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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선생님들이 다시 힘을 내는 이유

등록 2006-08-06 19:14수정 2006-08-07 13:37

소중애/ 천안 신촌초등학교 교사
소중애/ 천안 신촌초등학교 교사
선생님이 말하는 교실 안팎

스승의 사회적 권위가 무참하게 짓밝히는 게 요즘 풍경이다. 교사들은 학부모와 학생, 여론에 의해 사방팔방에서 공격을 받기 일쑤다. 스승의 그림자도 안밟는다는 인식은 온데간데 없다. 촌지를 근절한다는 명분으로 스승의 날 아예 학교 문을 걸어 잠근다. 그러니 스승의 은혜를 되새겨보는 일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물론 교사들 가운데서도 문제가 있는 사람은 있다. 허나 그것은 어느 집단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문제는 가르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자꾸 왜곡되어간다는 데 있다. 작은 가르침이라도 소중하게 여기는 풍토가 무척이나 아쉬운 때다.

하지만 그런 자괴감과 아쉬움 속에서도 교사를 기운나게 하는 일이 있으니 불행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어제 늦은 밤이었다. 컴퓨터를 끄기 전에 메일을 확인하였더니, 뜻밖에도 1학년때 나에게 배웠다는 제자의 메일이 와 있었다. 군대를 다녀와 복학을 하였고, 이제 24살이 되었다는 제자는 내게서 책 읽는 방법과 글 쓰는 방법을 배웠으며 이제 독서는 생활이 되었다고 했다. 군대생활 2년 4개월 동안 책을 3200권이나 읽었다니 놀랍고 흐뭇했다.

‘선생보다 꼼꼼하군, 읽은 책의 권수를 적어 두다니…. 큭큭.’

그 메일을 보면서 어느 해 스승의 날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나는 커다란 꽃바구니를 받았다. 선생님의 은혜에 감사한다는 40살 다 된 제자가 보낸 꽃바구니였다. 5월의 여왕답게 화려한, 아름다운 빨간 장미가 가득한 바구니를 보며 입가에 웃음을 매달며 하루를 보냈다. 누가 뭐래도 스승과 제자 간에는 이런 끈끈함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감사 전화를 해줘야 했는데 바쁜 일이 있어 못 했다. 밤에 제자에게서 꽃 받았느냐고 전화가 와 민망했다.

“응. 고마워.”

“좋은 꽃으로 보내라고 했는데 괜찮았나 모르겠어요.”

제자 말에 공주병이 도져서 한마디 했다.

“응. 나 닮은 꽃이 왔더라.”

그랬더니 제자가 받아쳤다.

“아니, 그 녀석들 싱싱한 장미를 보내라고 했더니 시든 꽃을 보냈어요?”

그리고는 제자와 나는 웃음이 터져 잠시 동안 통화가 불가능했다. 교사도 늙었지만 제자들도 나이가 들어간다. 이제는 농담을 주고받는 것도 자연스럽다.

교사에게 가장 큰 기쁨은 옛 제자들의 소식이다. 메일이든 꽃바구니든 이렇게 소식을 접하게 되면 고맙고 용기가 생긴다. 요즘처럼 아이들 가르치기 힘들고 학부모과 교육에 대한 견해가 차이가 많이 날 때는 더욱 더 그렇다. 제 자리에서 잘 살아주는 옛 제자들을 통해 현재 아이들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게 되니 고마운 일이다. 덩달아 가르칠 힘도 다시 솟구친다.

소중애/천안 신촌초등학교 교사 sojoong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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