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수업시간 난데없는 ‘똥타령’

등록 2006-07-23 19:28수정 2006-07-24 14:11

전성호/서울 휘문고 교사
전성호/서울 휘문고 교사
선생님이 말하는 교실 안팎 /

“선생님, 똥 먹으면 죽어요?” 갑자기 웬 똥? “똥 먹어도 안 죽죠? 그렇죠?” “글쎄?” “얘가 똥 먹으면 30만원 준다 그랬거든요. 그래서 먹으려고요.” 수업도 시작하기 전에 똥타령이다.

“너, 정말 먹는다 그랬다?” “그래 정말이야. 아니, 솔직히 30만원 아니라 10만원만 준다 해도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먹겠다” “정말이지? 얘들아, 니네 들었지? 우리, 10만원 모아서 ○○가 똥 먹는 것 한 번 보자” “그래!”

교실 안은 삽시간에 ‘돈 모으자’, ‘똥 먹이자’, 점입가경이다. “선생님이 10만원 빌려 줄까?” “네에!” “어, 안 돼요! 솔직히 선생님이 내시면 안 돼요!” “왜 안 돼? 선생님 돈은 뭐 돈이 아냐?” “그럼 똥 먹는 건 솔직히 선생님만 보셔야 돼.” “안 돼! 우리도 봐야 돼.” “선생님이 내셨으니까 솔직히 선생님만 봐야 돼!” “낸 게 아니라 빌려 주신 거잖아!” “보고 싶으면 보고 싶은 사람이 돈 내. 솔직히 네가 보고 싶으면 네가 내! 남자가 치사하게 왜 남에게 의지해?” 똥까지 먹겠다는 애 무슨 수로 이기겠는가.

“선생님은 솔직히 얼마 주면 똥 먹으시겠어요? 한 1000억원이요?” 짜식이 은근슬쩍 화제를 돌리는 건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그렇지 선생을 똥 먹이려 들다니. 그러나 한 달에 기껏해야 200만~300만원 정도 받는 월급쟁이를 1000억원씩이나 평가해 준다? 그것도 한 숟가락 퍼 먹고? 박찬호, 박세리가 제 아무리 잘 던지고 잘 휘둘러대도 내가 팔 한 번 들었다 놓는 것보다 못하다는 얘기. 그러고 보니 그렇게 기분 나쁜 것만도 아니다.

“솔직히 전, 1000억 아니라 100억만 줘도 똥 아니라 내 몸에 대한 ‘완전 자유 이용권’ 줄 수 있어요.”

몸에 대한 ‘완전 자유 이용권?’ 역시 똥, 아니, 통 큰 놈이다. “그래, 네 몸에 대한 권리 포기하고 얻은 100억으로 뭐 할래?” “솔직히 실컷 먹고, 쓰고, 아니, 아예 백화점을 하나 사서 그 안에 있는 것 다 가지죠 뭐” “야, 너 100억으로 백화점 살 수 있을 것 같아?” “선생님, 100억 가지면 솔직히 백화점 못 사요?” “글쎄?” 선생이 그런 것도 모르냐는 표정이다.


“100억 있다면, 난 아예 학교를 하나 만들어 내 마음대로 시험내고 내 마음대로 채점해서 전교 1등 할 거야” “난 우선 신문에 1억짜리 광고 대문짝만하게 낼 거야. ‘애인 되어 줄 여자 구함. 10억 줌.’ 그래서 한 대여섯 명 정도 데리고 멋진 외제 차 타고 세계일주 할 거야.” “난 100억 있으면 공부 안 해. 지금 당장 때려 칠 거야! 그리고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100억 은행에 맡겨 놓고 그 이자로 평생 잘 먹고 잘 살 거야. 한 달에 이자만 한 1억 될 걸? 그쵸, 선생님?”

“선생님은 100억 생기면 뭘 하시겠어요?” “선생님? 가만있어 보자. 100억이면 억이 100갠가?” “네.” “그러면 한 반 전체 33명에게 한 3억씩 돌아가나?” “네에!” “그럼, 니네들에게 한 3억씩 줄 테니까 제발 똥얘기 그만 하고 공부나 열심히 해!”

전성호/서울 휘문고 교사 ohyeahh@hanmail.net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