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규모 추이
2007 지구촌 ⑨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
“사태 제한적” 낙관하다 불 번져
금융세계화 속 ‘투자 거품’ 원인
‘최악 지났나’ 전문가 판단 엇갈려 지난 1월 이름도 낯선 몇몇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업체가 부실 징후를 보인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할 때, ‘서브프라임’이 세계 경제에 대한 위협의 대명사가 되리라고 점친 이는 많지 않았다. 들떠있는 미국 주택경기에 편승한, 무시해도 좋을 업체들만의 문제로 치부하는 시각도 많았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올 초 서브프라임 사태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서브프라임 업체들이 문을 닫더라도 금융의 근간인 대형은행들한테는 불똥이 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8월 초에 대서양 건너에서 본격적으로 문제가 터졌다. 프랑스 최대은행인 비엔피(BNP)파리바가 서브프라임 관련 상품에 투자한 3개 펀드의 인출을 중단했다. 세계 금융계는 벌집을 쑤신 분위기로 빠져들었다. 다음달 영국 모기지은행인 노던록의 점포들 앞에는 19세기 이후 처음으로 예금 인출을 요구하는 인파가 늘어섰다. 5년간의 세계경제 호황과 유동성 팽창 속에 무책임한 투자가 횡행하고, 특히 서브프라임 대출에 기반한 파생금융상품들이 범람한 게 화근이었다. ‘거품 잔치’의 바탕에는 금융의 세계화도 자리잡고 있었다. 월가에서는 꼭 100년 전의 금융공황이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까지 퍼졌다. 시티그룹, 메릴린치, 와코비아, 유비에스(UBS), 도이체방크 등 유수한 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주택시장은 이자율 상승과 대출 기피 등의 탓에 16년 만에 가장 큰 침체에 빠졌다. 애초 500억달러로 추산되던 서브프라임 부실 규모는 2500억달러까지 불었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금융 경색과 주택시장 침체를 넘어 기업어음시장 침체, 소비 침체와 신용카드 연체율 상승으로까지 악순환의 고리를 키웠다. <에이피>(AP) 통신 조사에서, 미국의 10월 신용카드 대금 연체율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뛰었다. 지난달 미국의 주택압류는 20만1950건으로 1년 전보다 68% 증가했다. 미국과 유럽 금융기관들이 서로 돈을 꿔주지 않아 신용경색이 심화됐다. 주요 투자은행들이 800억달러의 손실을 발표한 월가는 아시아와 중동의 국부펀드들한테까지 손을 벌릴 정도로 금융권의 위기의식은 팽배하다. 문제는 최악의 국면을 지났느냐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아직 세계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입히는 수준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2.9% 성장한 미국 경제가 올해 2.2% 성장에 그치고, 내년 성장률은 2.0%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경제가 얼마간 주춤하겠다는 정도이고, 세계 경제가 휘청거릴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는 이는 별로 없다. <비즈니스위크>가 최근 전문가 54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2명만이 내년에 미국이 경기 둔화를 넘어 침체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소수파이던 비관론자들의 전망이 결론적으로 정답인 경우도 많았다는 점이 지구촌 경제주체들의 마음을 졸이게 만들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금융세계화 속 ‘투자 거품’ 원인
‘최악 지났나’ 전문가 판단 엇갈려 지난 1월 이름도 낯선 몇몇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업체가 부실 징후를 보인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할 때, ‘서브프라임’이 세계 경제에 대한 위협의 대명사가 되리라고 점친 이는 많지 않았다. 들떠있는 미국 주택경기에 편승한, 무시해도 좋을 업체들만의 문제로 치부하는 시각도 많았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올 초 서브프라임 사태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서브프라임 업체들이 문을 닫더라도 금융의 근간인 대형은행들한테는 불똥이 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8월 초에 대서양 건너에서 본격적으로 문제가 터졌다. 프랑스 최대은행인 비엔피(BNP)파리바가 서브프라임 관련 상품에 투자한 3개 펀드의 인출을 중단했다. 세계 금융계는 벌집을 쑤신 분위기로 빠져들었다. 다음달 영국 모기지은행인 노던록의 점포들 앞에는 19세기 이후 처음으로 예금 인출을 요구하는 인파가 늘어섰다. 5년간의 세계경제 호황과 유동성 팽창 속에 무책임한 투자가 횡행하고, 특히 서브프라임 대출에 기반한 파생금융상품들이 범람한 게 화근이었다. ‘거품 잔치’의 바탕에는 금융의 세계화도 자리잡고 있었다. 월가에서는 꼭 100년 전의 금융공황이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까지 퍼졌다. 시티그룹, 메릴린치, 와코비아, 유비에스(UBS), 도이체방크 등 유수한 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주택시장은 이자율 상승과 대출 기피 등의 탓에 16년 만에 가장 큰 침체에 빠졌다. 애초 500억달러로 추산되던 서브프라임 부실 규모는 2500억달러까지 불었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금융 경색과 주택시장 침체를 넘어 기업어음시장 침체, 소비 침체와 신용카드 연체율 상승으로까지 악순환의 고리를 키웠다. <에이피>(AP) 통신 조사에서, 미국의 10월 신용카드 대금 연체율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뛰었다. 지난달 미국의 주택압류는 20만1950건으로 1년 전보다 68% 증가했다. 미국과 유럽 금융기관들이 서로 돈을 꿔주지 않아 신용경색이 심화됐다. 주요 투자은행들이 800억달러의 손실을 발표한 월가는 아시아와 중동의 국부펀드들한테까지 손을 벌릴 정도로 금융권의 위기의식은 팽배하다. 문제는 최악의 국면을 지났느냐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아직 세계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입히는 수준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2.9% 성장한 미국 경제가 올해 2.2% 성장에 그치고, 내년 성장률은 2.0%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경제가 얼마간 주춤하겠다는 정도이고, 세계 경제가 휘청거릴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는 이는 별로 없다. <비즈니스위크>가 최근 전문가 54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2명만이 내년에 미국이 경기 둔화를 넘어 침체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소수파이던 비관론자들의 전망이 결론적으로 정답인 경우도 많았다는 점이 지구촌 경제주체들의 마음을 졸이게 만들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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