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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안벗으면 국민소환제로 옷벗기자”

등록 2006-03-01 15:27수정 2006-03-01 16:21

최연희 의원.
최연희 의원.
김원웅 “윤리위는 최연희 ‘경고’도 못해”…국민소환제 도입 힘얻어
‘성추행’ 국회의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 ‘성추행’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이 되어, 성폭력 피해로부터 약자를 보호할 법안을 발의하고 논의하고 통과 과정에 참여하게 될 현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24일 동아일보와의 술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한 한나라당 최연희 사무총장(현재 사퇴)의 의원직 유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 의원의 성추행 사실이 사회적 공분을 부르면서 최 의원이 한나라 당직과 당적만을 버릴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직을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그동안 동료 의원들에 대해 적용했던 관대한 처리관행에 비춰볼 때 국회의원들에게 징계를 맡길 것이 아니라, 피해자 고소를 통한 수사와 국민소환제를 통한 의원직 박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 잇단 사과와 탈당에도 ‘성추행’여파 가라앉지 않은 채 일파만파

한나라당은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실이 <동아일보> 여기자의 항의로 문제된 이후, 당사자인 최연희 의원을 비롯해 박근혜 대표와 이재오 원내대표 등이 나서 국민과 피해당사자인 기자에게 거듭 사과를 했다. 최 의원은 파문이 확산되자 한나라당 당직을 사퇴하고 ‘탈당’했다.


그러나 초등학교 여학생 성폭행 피살, 여성재소자 교도관의 성추행뒤 자살시도에 이어 벌어진 제1야당 사무총장의 ‘성추행’에 대해 각 시민사회단체의 처벌 요구는 당사자의 ‘당적 이탈’로 가라앉지 않고 있다. 언론단체들과 여성단체, 시민사회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의원직 박탈” 혹은 “의원직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열린우리당만이 아니라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공식적 차원에서 최연희 의원의 ‘의원직 박탈’에 대해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28일 박 대표를 만나 최 의원 제명을 요구하는 여성단체 대표들에게 “국회 윤리특위에서 결정할 것”이라며 문제를 윤리특위로 넘겼다. 최 의원의 의원직 제명에 사실상 나서지 않을 것임을 내비친 셈이다.

“의원직 제명하라” 요구에 박근혜 대표 “윤리특위에서 결정할 일” 떠넘겨

그러나 윤리특위에서의 처리 결과는 ‘의원직 제명’과는 거리가 멀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 최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했지만 윤리특위에서 최 의원에 대한 ‘중징계’가 가능하리라고 보는 쪽은 거의 없다. 그동안 ‘제식구 감싸기’라는 평가를 받아온 윤리특위의 심사를 감안할 때 ‘의원직 제명’ 등 조처가 나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윤리특위가 그동안 보여온 ‘심사’ 못지않게 이번 사안에서 중요한 것은 윤리특위 규정상 ‘성추행’으로 인한 징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윤리특위 규정에는 의원의 성추행을 징계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국회 윤리특위 위원장인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도 이번 사건에 대해 “윤리위 차원에서는 경고도 못한다”고 제도적 맹점을 지적했다.

윤리특위 김원웅 위원장 “‘징계건’아닌 ‘심사’…윤리특위에서는 ‘경고’도 못해”

김 위원장은 1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국회 윤리특위에 낸 최연희 의원에 대한 제소는 윤리심사 제소로 징계안이 아니다”라며 “윤리위반 여부만 심사해 피제소자에게 통보하는 것으로 (최 의원에 대해) 경고도 안 되고, 공개사과 요구나 출석정지는 물론 제명도 할 수 없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여야가 겉으로는 ‘제명하라’고 하면서도 윤리특위에 낸 제소안은 제명과는 거리가 먼 윤리심사만 해달라는 가벼운 안건“이라며 “국회법에 의하면 윤리특위에서는 윤리 제소가 들어오면 윤리위반 여부만 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국회 활동과 관련된 사항일 때만 징계건으로 윤리특위에 의원을 제소할수 있다’는 국회법에 따라 징계안이 아닌 ‘윤리심사건’으로 최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한 상태다. 그러나 ‘징계안’의 경우 윤리특위 심사 결과에 따라 경고, 공개사과 요구, 출석정지, 제명 등의 4단계 조처를 취할 수 있으나 ‘윤리심사’ 제소는 윤리위반 여부만 심사해 피제소자에게 통보하는 것으로 끝나게 된다.

