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름/대구 용계초등학교 교사
선생님이 말하는 교실 안팎
‘오늘 아침에 학교에 가서 책을 읽었다. 1교시는 국어 2교시는 사회… 밥을 먹고 공부를 더 하고 학원에 갔다. 다시 집으로 가서 밥먹고 잤다. 참 재미있었다.’
이런 일기, 어릴 때 써보신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아니면 아이에게 “네 느낌이 없잖아!!” 라던지, “‘오늘’이라는 말을 쓰지마!” 라고 말한 적이 있을 것이다. “거짓말 쓰면 안되지. 학교갔다가 학원간 사실이 왜 재미가 있었는데?” 라는 말도 덧붙여서.
아이들은 6학년이 되어서도, 아니 어른이 되어서도 솔직한 일기와 짧은 생활글을 쓰지 못한다. 단순 작문에 그치지 않는 논술 열풍도 열심히 부채질을 하고 있다.
‘깜짝’ 이라는 단어를 넣어서 짧은 글을 써보라고 하면 아이들은 주로 이렇게 쓴다. ‘호랑이가 깜짝 놀랬다.’ 만약 내가 진지하게 “너, 호랑이 깜짝 놀라는 것 본 적이 있니?” 라고 물어보면, 아이는 깔깔 웃으면서 그런 적 없다고 한다. 얼마전에는 우리반 한 아이가 ‘봄비’ 라는 주제를 놓고 ‘지금 밖에는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라고 글을 썼다. 표현대로라면 아이는 봄비가 내리는 것을 그저 쳐다만 보고 있는 것이다. 봄비는 이 아이의 삶에 그 어떤 의미도 없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신이 삶이 아닌, 거짓과 꾸며 쓴 글짓기에 익숙해져 가는 모습이 과연 아이들의 참 모습일까?
꼭 학원을 가야 하고, 공부를 해야 하고, 이겨내어 살 수 밖에 없는 것이 아이들의 현실이라면, 그 현실 안에서 아이들 자신의 삶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에 끌려다니는 것은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그 환경에서 자신을 만들어 가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니까. 결국 아이들은 언젠가는 부모와 교사의 품에서 떠나 혼자 세상과 만나야 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 나가는 교육’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차피 지식 전달의 몫은 학원에서, 방과 후 여러 활동들에 뺏기고 있으니 학교에서는 기타 사교육기관에서 절대로 넘볼 수 없는 ‘무언가’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글쓰기 교육’이다.
처음 쓴 아이들의 글은 모두 한 줄, 길면 두 줄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너의 삶과 연관하여 생생하게 글을 써보자.” 라고 말하며 꾸준히 한 달을 지도하였더니, 아이들이 점차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생활을 써내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얼마 지나서는 2가지 주제를 가지고도 공책 한 면을 꽉꽉 채운다. 너무 열심히 글씨를 써서 손을 주무르기까지 한다. 그래도 아이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왜냐고? 이 아이의 삶은 너무 생생해서 기록할 것이 많으니까.
서투르게 시작한 글쓰기 공부가 무르익고 있다. 벌써 아이들이 다 쓴 공책이 상당한 높이로 쌓이고 있다. 아이들에겐 아직도 더 쓸 것이 많다. 우리반 3학년 아이들은 계속 살아 움직이고, 웃고, 생활하고 있다. 이제는 제법 근거있는 이유를 대며 자신의 주장을 펼칠 줄도 안다. 서서히 자신의 삶을 누릴 줄 아는 아이들이 참 대견스럽다. 이 녀석들이 얼마나 더 멋지게 성장할지는 시간이 지나면 말해 주겠지만, 나의 아이들이 참 삶을 꾸려나갈 때까지 계속 글쓰기 교육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ozoazoayo@paran.com
서투르게 시작한 글쓰기 공부가 무르익고 있다. 벌써 아이들이 다 쓴 공책이 상당한 높이로 쌓이고 있다. 아이들에겐 아직도 더 쓸 것이 많다. 우리반 3학년 아이들은 계속 살아 움직이고, 웃고, 생활하고 있다. 이제는 제법 근거있는 이유를 대며 자신의 주장을 펼칠 줄도 안다. 서서히 자신의 삶을 누릴 줄 아는 아이들이 참 대견스럽다. 이 녀석들이 얼마나 더 멋지게 성장할지는 시간이 지나면 말해 주겠지만, 나의 아이들이 참 삶을 꾸려나갈 때까지 계속 글쓰기 교육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ozoazoayo@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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