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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남북협력 기존틀에 ‘상호주의’ 결합

등록 2007-12-21 20:15수정 2007-12-21 22:23

이명박 당선자의 주요 대북정책
이명박 당선자의 주요 대북정책
[전망! 이명박 정부] ② 대북·외교안보 정책
햇볕정책 부분계승-‘핵폐기 우선’ 접근 예상 엇갈려
내년 상반기 이행과제 빼곡…“정권교체기 공백 최소화”

‘경제 대통령’과 ‘실용정부’라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쪽의 자기 규정은 새 정부의 대 북한 및 외교안보 정책의 향배를 가늠할 실마리다.

우선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비해 대북 및 외교안보 분야의 정책 우선 순위가 한참 뒤로 밀려 있다. ‘제17대 대선 한나라당 20대 공약’을 보면, 경제·민생 분야가 1~8순위인 반면, 외교·안보 분야는 맨 뒤인 19~20순위에 올라 있다. 노무현 정부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12대 국정과제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은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둘째, 이명박 당선자는 20일 첫 기자회견에서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어 실용주의적 외교를 하고 남북협력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두 가지 강조점을 염두에 두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우선 순위는 낮겠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한나라당의 기존 상호주의를 버무린 접근이 되리라 예상할 수 있다. 실제 적잖은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이렇게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다른 전망도 있다. 이 당선자의 대표적 대북정책 공약인 ‘비핵·개방 3000 구상’은 “대북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한반도 비핵화”라며, 모든 대북 협력과 지원에 “북한이 핵폐기의 결단을 내리면”이라는 조건절을 앞세우고 있다. 거칠게 요약하면 ‘핵폐기 먼저’ 접근법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의 접근법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당선자가 지난 6일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회 때 “북핵 폐기를 위해서는 남북 협상으로만 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듯이, 북핵 문제는 남북관계로만 풀 수 없는 국제적 문제다. 한반도 비핵화 등을 목표로 6자 회담이 진행되고, 노무현 정부가 ‘남북관계 진전과 북핵 해결의 병행 추진’을 강조한 까닭이다. 그런데 이 당선자가 지금껏 밝힌 대북정책 공약엔 ‘핵폐기’가 이뤄지기 전까지 남북관계를 풀어갈 구체적 정책수단이 제시돼 있지 않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21일 “선핵폐기론을 고수하며 남북관계를 그에 종속시키면 대북정책의 독자적 공간이 사라질 수 있다”며 “그러면 남북관계가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선거공약은 정책과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새 정부의 대북정책 향배를 선거공약만으로 전망하긴 어렵다. 이 당선자 쪽 핵심 관계자는 “인수위에서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내부 논의를 거쳐야 구체적 정책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새 정부의 대북한 및 외교안보 정책은 이 당선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당분간은 ‘시간’ 및 ‘국내정치’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중요하다.

외교안보 분야 정부 핵심 관계자들은 “짧으면 앞으로 1~2개월, 길게 잡아도 2008년 상반기까지가 남북관계 및 한반도 정세의 진로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며 “정권 교체기의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시간과의 싸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 6자 회담 과정은 북한의 핵신고 문제에 가로막혀 주춤하고 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결정적 고비”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듯이, 핵신고 문제의 향배가 핵폐기라는 비핵화 3단계로 도약하느냐, 또다시 위기국면으로 추락하느냐를 가를 수 있다. 지금껏 6자 회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애써온 ‘대화와 협력의 촉진자’ 구실을 새 정부가 더 강화해야 하는 까닭이다. 남북관계 측면에서도 ‘10·4 남북 정상선언’ 및 총리회담 합의에 따라 내년 상반기까지 굵직한 합의 이행의 과제가 빼곡하게 놓여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국책연구기관 책임연구위원은 “섣부른 대북정책 재조정이나 정책 재검토의 장기화는 남북관계의 후퇴를 초래할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북-미 관계에 뒤처지면 우리의 입지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내년 4월9일로 잡힌 총선 일정도 큰 변수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그보다 중요한 대목은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이명박-이회창 후보의 분화·갈등이 상징하듯, 범보수 진영 내부의 ‘경제·실용 중시’ 노선과 ‘이념 중시’ 노선 사이 갈등이 치열해질 가능성이다. 외교안보 분야 전직 핵심 관계자는 “총선을 앞둔 국내 정치적 수요 탓에 당분간은 새 정부의 정책기조에 ‘이념 프레임’이 ‘실용 노선’보다 강하게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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