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강동구청 애초 신청한 길동사거리 ‘부적합’ 이유로 빠지고
홍은프레닝 땅 포함한 천호역 주변만 2차 균촉지구로 지정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서울시가 해당 구청의 의견과 달리 홍은프레닝의 주상복합 건물이 있는 지역을 균형발전 촉진지구(균촉지구)로 지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울시가 관련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홍은프레닝이 대형 주상복합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지구단위 계획을 신속하게 변경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홍은프레닝은 이 후보의 큰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대주주로 있는 ㈜다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 균형발전 촉진지구 지정=17일 서울시와 강동구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홍은프레닝이 2003년 땅을 사 주상복합 건물인 브라운스톤 천호를 지은 서울 강동구 성내동 지하철 천호역 주변은 서울시가 2003년 1차 균촉지구 신청을 받을 당시 강동구가 신청 대상에서조차 제외했던 곳이다.

이종일 강동구 도시관리국장은 “천호역 주변은 이미 백화점 등 고층건물이 들어서는 등 자생적으로 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신청 대상에서 빠졌고, 상대적으로 개발이 뒤처진 길동사거리를 균형발전 촉진지구로 신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길동사거리는 2003년 11월 서울시의 1차 균촉지구 지정에서 탈락했다. ‘길동사거리 주변은 구획정리가 반듯하고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어 균촉지구로 지정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이유였다. 강동구는 2005년 2월 천호역과 길동사거리를 모두 포함한 넓은 지역을 다시 2차 균형발전 촉진지구로 신청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2005년 12월16일 길동사거리 지역을 제외하고 홍은프레닝 땅을 포함한 천호역 주변만 2차 균촉지구로 지정했다. 당시 모두 16곳이 신청했지만 세 곳만 지정됐다.

■ 지구단위계획 변경=홍은프레닝이 성내동 땅을 사들인 뒤 주상복합 건물을 짓기 위해 낸 지구단위 계획 변경 신청을 서울시가 2004년 초고속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조례까지 무시됐다.

서울시 도시계획조례 시행규칙을 보면, 시는 도시계획위원들에게 회의 소집 열흘 전까지 심의할 안건 목록을 내고, 회의 소집 닷새 전까지 심의 안건과 심의상 필요한 자료를 배포해야 한다. 도시계획위원회의 분과위원회인 도시건축공동위원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강동구가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대한 구의 최종 의견을 시에 올린 것은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2004년 5월31일이었다. 시행규칙과 달리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위원들은 회의 당일에서야 홍은프레닝이 신청한 안건을 받아본 것이다. 당시 시장이던 이 후보의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당시 시 지구단위계획담당 팀장은 “안건 처리 과정에서 어떤 외압도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홍은프레닝은 2003년 12월 지구단위계획 변경 신청을 강동구에 냈고, 구는 2004년 5월10일 지구단위계획 변경 결정을 서울시에 요청했으며, 시는 관계부처 협의 결과를 다시 구에 내려보내 구의 최종 의견을 묻는 절차를 거쳤다. 서울시가 이 사안을 접수한 뒤 최종 결정까지 20여일밖에 걸리지 않은 것은 통상 두 달에서 여섯 달씩 걸리는 것에 견줘 이례적으로 빠른 일처리였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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