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현 기자
1. 여기자가 최연희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한테 성추행을 당한 사건은 우리 사회 여성들이 얼마나 보편적으로 성범죄에 노출돼 있는지를 드러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파장까지 더해져 뉴스의 폭발성도 컸다. 한때 그 여기자와 함께 한나라당에 출입했던 기자로선, 개인으로서 그가 겪은 고통도 떠올리게 된다. 용기 있는 고발에 박수를 보낸다.
2. 이웃에 살던 성추행범에게 죽임을 당한 11살 소녀는 야만스러운 이 땅의 구석구석에서 여린 몸을 유린당하고 있는 수많은 아이들의 현실을 고발했다. 아파도 아픈 줄 모르고, 아프다고 이야기할 줄도 모르는 아이들을 어른들은 왜 외면해 왔느냐고 아이는 물었다. 많은 부모들이 공분했고, 정치권도 뒤늦게 들썩거렸다. 늘 반복되는 뒷북 대책에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3. 그리고 한 여성 재소자가 교도관한테 말 못할 성추행을 당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 사건엔 언론이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정부나 정치권, 여성계의 움직임도 더디기만 하다. 범죄자라는 낙인 때문일까. 그도 여기자와 똑같은 성적 약자이고, 어린이들과 마찬가지로 자기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기 힘든 신분이지만, 그의 아픔에 공감해 주는 이들은 적어 보인다. 자살 시도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그가 말하려 한 것은 “인권엔 한 사람의 예외도 없다”는 호소가 아니었을까. 목숨을 담보로 두꺼운 창살 속의 반인권을 고발한 이 여성에게 더 큰 연민과 안타까움이 드는 이유다.
박용현 기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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