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대/서울 신월중 교사
선생님이 말하는 교실 안팎
우리 반 김아무개(여)는 참 ‘이쁘다’. 늘 밝고 경쾌하며 구김이 없다. 키도 작고 용모도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까짓 거 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중하위원 성적도 뒷머리 한번 쓱쓱 긁고 나면 대수로울 게 없어서, 수학은 초딩 4학년 학습지부터 새로 시작해야겠다는 ‘쑥스런 포부’도 굳이 숨기지 않는다. 귀찮고 궂은 일을 만나도 고약을 떨지 않으며, 힘든 상황에 처한 친구들을 토닥여 주는 일에도 기꺼이 나선다. 저라고 홀로 속 끓이는 고민이 없겠는가. 그럼에도 씩씩하다. 이런 아이들을 보면 그 부모님이 보고 싶어진다.
어찌어찌 하라고 시킨다고 아이들이 그대로 따르는 것은 아니다. ‘부부로서, 혹은 어머니, 아버지로서 각자 서로 존중하고 격려하며 열심히 사는 모습, 그 자체가 가장 좋은 가정교육’이라는 말을 나는 진심으로 믿는다.
얼마 전에 둘째 누님이 회갑을 맞았다. 한식집의 방 한 칸을 빌려 8남매끼리 저녁이나 먹자고 모였는데, 오랜만에 자녀까지 함께 한 자리여서 흥이 넘쳤다. 그런 중에 불현듯 둘째 매형이 일어나며 품에서 편지를 꺼내들었다. 당신 아내에게 바치는 편지라고 했다.
편지 내용인즉슨― 근 10여 년 사이에 당신이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 (머리를 다쳐 뇌수술을 받은 적도 있거니와 최근엔 위암으로 위의 2/3를 잘라내기도 했다.) 여태껏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있는 것은 순전히 아내 덕이니, 회갑을 맞은 아내에게 진심으로 큰절을 올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매형은 사양하는 누님을 방 중간으로 모셔 절을 올리고, 누님은 맞절로 답례를 했다. 숙연한 가운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어 눈자위가 붉어진 두 아들이 일어나 제 아버지와 어머니를 함께 포옹하였다.
누님은 (10여 년째) 섣달 그믐날 밤이면 매형에게 묵은 세배를 드린다고 했다. 이렇게 같이 새해를 맞게 되어 고맙다고, 포기하지 않고 살아주어서 감사하다고. 비록 초졸 무학(누님은 가난한 살림 때문에 초등학교를 끝으로 학업을 접었다.)이어서 세상 잡설에 능통하지 못하다 해도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몸을 낮추어 세상을 대하는 무구함으로 가정을 이루었을 터, 그 품에서 자란 조카들도 사뭇 부드럽고 너그럽다.
사실 살아가면서 누구의 본이 되고 귀감이 되는 데는 많이 배우고 적음이 그닥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진심과 배려, 사람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9월엔 그동안 미루어 온 가정방문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당장은 진학 상담이 중심이 되겠지만, 한 아이 뒤에 놓인, 그를 키워낸 사랑과 은혜를 확인하는 자리도 될 터이다. 부담스런 점도 없지 않지만, 그래서 기대도 크다. 한 아이를 어루만져 성장을 돕는다는 점에서 부모와 교사는 결국 동지가 아니겠는가. 이상대/서울 신월중 교사 applebighead@hanmail.net
9월엔 그동안 미루어 온 가정방문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당장은 진학 상담이 중심이 되겠지만, 한 아이 뒤에 놓인, 그를 키워낸 사랑과 은혜를 확인하는 자리도 될 터이다. 부담스런 점도 없지 않지만, 그래서 기대도 크다. 한 아이를 어루만져 성장을 돕는다는 점에서 부모와 교사는 결국 동지가 아니겠는가. 이상대/서울 신월중 교사 applebigh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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