이재오 원내대표 “최연희 의원 자진사퇴만이 사태 풀 수 있는 유일할 방법”

아이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최연희 사무총장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에 대해 사과발언을 하는 도중 이재오 원내대표(왼쪽)가 얼굴을 감싸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최연희 사무총장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에 대해 사과발언을 하는 도중 이재오 원내대표(왼쪽)가 얼굴을 감싸고 있다. 연합뉴스

윤리특위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비록 성추행 당사자가 한나라당을 탈당했다고 하지만 한나라당의 부담은 커져가고 있다. 국회 윤리특위에서 제명 등 징계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방법은 당사자인 최연희 의원의 자진사퇴가 한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는 1일 “최연희 의원이 의원직을 빨리 사퇴하는 것이 당에 대한 도리이고, 이 사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요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최 의원이 당의 사무총장을 지낸 만큼 본인으로 인해 당이 어려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당이 어려움에 빠지는 것을 방지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여성단체 대표 “국민소환제 빨리 도입해 의원직 박탈해야”

국회 윤리특위에서의 ‘의원직 제명’ 징계가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국민소환제’를 통한 의원직 박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8일 박근혜 대표를 면담한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조현옥 대표는 이날 저녁 CBS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직접 의원직을 박탈하는 국민소환제 도입이 시급히 이뤄져야 하며, 최연희 의원에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국회 윤리특위가 남성의원들로만 구성돼 있고, 윤리특위 규정에도 의원의 성추행을 징계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아예 없기 때문에, 윤리특위가 최연희 의원에게 의원직 제명이라는 징계를 내리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국회 발의를 앞두고 있는 국민소환법안이 조속히 발의, 통과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소환제 도입은 2004년 제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을 제외하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민주노동당, 자민련 등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조 대표는 “국민소환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김재윤 의원쪽에 알아본 결과, 지난 주로 계획했던 국민소환 법률 발의가 미뤄지고 있다”며 “김재윤 의원이 법안 발의를 위해 10명의 동의를 얻기는 했지만, 의원들의 호응이 낮아 법안 동의의원 수 50명을 채우기 위해 발의를 연기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방송에서 말했다.

노회찬 “뻔히 안될 동료의원 징계요구대신, 국민소환제 도입해야”

한편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도 언론을 통해 국민소환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노 의원은 1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최연희 의원에 대해 국회 윤리특위가 어떤 징계도 내리지 못하게 된 것은 법적인 미비도 문제지만, 의원들 의지가 더욱 문제”라며 한편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도 언론을 통해 국민소환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노 의원은 1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최연희 의원에 대해 국회 윤리특위가 어떤 징계도 내리지 못하게 된 것은 법적인 미비도 문제지만, 의원들 의지가 더욱 문제”라며 “얘기해봐야 안 되는 국회의원들에게 동료 의원들을 징계하라고 요구하기보다, 국민들이 직접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회찬 의원은 “정치선진국이라면 최연희 의원 정도의 문제는 충분히 국민소환감”이라며 “최 의원이 알아서 사퇴를 해야겠지만, 만약 사퇴하지 않으면, 국민소환을 통해 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노컷뉴스>는 보도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연합뉴스

국민 소환제란?

국민소환제는 부적격 또는 무능력자로 판단되는 국회의원을 국민이 발의와 투표를 통해 해임하는 제도다. 국민투표제, 국민발안제와 함께 직접민주주의 3대 방안 가운데 하나로 꼽히나 정치적 반대세력에 의해 정략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 4년 임기의 국회의원이 임기 만료 이외에 의원 자격이 상실되는 경우는 헌법 조항에 따라 국회의 자격심사에서 무자격 결정이나,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에 의해 제명됐을 때뿐이다. 선거법상 당선무효와 유죄판결의 확정, 피선거권 상실로 인한 퇴직. 국회의 허가를 얻은 사직 등으로도 국회의원의 자격이 상실된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현재 발의를 추진하고 있는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의원 소환 사유로 제시한 경우는 아래와 같다.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판결 받은 경우 △청렴, 국익우선, 지위·특권 남용금지 등 국회의원 의무를 규정한 헌법 규정을 위반한 경우 △직무유기를 비롯한 위법·부당 행위를 한 경우.

현재 김재윤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서 국회의원 소환 발의 규정은 해당 지역구에서 30인 이상의 유권자가 소환추진위를 구성한 뒤 유권자 총수의 10분의 1이상 서명을 받으면 이뤄진다. 이 소환안에 대해 해당 지역구 유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 투표자 과반수가 찬성하면 소환안은 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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