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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피랍자 목숨 구하자는 게 ‘반미’?

등록 2007-08-03 17:37수정 2007-08-05 11:59

아프가니스탄 피랍자 가족들과 샘물교회 신도들이 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고 심성민씨의 빈소를 찾아 아버지 심진표(왼쪽)씨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위로하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아프가니스탄 피랍자 가족들과 샘물교회 신도들이 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고 심성민씨의 빈소를 찾아 아버지 심진표(왼쪽)씨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위로하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피랍자 가족 “목숨 달린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 말라”
정치권 ‘석방노력에 찬물’ - ‘미국 책임론 저의 의심’ 공방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한국인 석방을 위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미국 역할론’이 ‘반미 논쟁’으로 둔갑하고 있다. 일부 언론과 정치권 등 보수진영 일각에서 이번 사태를 둘러싼 미국의 책임론 및 역할론을 싸잡아서 ‘반미’로 낙인 찍고 있는 것이다.

■ 가족들의 호소= 이런 호들갑스런 ‘반미 논란’은 피랍자 가족들에게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가족들은 3일 “인질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를 정치적·사상적으로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피랍자 가족모임 차성민(30) 대표는 이날 “우리가 미국의 개입과 역할을 주장하는 것은 오로지 인질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한 호소”라며 “이런 호소의 형태를 놓고 일부에서 ‘미국 반대’ 또는 ‘반미 반대’ 등으로 멋대로 해석하는 것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납치 인질 서명화(29)·경석(27)씨 남매 아버지 서정배(57)씨도 “외교부에서도 확인했듯이 인질 석방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면서 “우리의 움직임이 반미로 비칠까 우려하는 소리들이 있는데, 우리가 왜 남의 눈치를 보느냐. 어떻게든 인질들을 살려야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일보 8월2일치 사설. 조선일보 PDF
조선일보 8월2일치 사설. 조선일보 PDF


■ 보수 진영의 ‘반미’ 몰이 = 보수 색채의 선진화개혁추진회의는 이날 “진보단체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책임을 일제히 미국 쪽으로 돌리며 또 다시 ‘반미감정’ 조성에 나섰다. 이런 행동의 이면에 깔린 목적을 추측해 보면 반미 감정과 ‘진보세력’의 재결집에 그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입장은 다소 모호하다. ‘미국 역할론’이 ‘반미’ 분위기로 변질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면서도, 미국이 나서줄 것을 호소하기 위한 국회 대표단의 일원으로 한나라당이 참여한 점이 묘하게 부딪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병석 원내수석 부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어떤 형태의 국론분열도 아프간 인질 구출에 도움이 안될 것”이라며 “원내대표단의 방미 목적도 인질 구출 협조 요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을 밝힌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성만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이날 현안브리핑에서 “좌파 단체들이 (아프간 사태를 놓고) ‘반미’에 앞장서는 것은 2007년 대선을 목전에 두고 또다른 ‘정치적’ 저의가 있지 않나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미국이 해결 열쇠를 모두 쥐고 있는 것도 아니다. 무책임하게 윽박지르거나 타박을 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 미국 역할론의 실체= 미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미국 요청으로 파병이 이뤄졌고 그래서 한국인들이 납치 표적이 됐다”는 ‘미국 책임론’이 섞여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들이 주장하고 있는 ‘책임론’은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는 논거일 뿐이다.

민주노동당 대선 주자인 심상정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사태의 해결 열쇠를 미국이 쥐고 있기에 미국의 역할을 요구하고, 미국이 실제적인 조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반미 운운하며 석방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태도는 석방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의 바람과 진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표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미국에 협조를 요청하자는 간절한 우리 국민들에 대해 반미 운동을 획책한다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상식 이하의 짓”이라고 말했다.김태규, 성남/김기성 최원형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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