보여주는 대로 보고, 들려주는 대로 들으며, “이것을 사라, 써라, 먹어라, 입어라”라는 얼굴 없는 ‘빅브라더’(조지 오웰의 <1984년>에서)의 목소리에 끌려 다니는 형상이다. 그렇다고 우리를 유혹하며 심지어는 강요하는 광고의 혀와 손짓을 완전히 외면하고는 살 수 없다. 그 정점은 어찌보면 무언가 자기의 욕망을 마음대로 표현하고, 요구하는 어린이 때부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광고는 어떻게 우리들, 특히 어린이들의 마음을 흔들며. 송두리째 빼앗을까? 또, 그 영향력은 어떠한 결과를 낳으며, 우리는 그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순응하며 어른이 되어서도 그것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로 중독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이런 걱정과 의문에 대해 <경제 속에 숨은 광고 이야기>(초록개구리)는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광고가 어린이들의 의식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수많은 사례를 들어 생생하게 설명해 어린이들이 지혜로운 소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경제교육서다.

또, 광고 메커니즘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광고와 함께 태어나고, 살아야 하는 사회 시스템을 알려준다. 수퍼마켓에는 왜 과자나 사탕, 초콜릿이 진열장 아래 쪽에 있을까? 수퍼마켓 계산대 근처에는 왜 과자 코너에서 봤던 군것질거리가 다시 진열되어 있을까? 왜 콜라 회사는 산타 할아버지를 오늘날의 모습으로 만들어 냈을까? 가격표에 왜 숫자 ‘9’가 많을까? 패스트푸드점 어린이 세트 메뉴에는 왜 장난감이나 캐릭터 인형이 덤으로 들어 있을까?

독일 광고업계의 전문가이자 두 아이의 아빠인 저자는 어린이 독자에게 광고업계의 비밀을 낱낱이 털어놓는다. 비록 독일의 경우지만, 우리나라든 그 어떤 곳이든 자본의 논리로 사회가 움직이는 곳 어디에서든지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저자는 현장에서 경험한 수많은 사례를 들어 광고가 어린이의 의식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설명한다. 텔레비전, 인터넷, 휴대폰, 패스트푸드점, 심지어는 학교 안에서조차 이뤄지는 광고 메커니즘도 들려준다.

그래서 광고의 홍수 속에서 분별력 있는 소비 의식을 기르기 위해, 어린이들이 무엇이 정직한 정보이고 거짓된 정보인지 구분하도록 도와주며, 무엇이 나의 참된 욕구이고, 무엇이 광고나 홍보를 통해 조장된 거짓된 욕구인지 구분하도록 안내한다. 또, 어떤 소비 생활을 하는 것이 올바른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이며, 광고를 맹신하면 돈을 함부로 쓰게 되는 것 말고도 소비 습관을 병들게 해서 우리의 삶과 사회 전체까지 뒤틀리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정직하게 들려준다.

“이것을 사라! 그렇지 않으면 너는 사회의 낙오자가 될 것이다! 당장 사라!” 우리는 어느 새, 아침을 깨우는 새소리나, 사랑하는 이들의 따뜻한 말보다 이러한 명령에 더 익숙하며 때로는 기다리고 반가워하는 게 아닌지! 광고, 바퀴벌레처럼 박멸할 수 없다면 그것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지혜롭게 사는 방법을 알아야 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노경실/동화작가 ksksn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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