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호/서울 휘문고 교사
선생님이 말하는 교실 안팎 /
“선생님, 똥 먹으면 죽어요?” 갑자기 웬 똥? “똥 먹어도 안 죽죠? 그렇죠?” “글쎄?” “얘가 똥 먹으면 30만원 준다 그랬거든요. 그래서 먹으려고요.” 수업도 시작하기 전에 똥타령이다.
“너, 정말 먹는다 그랬다?” “그래 정말이야. 아니, 솔직히 30만원 아니라 10만원만 준다 해도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먹겠다” “정말이지? 얘들아, 니네 들었지? 우리, 10만원 모아서 ○○가 똥 먹는 것 한 번 보자” “그래!”
교실 안은 삽시간에 ‘돈 모으자’, ‘똥 먹이자’, 점입가경이다. “선생님이 10만원 빌려 줄까?” “네에!” “어, 안 돼요! 솔직히 선생님이 내시면 안 돼요!” “왜 안 돼? 선생님 돈은 뭐 돈이 아냐?” “그럼 똥 먹는 건 솔직히 선생님만 보셔야 돼.” “안 돼! 우리도 봐야 돼.” “선생님이 내셨으니까 솔직히 선생님만 봐야 돼!” “낸 게 아니라 빌려 주신 거잖아!” “보고 싶으면 보고 싶은 사람이 돈 내. 솔직히 네가 보고 싶으면 네가 내! 남자가 치사하게 왜 남에게 의지해?” 똥까지 먹겠다는 애 무슨 수로 이기겠는가.
“선생님은 솔직히 얼마 주면 똥 먹으시겠어요? 한 1000억원이요?” 짜식이 은근슬쩍 화제를 돌리는 건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그렇지 선생을 똥 먹이려 들다니. 그러나 한 달에 기껏해야 200만~300만원 정도 받는 월급쟁이를 1000억원씩이나 평가해 준다? 그것도 한 숟가락 퍼 먹고? 박찬호, 박세리가 제 아무리 잘 던지고 잘 휘둘러대도 내가 팔 한 번 들었다 놓는 것보다 못하다는 얘기. 그러고 보니 그렇게 기분 나쁜 것만도 아니다.
“솔직히 전, 1000억 아니라 100억만 줘도 똥 아니라 내 몸에 대한 ‘완전 자유 이용권’ 줄 수 있어요.”
몸에 대한 ‘완전 자유 이용권?’ 역시 똥, 아니, 통 큰 놈이다. “그래, 네 몸에 대한 권리 포기하고 얻은 100억으로 뭐 할래?” “솔직히 실컷 먹고, 쓰고, 아니, 아예 백화점을 하나 사서 그 안에 있는 것 다 가지죠 뭐” “야, 너 100억으로 백화점 살 수 있을 것 같아?” “선생님, 100억 가지면 솔직히 백화점 못 사요?” “글쎄?” 선생이 그런 것도 모르냐는 표정이다.
“100억 있다면, 난 아예 학교를 하나 만들어 내 마음대로 시험내고 내 마음대로 채점해서 전교 1등 할 거야” “난 우선 신문에 1억짜리 광고 대문짝만하게 낼 거야. ‘애인 되어 줄 여자 구함. 10억 줌.’ 그래서 한 대여섯 명 정도 데리고 멋진 외제 차 타고 세계일주 할 거야.” “난 100억 있으면 공부 안 해. 지금 당장 때려 칠 거야! 그리고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100억 은행에 맡겨 놓고 그 이자로 평생 잘 먹고 잘 살 거야. 한 달에 이자만 한 1억 될 걸? 그쵸, 선생님?” “선생님은 100억 생기면 뭘 하시겠어요?” “선생님? 가만있어 보자. 100억이면 억이 100갠가?” “네.” “그러면 한 반 전체 33명에게 한 3억씩 돌아가나?” “네에!” “그럼, 니네들에게 한 3억씩 줄 테니까 제발 똥얘기 그만 하고 공부나 열심히 해!” 전성호/서울 휘문고 교사 ohyeahh@hanmail.net
“100억 있다면, 난 아예 학교를 하나 만들어 내 마음대로 시험내고 내 마음대로 채점해서 전교 1등 할 거야” “난 우선 신문에 1억짜리 광고 대문짝만하게 낼 거야. ‘애인 되어 줄 여자 구함. 10억 줌.’ 그래서 한 대여섯 명 정도 데리고 멋진 외제 차 타고 세계일주 할 거야.” “난 100억 있으면 공부 안 해. 지금 당장 때려 칠 거야! 그리고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100억 은행에 맡겨 놓고 그 이자로 평생 잘 먹고 잘 살 거야. 한 달에 이자만 한 1억 될 걸? 그쵸, 선생님?” “선생님은 100억 생기면 뭘 하시겠어요?” “선생님? 가만있어 보자. 100억이면 억이 100갠가?” “네.” “그러면 한 반 전체 33명에게 한 3억씩 돌아가나?” “네에!” “그럼, 니네들에게 한 3억씩 줄 테니까 제발 똥얘기 그만 하고 공부나 열심히 해!” 전성호/서울 휘문고 교사 ohyeah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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