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질들을 치료하겠다고 나선 아프가니스탄 의료진이 가즈니주에 도착해 3일 주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가즈니/AP 연합
아프간 피랍 17일째, 한국협상단-탈레반 ‘대면협상’ 장소선전 진통
탈레반 “유엔 보장한다면 어디라도 갈 것”
정부 “제3지대 물색”…유엔 반응에 촉각 한국 협상단과 탈레반의 본격적인 대면 협상이 임박해 사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협상 장소 선정에서부터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탈레반이 유엔에 안전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해, 유엔의 반응이 주목된다. ■ 협상 장소 = 직접협상 개최와 성공을 위한 첫걸음은 장소 설정이다. 장소만 정해지면 곧 대면 협상이 열릴 분위기다. 그러나 양쪽 협상단의 안전보장 문제 때문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3일 보도했다. 한국 협상단이 가즈니주 주도 가즈니시의 나토군 재건단 시설을, 탈레반은 자신들의 통제 지역을 각각 협상 장소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는 아프간 군·경과 나토군이 탈레반과 총을 겨눈 상황에서 협상단의 안전을 따질 수밖에 없기에 불가피하게 따라붙는 문제다. 가즈니시는 납치사건이 발생한 카라바그에서 60㎞ 가량 떨어져 있다. 한국 협상단으로서도 피랍자를 두명이나 살해한 탈레반을 믿고 그들 지역으로 들어가는 게 쉽지 않다. 미라주딘 파탄 가즈니주 주지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탈레반이 우리가 있는 곳에 오길 원한다면 그들은 100% 안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3일 <데페아>(dpa) 통신에 “협상은 탈레반이 통제하는 지역에서 열려야 한다”며, “그들(나토군)이 약속을 충실히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신뢰할 수 없다”고 응수했다. 장소를 둘러싼 이견이 해소 기미를 안 보이자, 아마디 대변인은 3일 저녁 유엔이 안전을 보장한다면 어디라도 협상단을 보낼 수 있다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탈레반은 지난 25일 피랍자 8명을 풀어주려고 억류 지점으로부터 데리고 나오다 미군 장갑차를 보고 놀라 되돌아간 것으로 알려질 만큼 아프간 정부와 외국군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보여 왔다. 탈레반은 사건 초기부터 이번 사태에 유엔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견이 계속되면 대화 분위기가 깨질 수 있어 절충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서로에게) 안전한 제3지대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유엔이 협상의 첫단추를 끼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이 이를 수수방관할지는 불확실하다.
■ ‘아픈 인질 2명’ 면담과 석방은? = 정부는 애초 탈레반과의 직접협상을 추진하는 동시에 건강이 매우 나쁜 것으로 전해진 여성 두명을 비롯한 피랍자 면담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협상 장소 물색부터 풀리지 않는 상황이라 진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이날 아픈 피랍자들을 진료하겠다며 카불에서 가즈니주로 온 아프간 의사들의 피랍자 접촉을 거부했다. 의사들의 인질 면담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므로 한국 정부 관계자의 피랍자 면담도 당장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마디 대변인은 탈레반 수감자 8명 가운데 아무나 두명을 먼저 석방하면 병세가 위중한 여성 두명을 먼저 풀어주겠다는 뜻을 다시 밝힌 것으로 전해져, 이 문제가 협상의 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즈니주 탈레반 사령관 물라 사비르 나시르는 2일 미국 <시비에스>(CBS)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 여성들의 상태에 대해 “그들은 우리 때문이 아니라, 원래 아팠다”며 “그들이 위독한 상태인지는 신께서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본영 이태희 기자 ebon@hani.co.kr
정부 “제3지대 물색”…유엔 반응에 촉각 한국 협상단과 탈레반의 본격적인 대면 협상이 임박해 사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협상 장소 선정에서부터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탈레반이 유엔에 안전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해, 유엔의 반응이 주목된다. ■ 협상 장소 = 직접협상 개최와 성공을 위한 첫걸음은 장소 설정이다. 장소만 정해지면 곧 대면 협상이 열릴 분위기다. 그러나 양쪽 협상단의 안전보장 문제 때문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3일 보도했다. 한국 협상단이 가즈니주 주도 가즈니시의 나토군 재건단 시설을, 탈레반은 자신들의 통제 지역을 각각 협상 장소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는 아프간 군·경과 나토군이 탈레반과 총을 겨눈 상황에서 협상단의 안전을 따질 수밖에 없기에 불가피하게 따라붙는 문제다. 가즈니시는 납치사건이 발생한 카라바그에서 60㎞ 가량 떨어져 있다. 한국 협상단으로서도 피랍자를 두명이나 살해한 탈레반을 믿고 그들 지역으로 들어가는 게 쉽지 않다. 미라주딘 파탄 가즈니주 주지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탈레반이 우리가 있는 곳에 오길 원한다면 그들은 100% 안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3일 <데페아>(dpa) 통신에 “협상은 탈레반이 통제하는 지역에서 열려야 한다”며, “그들(나토군)이 약속을 충실히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신뢰할 수 없다”고 응수했다. 장소를 둘러싼 이견이 해소 기미를 안 보이자, 아마디 대변인은 3일 저녁 유엔이 안전을 보장한다면 어디라도 협상단을 보낼 수 있다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탈레반은 지난 25일 피랍자 8명을 풀어주려고 억류 지점으로부터 데리고 나오다 미군 장갑차를 보고 놀라 되돌아간 것으로 알려질 만큼 아프간 정부와 외국군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보여 왔다. 탈레반은 사건 초기부터 이번 사태에 유엔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견이 계속되면 대화 분위기가 깨질 수 있어 절충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서로에게) 안전한 제3지대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유엔이 협상의 첫단추를 끼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이 이를 수수방관할지는 불확실하다.
■ ‘아픈 인질 2명’ 면담과 석방은? = 정부는 애초 탈레반과의 직접협상을 추진하는 동시에 건강이 매우 나쁜 것으로 전해진 여성 두명을 비롯한 피랍자 면담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협상 장소 물색부터 풀리지 않는 상황이라 진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이날 아픈 피랍자들을 진료하겠다며 카불에서 가즈니주로 온 아프간 의사들의 피랍자 접촉을 거부했다. 의사들의 인질 면담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므로 한국 정부 관계자의 피랍자 면담도 당장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마디 대변인은 탈레반 수감자 8명 가운데 아무나 두명을 먼저 석방하면 병세가 위중한 여성 두명을 먼저 풀어주겠다는 뜻을 다시 밝힌 것으로 전해져, 이 문제가 협상의 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즈니주 탈레반 사령관 물라 사비르 나시르는 2일 미국 <시비에스>(CBS)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 여성들의 상태에 대해 “그들은 우리 때문이 아니라, 원래 아팠다”며 “그들이 위독한 상태인지는 신께서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본영 이태희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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